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 한국 대표작가 스무 명이 쓰는 개인 가족사, 그 감동과 추억
박완서.안도현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스무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그들의 가족 이야기

 


  나는 책을 읽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첫째는 한 번에 쭉 읽어나가는 방법. 둘째는 하루에 조금씩 그 감동을 씹어가며 읽는 책. 셋째는 읽다가 과감하게 읽기를 포기해야 하는 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는 두 번째에 속한다. 한번에 읽기에는 아쉬울 뿐 아니라 여러 작가가 각기 다른 가족 이야기를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내고 있기에 한편을 읽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른 한편을 읽어야 한다.

 


  “가족.”

  사랑, 원망, 애틋함, 그리움, 고마움 등등...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동반하는 단어.

 


  책에서 작가들이 털어놓는 가족 이야기는 이렇다. 가족은 누군가에게 소설의 소재가 되어 수입을 주는 고마운 존재. 큰 아버지가 준 큰 선물인 연안부두의 추억과 자장면. 딸에게 쥐어주기 위해 서커스에 갔다가 만원짜리 폐물인 플라스틱 사진기를 세금 2만원을 주고 사게 되는 아버지. 어머니를 요양소에 모신 딸의 자기 고백. 항상 같은 편이었던 여동생. 설악의 풍경에서 추억하는 아버지. 티격태격하면서도 너무나 소중한 의붓딸.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콤플렉스이기도 한 언니. 지혜로운 어린신랑-할아버지- 이야기. 등등.

  어느 하나 그 모습이 똑같은 가족의 모습이 없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애증의 존재라는 사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작가들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도 나의 이야기가 아니면서도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가족의 속성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옮겨 적으면,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를 배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날 어딘가 가야했던 나는 기상을 확인하려 창문을 열었다. 내 눈에 먼저 밝힌 건 아버지의 좁은 등이 아니라, 백설이었다. 언제 내렸던 것일까. 세상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헌데 그 숫눈 진 길에 발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세상으로 나있는 그 발자국은 너무도 선명해서 오히려 상처처럼 다가왔다. 시발점은 우리 집 현관이었다. 우리 집 현관으로부터 시작해 세상으로 길게 뻗어나가 있는 그 발자국이 가슴 시렸다.” (p37-38, 목련꽃 필 무렵) 아버지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의 눈길에 난 아버지의 발자국처럼 고독하게 느껴지는 묘사다.

  십년을 내다보고 춥고 굶주린 겨울을 보내면서도 산에 밤을 심은 어린 신랑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교훈. “나무를 심은 할아버지는 언젠가 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밤 한 톨을 화로에 묻는 것과 땅에 묻는 것의 차이라고, 화로에 묻으면 당장 어느 한 사람의 입이 즐겁고 말겠지만, 땅에 묻으면 거기에서 나중에 일 년 열두 달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오는 것이라고.”(p.252, 나무를 심은 어린 신랑)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스무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그네들의 가족 이야기를 듣고나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은 나의 가족을 발견할 수 있는 책.

 

 



/(주) 아름다운 청년

 


2010.07.


원문: http://blog.joins.com/ddooggy/1166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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