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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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광고가 매력적인 건, 광고 수용자의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아닐까. 15초의 짧은 시간 효과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건 과연 무엇일까. 그 대답을 들려주는 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이 쓴 책이 아니라, 그를 강창래라는 사람이 박웅현을 인터뷰하고 그 자료를 재료로 강창래의 생각을 버무려 쓰였다.


<사람을 향합니다>

왜 넘어진 아이는 일으켜 세우십니까?

왜 날아가는 풍선은 잡아주십니까?

왜 흩어진 과일은 주워주십니까?

왜 손수레는 밀어주십니까?

왜 가던 길은 되돌아가십니까?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p.25)


일상의 경험들을 기억해놓았다가 그 경험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광고를 만들어낸다. 일상적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 그의 광고카피는 한편의 시면서, 거기에는 감동이 있다.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이해해서 완성된 광고카피도 있다.


“다음 광고는 한국 석유회사를 위한 겁니다. 한국에는 석유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석유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강합니다. 지금 보실 광고의 슬로건은 그런 바람을 표현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거리는 창조의 유전이다.

도서관은 지식의 유전이다.

시청 앞 광장은 열정의 유전이다.

한국은 새로움의 유전이다.

세계는 가능성의 유전이다.

생각이 에너지다.

(p.92-93)


그렇다면 이러한 광고카피를 만들어내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박웅현은 안테나를 세우라고 이야기한다. “안테나는 알랭 드 보통 책에서 본 비유인데, 너무 적절해서 자주 써먹습니다. 책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이디어는 전파, 창의력은 안테나에 비유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이디어가 마치 전파들처럼 가득 차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안테나를 세우는 순간 전파가 잡힙니다. 라디오를 켜면 전파를 잡아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준다는 것이지요. 물론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야 더 많이 그리고 잘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을 읽더라도 ‘잘 읽어야’합니다. 잘 읽지 않으면 책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으니까요.” (p.126)

그렇다. 책을 많이 읽어서 안테나의 수신 범위를 늘리고 주변에서 전파를 잡아내라는 말. 멋지다.


그의 광고카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피다. ‘차이’와 ‘차별’의 ‘차이’에 주목해 내가 보지 못했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들려주는 카피. 이런 멋진 광고카피를 듣고 나면 눈이 뜨이는 기분이 다 든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



/(주) 아름다운 청년


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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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하라! - 사람은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감정은 뇌에 따라 움직인다 세로토닌하라!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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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 하라

이시형박사


‘인간은 이성적이다.’라는 전제를 깨고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때문에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끝까지 주장한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뇌 과학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행복하니까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것처럼 인간은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것.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뇌 과학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한국인을 뇌 과학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게 사실이었다. 한국인은 세로토닌 결핍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세로토닌은 ‘뇌 속의 신경 전달 물질로 전두전야의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평상심을 되찾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충동이나 공격성을 불러일으키는 노르아드레날린과 강한 쾌감을 동반하지만 중독 위험이 있는 도파민 및 엔도르핀의 폭주를 조절’하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충동적이고 거친 성격이 강한 한국인은 세로토닌 결핍 증후군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잘못 알고 있던 상식도 바로잡아준다. 엔도르핀은 단순한 행복물질이 아니라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며,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엔도르핀이 단순히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뇌 과학적 용어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객관적 사실보다 낙관적으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 이것은 전두엽을 중심으로 모든 걸 낙관적으로 보는 회로가 있기 때문이다. 뇌 과학에선 이를 ‘낙관 회로Optimism Circuit'라고 부른다. 이 회로는 좌측 전두엽의 행복 중추와 나란히 하고 있어서, 여기가 작동하면 온 뇌가 밝고 긍정적인 무드로 넘쳐 난다. 여유와 플러스적 감정 및 사고로 조화로은 심포닉 무드에 젖게 된다. 이런 사람과 함께 있노라면 그 밝은 기운이 내게도 전달돼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뇌 과학에선 이를 ‘거울 신경 세포Mirro Neuron’현상으로 설명한다. 거울 신경 세포는 본래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나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동하는 신경 세포다. 그래서 상대를 관찰하는 동안 마치 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상대가 웃으면 내 속에 있는 거울 신경 세포가 작동해 나도 덩달아 웃게 되는 것이다. 하품이 전염 되는 것도 그래서다. 남을 도와주고 그가 기뻐하면 나도 기뻐지는 이타적 행위의 기본도 여기서 비롯된다.” (pp.87-88) 행복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행복함을 느끼고, 우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우울함이 전염되는 일들을 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평소 습관이란 반복되는 일이 몸에 베 자동화되는 행동이나 말투 등을 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뇌 과학적으로는 다르게 해석한다. “습관이란 무의식중에 절로 되는 행동이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습관적 행동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엄청난 정신 에너지가 소모된다. 아침에 일어날까 말까, 세수를 할까 말까, 밥을 먹을까 말까, 옷을, 출근을 ...... 끝이 없다. 이 모든 일을 의식적으로 결정하려면 출근도 하기 전에 나가떨어질 것이다. 고맙게도 습관 덕분에 그 많은 일에 쓰일 정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정신 분석에선 ‘정신 에너지의 법칙Law of Psychic Energy'라고 부른다. 이렇게 절약한 에너지를 창조적인 일에 쓸 수 있다. 따라서 습관이란 고도의 정신 기능이다.” (pp.54-95)

이시형 박사는 각종 뇌 과학적인 해석과 세로토닌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구체적 방법론 또한 일러준다. 5분을 걸어도 태양, 하늘, 바람 등의 환경을 음미하며 걷는다면 발걸음이 경쾌해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다양한 배경지식-혹자는 ‘인문학’이라고 부른다-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무언가 자극이 주어지면 그에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으니, “누구나 책을 읽노라면 ‘아하! 그게 그래서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칠 떄가 있다. 뇌 과학에선 이런 순간을 ‘아하Aha 체험’이라고 부른다. ... 잔잔한 뇌에 지적 자극과 지적 쾌감이 가해지면 그 파장이 조용히 온 뇌로 번져 나간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가 잠재의식의 기억 창고에서 줄줄이 올라온다. 따로따로 있던 것들이 한데 이어져 기막힌 조합을 일구어 낸다. 와! 이런 순간을 뇌 과학에선 ‘스파크Spark' 혹은 '플래시Flash'라고 부른다.” (p.168)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수차례의 아하 체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 아름다운 청년


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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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 하지 말고 반드시 해내겠다 말하라!
도널드 트럼프 지음, 조동섭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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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해내겠다 말하라!

 


작가인 도널드 트럼프는 성공한 CEO중 한명이다. 미국 NBC에서 방영중인 <어프렌티스>라는 리얼리티쇼의 PD겸 출연자로 활약하고 있다. <어프렌티스>는 일반 출연자들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평가하고 1년간 트럼프그룹의 사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리얼리티 쇼다. 도널드 트럼프는 TV쇼 출연자들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회당 300만달러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한다.

 

  성공학 관련 서적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성공학 서적이라는게 사실 그 나물에 그 밥이기는 하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독자를 얼마나 자극하는 책이냐가 무척 중요하다. 번역서인 경우에는 번역이 얼마나 매끄럽게 되어있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평가할 때, <반드시 해내겠다 말하라!>는 무척 좋은 책이다. 막힘없이 읽히는데다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끈하게 빠졌다고 말하기에 부담이 없다. 자신의 경험과 적절한 인용을 통해 들려주는 그의 핵심 메시지는 때문에 무척이나 설득력이 높다.

  “일을 해낼 때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내라는 것.”

 


  인상적이었던 그의 충고를 몇 개 적어본다.


  “일을 예술로 바라본다는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을 위해 가지는 섬세함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는 뜻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자신의 목표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뚜렷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절대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인생은 예술이며 비즈니스도 예술이다. 인생의 예술가가 되어 최고의 자신을 성취하라.” (p.72)

 


  "쓸데없는 것을 배우는 데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인생이 연극이라는 단순한 사실부터 깨달으라. 모든 일을 관객들에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책임감을 가진 연기자의 마음으로 하라. 청중이 몇 명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무기를 가졌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p.93)

 


  덧붙여, 도널드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 옮겨 적는다. 그에게 수많은 광고 제의가 들어오게 되는데 그는 그중에서 비자카드 광고를 택했고 그 광고는 CEO에게는 쉽지 않았을 광고였음에도 그 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옥상이라는 타이틀의 비자카드 광고에서 나는 비자카드를 손에 쥐고 트럼프타워 옥상에 서 있다가, 갑자기 ‘휙’불어온 바람에 카드를 놓치게 된다. 카드는 수십 층 아래로 떨어져 5번가의 땅바닥에서 사라져버리고 만다. 나는 대형 쓰레기 수거함 안을 휩쓸고 다니며 카드를 찾으려고 애쓰고, 그 광경을 한 세련된 숙녀가 발견하고는 속았다는 듯이 외친다.

  “나는 저 사람이 잘나가고 있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이는 내가 얼마나 평범하고 유쾌한 인간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광고다. 그때를 돌이켜보며 가장 뿌듯했던 점은, 내가 사람들에게 평소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p.217-218)

 


이 얼마나 대단한 광고인가. 유명한 CEO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광고라니. 그 상상력과 또 도널드 트럼프의 태도를 극명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주) 아름다운 청년

 

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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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 한국 대표작가 스무 명이 쓰는 개인 가족사, 그 감동과 추억
박완서.안도현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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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스무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그들의 가족 이야기

 


  나는 책을 읽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첫째는 한 번에 쭉 읽어나가는 방법. 둘째는 하루에 조금씩 그 감동을 씹어가며 읽는 책. 셋째는 읽다가 과감하게 읽기를 포기해야 하는 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는 두 번째에 속한다. 한번에 읽기에는 아쉬울 뿐 아니라 여러 작가가 각기 다른 가족 이야기를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내고 있기에 한편을 읽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른 한편을 읽어야 한다.

 


  “가족.”

  사랑, 원망, 애틋함, 그리움, 고마움 등등...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동반하는 단어.

 


  책에서 작가들이 털어놓는 가족 이야기는 이렇다. 가족은 누군가에게 소설의 소재가 되어 수입을 주는 고마운 존재. 큰 아버지가 준 큰 선물인 연안부두의 추억과 자장면. 딸에게 쥐어주기 위해 서커스에 갔다가 만원짜리 폐물인 플라스틱 사진기를 세금 2만원을 주고 사게 되는 아버지. 어머니를 요양소에 모신 딸의 자기 고백. 항상 같은 편이었던 여동생. 설악의 풍경에서 추억하는 아버지. 티격태격하면서도 너무나 소중한 의붓딸.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콤플렉스이기도 한 언니. 지혜로운 어린신랑-할아버지- 이야기. 등등.

  어느 하나 그 모습이 똑같은 가족의 모습이 없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애증의 존재라는 사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작가들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도 나의 이야기가 아니면서도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가족의 속성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옮겨 적으면,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를 배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날 어딘가 가야했던 나는 기상을 확인하려 창문을 열었다. 내 눈에 먼저 밝힌 건 아버지의 좁은 등이 아니라, 백설이었다. 언제 내렸던 것일까.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헌데 그 숫눈 진 길에 발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세상으로 나있는 그 발자국은 너무도 선명해서 오히려 상처처럼 다가왔다. 시발점은 우리 집 현관이었다. 우리 집 현관으로부터 시작해 세상으로 길게 뻗어나가 있는 그 발자국이 가슴 시렸다.” (p37-38, 목련꽃 필 무렵) 아버지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의 눈길에 난 아버지의 발자국처럼 고독하게 느껴지는 묘사다.

  십년을 내다보고 춥고 굶주린 겨울을 보내면서도 산에 밤을 심은 어린 신랑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교훈. “나무를 심은 할아버지는 언젠가 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밤 한 톨을 화로에 묻는 것과 땅에 묻는 것의 차이라고, 화로에 묻으면 당장 어느 한 사람의 입이 즐겁고 말겠지만, 땅에 묻으면 거기에서 나중에 일 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 것이라고.”(p.252, 나무를 심은 어린 신랑)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스무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그네들의 가족 이야기를 듣고나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은 나의 가족을 발견할 수 있는 책.

 

 



/(주) 아름다운 청년

 


2010.07.


원문: http://blog.joins.com/ddooggy/1166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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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기다림 레나테 - 북한 유학생을 사랑한 독일 여인이 47년간 보낸 전세계를 울린 감동의 러브레터
유권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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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철 안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전율이 느껴져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을 떨었다. 유권하 기자가 들려주는 레나테 이야기 속 기적과도 같은 상봉 순간의 감동이 책을 타고 나에게 전달되었다. 책은 레나테를 취재했던 중앙일보의 유권하 기자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쓰였다.

남북의 분단된 현실은 비단 남과 북의 지형만 갈라놓았던 게 아니라, 북한 유학생과 독일 여인, 레나테도 갈라놓았다. 이산가족은 남한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외국에도 있었던 것이다. 함께한 시간보다도 길고 긴 47년을 기다린 사랑. 열녀문을 세워줘도 모자랄 판이다.

 

  레나테는 독일로 유학 온 북한 유학생과 사랑에 빠진다. 결혼하고 두 아이도 가졌건만 북한의 귀국 명령에 북한 유학생 홍옥근은 홀로 북한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후 잠깐 서신왕래가 가능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레나테가 옥근에게 보낸 편지는 되돌아올 뿐이다. 레나테는 희망을 잃지 않고 그와 만나기를 기다리며 47년을 보내게 된다. 이 과정에 만나게 된 중앙일보 유권하 기자의 노력과 그녀의 노력이 합해져 세계적인 이슈로 다뤄지는 데 성공을 하고, 북한의 굳게 잠긴 문을 비로소 열게 된다.

  긴 기다림 끝, 때는 2008년 7월 25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 칠순의 독일 할머니 레나테와 70대 노인의 홍옥근은 47년 전 그때의 청춘으로 돌아간다.

그 만남의 순간, 나를 전율케 했던 부분을 인용하여 적는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대기실 유리창 너머로 낯익은 얼굴의 노신사가 한 중년 여성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레나테는 그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때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p.221)

 

47년의 기다림.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도 버리지 않았던 희망. 그리고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 그 사랑은 시간마저도 초월한 듯 아름답다.

 


또한, 책의 저자인 유권하 기자의 적극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주) 아름다운 청년

 

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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