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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의 지구사 ㅣ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콜린 테일러 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책 고르다가 문득 눈에 띄어서 들고 온 책이다. 음식 이야기인 이 책을 펼치자마자 [맛살라 인디아]와 [신도 버린 사람들]이 떠올랐다. [맛살라 인디아]에서 이미 커리는 인도에 없다고 단언한 터였고, 이 책에 나온 다른 나라로 노동을 떠났던 사람 중에 불가촉 천민이 많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불가촉 천민이었다면 상황봐서 당장 도망을 쳤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신분으로 묶여 있어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의 사정이라는 것도 있었겠지만, 역사의 소용돌이는 또 그와 무관하게 움직이기도 하니까. 물론, 이 책은 신분이나 제국주의의 침략문화 그런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커리에 대한 이야기만 하며, 커리 이야기만 하지만 커리가 커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식민지의 역사를 따라 커리가 이동하고 그 다양한 맛과 여러가지 첨가 할 수 있는 맛살라 문화의 영향으로 다양하고 간편한 조리법으로 커리는 다양하게 전파되어 간다. 정복과 피정복의 역사, 그리고 그에 따른 민족의 이동으로 그 전파속도를 높인다. 커리는 타문화에 대한 매혹으로 우아한 식탁에 오르기도 하고, 미개하다며 멸시 당하기도 하다가, 인도인도 아닌 누군가에게는 향수병이 되었다가, 냉장고가 없어 상하기 쉬운 고기류를 상하지 않게 오래 먹기 위한 방편 등으로 여러 나라를 거치며 다른 모양으로 변형되어 간다. 인도를 넘어서 유럽, 아프리카, 미국, 아시아 전반까지 뒤덮은 커리 문화는 읽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얼마전 카레 해먹고 남아서 냉장고에 얼려둔 남은 카레를 오늘 저녁에는 꺼내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발전하게 만든다.
커리가 나라와 문화 사이를 이동하면서 식재료가 변하고, 커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레몬을 쭉쭉 짜 넣지를 않나, 우리나라 카레 처럼 큼지막한 건더기 없이 죽같거나, 모양으로 보면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운 라쟈냐를 연상시키는 음식도 있고, 소꼬리찜 같은 비쥬얼의 커리까지 등장한다. 독일에서는 소시지에 소스와 커리가루를 뿌려먹기도 한다니 도대체 그 수많은 향신료의 조합인 커리는 어디까지 돌아다니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진정한 맛살라 아닌가!
커리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가정식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시판용 커리가루를 이용해 일본식 커리를 만들어 먹는다. _190쪽
이 책의 장점은 이 책을 감수한 주영하 작가가 위의 문장을 말하면서 특집 글을 하나 덧붙였다. 주영하 작가는 내게는 [차폰 잔폰 짬뽕]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문화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그 당시에는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것이 몇년이 흘렀다가 이 책에서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반가움은 둘째 치더라도 많은 책들이 외국의 예를 들어 번역만 하고 현지화를 못하고 그저 넘어가는 것에 비해 특집이라는 형식으로 우리나라의 카레이야기로 마무리 하고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렇담, 주영하 작가가 제시한 질문인 '우리나라의 카레는 일본의 아류일까?'라는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시길!
책 상태 훌륭하다. 한손으로 들고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중간에 모르는 식재료가 때로 나오는데다가 지나치게 부지런한 제국주의 침략 전쟁으로 눈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하는 상황은, 역사를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살짝 피로감을 준다. 하지만, 그런 피로감을 극복할만큼 재밌는 책이다. 뒷쪽에는 '역사상 커리 조리법'과 '최근의 요리법' 및 이 얇은 책에 있기에는 차고 넘치는 참고도서-외국작가라 죄다 외국 책-와 커리 요리 사이트까지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찾아보기까지 있다. 짝다리로 서서 읽다가 다 읽고는 공손하게 두손으로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