시식시종
우고 디폰테 지음, 피터 엘블링 영역,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2004년 1월 8일 읽고 쓰다.

 

재미있는 책일 것 같았다.
우연히 찾은 중세 시대의 원고를 영역해서 출판했다는 이 소설이.
음...약간의 잔인과 오만, 그리고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음식에 대한 탐욕.
그리고 그걸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약간의 비굴과 더러움,
추잡함 등등...현대 소설과는 또따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던 사드 백작의 [소돔 120일]이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물론 [소돔 120일]보다는 그 강도로 현저히 낮았으나..
(소돔 120일은 음..새디즘을 탄생시킨 사드백작의 소설로서
읽다보면 구역질이 한없이 솟아오르면서 인간 본연의 악마성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내가 이제까지 본 책 중 가장 야했고
더러웠고 추잡했고, 그리고 슬펐다.)

내용은 가난한 소작농인 우고 디폰데가 어느 잔인한 성품의
영주 페데리코의 시식시종(영주가 밥을 먹기 전에 독이 들어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시식을 해보는 하인)이 되면서
겪게되는 파란만장한 이야기이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들과 그의 하나뿐인 딸과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등
여러 인물이 서로 얽히고 설히며 중세시대의 한 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
난 피자랑 파스타 정도 밖에 모르지만..
여기선 붉은 포도주에 넣고 조리한 염장 돼지 혓바닥과 생선 갤런틴, 먹음직스럽게 치즈를 뿌린 야채 라비올리, 파리나타, 아몬드와 우유를 넣은 두꺼운 밀알 푸딩 그리고 사슴 고기 요리
나폴리식 스파이스 케이크라는, 속을 크림으로 채우고 겉을 슈거파우더로 장식한 얇은 껍질의 노란 페이스트리와 마지팬으로 둘러싼 배 파이 등등..굉장히 많은 음식들이 나오고
17세기라는 시대적 배경과도 어울리게 페스트가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는 아비규환적인 모습도 보여진다.


요즘 책을 거의 이틀에 한 권꼴로 읽었다.
다 소설책이었다. 그것도 2003년에 나온 외국소설들.
이렇게 무데기로 읽은 것도 오랜만의 일이긴 한데
나는 책을 어떤 의미로 읽는 걸까?
무엇을 얻기 위해 읽는 것일까?
예전에는 그냥 재미를 얻고, 내 안으로 들어오는 어떤 느낌을 위해
책을 읽었었는데 이제는 단순히 그래서만을 안될 것 같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책을 읽는 지도 중요한 것 같다.

그냥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야기로 있구나 하면서 지나치는 것 같다.
이런 책을 난 읽어봤다...는 건 그다지 중요하진 않을 듯한데..
뭐..책을 읽었다는 건
수만권이 쌓이고 나서야 그 진가를 발휘하기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뭔가..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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