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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의 진실을 밝힌다 - 개정판
최문형 지음 / 지식산업사 / 2006년 8월
평점 :
일본은 처음에 러시아를 적국으로 삼지 않았다. 러시아의 행동이 조선을 삼키려는 의도에서 러시아와의 한판승부를 예약했을 수도 있다. 러시아 역시 일본을 적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해양세력의 영국과 대륙세력인 러시아가 다른 대륙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조치이다. 크림전쟁이 그랬고, 아프가니스탄 공격, 거문도 점령은 영국이 이미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일본은 청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친일정부를 세우려던 개화파는 3일 천하로 마무리 되었지만 청일간의 세력다툼은 이미 갑신정변 이전인 임오군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원칙 상으로는 청의 승리일지 몰라도 차후에 발생하는 일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일본이 조선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청도 이에 상응했다. 조선의 자주국가는 겉으로는 자주국가일 뿐, 천천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본의 물결을 막지 못했다.
갑오농민운동으로 청일간의 경쟁은 심화됐고, 청의 오판으로 청일전쟁이 발생했다. 청일전쟁이 시작되었지만 일본은 이미 내정간섭을 하여 일본의 의도대로 개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이 시모노세키 강화조약으로 완전히 조선의 영향력을 상실하면서 일본이 그 자리를 점유했다. 계속적인 개혁으로 일본의 의도로 흐르고 있었지만 명성황후는 일본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세력으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러시아의 선택은 명성황후의 최후를 알리고 있었다. 과거에는 일본을 옹호했지만 일본의 내정간섭으로 일본을 저버리고 러시아의 선택은 일본과의 최후 전쟁을 치뤄야 한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아관파천이라는 사상초유의 일도 일본이 두려웠다. 동북아시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두 나라의 경쟁은 청의 이권경쟁으로 비화돼 만주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다르지 않다.
러시아가 점점 우위에 이르면서 일본의 대륙진출의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일본의 대륙진출을 위한 위험요소 제거가 필요했다. 조선을 일본의 영향력으로 두고, 러시아와의 마지막 일전을 준비했다. 결국 일본의 의도대로 흐르고 있었다. 러시아는 이런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대응하는데 늦었다. 러일전쟁에서 어이없는 패배로 러시아도 포츠머스 강화조약으로 영원히 조선에서 떠났다. 부동항을 확보하지 못하고, 일본이라는 작은 섬나라에 패배한 것에 억울했다. 태평양 전쟁에서 마지막에 참전을 하는 것도 한반도를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지난 날의 패배에서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일본이 1945년까지 한반도를 비롯한 여러나라에 영향력을 준 것에 대륙진출의 야망은 획득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명성황후의 시해가 조선, 일본, 러시아에게 한반도를 뒤흔드는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한 나라의 왕비를 무참하게 살해한 것에는 일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의도대로 흐르긴 했으나 그 결과는 비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