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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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생일날, 한 여인을 지고지순하게 빅토리아를 사랑한 제레미는 구애를 거부당하고 자살기도를 한다. 의식을 잃은 제이미가 눈을 떠보니 사랑하는 빅토리아가 있다. 어떻게 이런일이?

자살한 날은 2001년 5월 18일, 깨어난 날은 2002년 5월 18일. 어리둥절한 가운데 제레미는 지상의 천국같은 생일을 보내고 의식을 잃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2년 후, 제레미에게는 빅토리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토마가 있었다. 의식을 잃은 사이에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전혀 즐기지 않았던 일을 열심히 하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 깨어났을 때는 또 한명의 아이와 빅토리아와의 불화, 냉정해진 친구 황폐해진 생활, 망가져가는 자신, 부모의 가슴에 대 못을 박은 나쁜 행동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며 깨어날 때마다 아픔과 슬픔을 겪게되지만, 깨어있지 않은 제2의 제레미가 기억상실증을 이유로 만행을 저질러 놓은 상황이라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상황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나빠졌고 제2의 제레미는 가족에게 지독하게 위험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런식으로 제레미는 44년간 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아홉번 반복하고 수족을 쓸수 없을 만큼 망가졌을 때에야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가족과의 극적인 화해를 할 수가 있게되었다. 제레미의 자살 후의 삶은 괴롭고 극단적이고 처절했다.

나도 자살을 죄악 시 하는 종교를 갖었던 탓에 이 소설의 의도가 보였다. 죽을 용기로 살라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제레미도 용기내어 살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맘 고생없이 즐거운 생을 살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리 순탄하게 살았다면 소설로 쓰기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같이 든다. 책은 전체적으로 빠르고 재밌지만, 어떤 영화에서 비슷한 형식의 극을 본 기억이 있어서 조금은 식상했다. 혹시나 이 책이 영화로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그 영화조차도 자세히 기억은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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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역사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8
자크 브누아 메샹 지음, 이봉재 옮김, 조경진 감수 / 르네상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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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살던 집은 다세대 주택이었는데, 사각형으로 왠 그 집 마당 중앙에 나름대로는 제법 큰 화단이 있었다. 꽃이피기 시작하는 봄부터 화단으로 이용되다가 김장을 담그는 11월이 되면 김장독을 묻어두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효율적이지 않았나 생각도 된다. 모두가 못살던 시절이라 푸성귀라도 심어 한여름 반찬거리로라도 썼다면 주머니 사정이 더 좋아졌을텐데, 집주인 생각이었는지는 따뜻한 날에는 늘상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덕분에 화단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 화단의 둘레에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장독들이 겹으로 놓여있었는데, 꽃과 어울린 장독은 보기에 참 좋았었다. 볕이 좋은 가을날엔 문간방집에서 내어놓은 작은 평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여러줄에서 휘날리는 빨래감이 휘날리는 것을 보며 낮잠을 자는 것도 큰 재미였다.  그 곳이 내가 첫번째로 경험한 나름대로의 정원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게되고 동양의 몇 나라의 정원을 구경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정원의 역사]라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책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이 책은 그냥 정원의 역사가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정원의 역사로 약간의 편협한 취향을 동반했다. 그 편협함은 영국정원에 국한되고 있기는 한데, 역자의 해설에 이미 나와있어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고나서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감탄하는 프랑스의 정원과 알람브라에는 가 본적이 없어 사진으로만 접하는 것이 영 아쉬웠다.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만 늘었다.

물론, 몇몇 묘사는 사진이 없어 상상력에 의존하여 읽어야 하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에 대한 말들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영국의 정원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찬성 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영국정원과 프랑스 정원의 느낌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상태는 사진이 많아 보기가 편안했다. 


내가 아는 정원이야기

 


 

중국의 예원은 쓰촨 성 관리 판윈돤이 아버지를 위하여 지었다는 정원으로 완성하는데만 18년이 걸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 아버지는 정원이 완공된 후 몇년을 못살고 졸 하였다고 했다. 면적이 2만㎡이고 원근감을 강조하여 넓어 보이도록 설계하였다는데, 내가 본 중국의 첫번째 정원이라 그런지 예원은 남다르게 아름다웠다.

지붕마다 올려져 있는 인형들은 선녀같기도 하고 재상같기도 한데, 많은 종류의 조각들은 옷자락 모양이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용은 비늘과 수염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지붕을 올려다보면서 수염도 돌일까 의문을 갖었었다. 물론 아직도 확인된바는 없다. ^^ 위의 사진은 담을 타고 가는 용의 모습이다.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양이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이 용에는 사연이 있는데, 판윈돤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발가락에 숨은 의미가 재밌다. 옛날 중국에서는 용을 황제의 상징 생각해서 민간인이 용과 관련된 것을 지니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단다.  그런데, 판윈돤은 발가락 세개인 용을 만들어 얹고 다섯개의 발가락을 갖고 있는 용과는 다른 생명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권세가 대단하지 않았다면 황제가 그 만든 이유를 물어 목을 칠 수도 있을만한 모양 아닌가? 자세히 보면 용의 턱 밑에 두꺼비가 보인다.

예원에는 공연장이 있는데, 경극을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이 있다. 2층 높이에 만들어진 무대는 위에서 올려보기에도 좋고 2층에서 보아도 좋게 만들어 놓았다. 너른 관객석에 의자와 탁자가 깔리고 사람들이 먹고 마시면서 경극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 그 활기가 느껴진다. 상하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빼 놓지 말고 들려야 할 장소가 아닌가 한다.

일본 교토에 있는 로쿠온지에 안에 위치한 킨카쿠지(금각사)는 이 화려한 금각으로 인해 금각사로 불리운다고 한다.

지금 있는 금각은 1950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재건한 것이라는데, 1987년에 금박이 보수되어 옛날의 아름다움을 찾았다고 소개되어 있다. 일년에 한번씩 금칠을 해서 현재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니 금을 긁어다 좀 팔아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뉴스에 나오고 싶지 않아 그냥 눈으로만 감상 했었다.

2, 3층에는 옻칠을 한 뒤 순금의 금박을 입히고 지붕은 널조각으로 이은 지붕이다. 금각은 연못을 중심으로 중심으로 하며 지방 영주들이 헌납한 명석들이 배치되어 있다는데, 돌 볼줄 모르는 눈이라 그런지 아. 그렇구나 정도였었다.  연못에 우쑥 솟은 누각 뿐만아니라 주위에 잘 지어진 일본식 정원 또한 볼거리라고 하는데, 연못을 주위로 산책할 수 있는 코스로 걸어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금각사의 모습을  보는 것 외에는 큰 볼거리는 없었다. 사연을 잘 모르면 재미없는 법인데, 나에게 금각사가 꼭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 금각은 교토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불리고 교토관광의 필수코스로 찾는 곳이니 교토를 방문한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교토에 있는 용안사(료안지)는 일본 중세 때 무인 호소카와 가쓰모토가 도쿠다이지 집안의 별장을 양도 받아 세운 선종 사찰로 흰 모래를 깔고 크고 작은 15개의 돌을 배치한 정원이 유명하다.


15개의 돌은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한개 이상은 반드시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충분히 가지지 않더라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선종의 가르침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뜻도 그럴사 하고 보기도 그럴사 하다. 정원이라하면 꽃과 나무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뒤바꾸어 놓은 정원이다.

나는 이 정원을 방문했을 때, 이런 말이 귀에 울렸다. "연애 하고 싶으냐?"  바닥 모양이 딱 그 화장품 광고의 바닥 모양이니 뭐 그럴 법 하지 않나? ^^

비원은 창덕궁 북쪽 뒷편의 숲을 가리키는 말로 조선시대에는 통용되지 말이란다.  그러다가 1903년 11월 창덕궁 후원을 관장하는 기구로서 비원(秘苑)을 증설하면서 비원이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했다니 그때의 비원은 기구일 따름, 정원을 지칭하는 이름은 아니었다. 그랬던 것을, 일제의 입김으로 창덕궁 자체를 비원이라 불러 궁을 격하시키게 이른다. 창덕궁의 후원이고 왕만의 정원이라 출입이 되지 않던 금원이 일본 실력자들의 연회 장소로 사용되었고 나중에는 일부러 일반인을 끌어들여 관광지로 삼아버렸었다. 그 당시에 왕이 존재함에도 아무나 들어와서 '벤또' 먹고 벛꽃구경하고, 동물원, 식물원 구경하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창경궁 처럼 짓밟히지는 않았으나, 세월이 바뀌어 이젠 궁의 모습을 찾아 감에도 전체를 비원이라 불러 우리의 살아있는 궁궐을 정원 취급하는 일은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옥류천이 개방된다고 옥류천을 찾았으나 내가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청의정이었다. 마루는 사각형이고, 천정부는 팔각으로 얹고 그 위를 원형의 초가지붕으로 덮은 모양으로 천원지방,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관념을 표현한 것이란다. 청의정 앞에는 한 서너평 됨직한 논이 있는데 왕이 농사지었던 논이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이 숨겨진 정원에 있는 왕의 농사였다. 상징적인 의미이겠지만 스스로 겪어보고 백성의 고충을 생각하려는 왕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그런데 몇명의 왕이나 저 모내기를 하였을까?

우리나라 궁궐을 산책할때 만나게 되는 잔디는 일본이 궁을 공원화 하면서 심어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잔디가 깔려 있는 공간들은 대부분 건물이 있던 공간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정원에는 잔디를 쓰지 않았다고 들었다. 잔디는 산소를 만들때만 썼다고 전해지니 옛 어른들 눈으로 보기에는 일본이 우리나라 궁을 묘지로 만든 것 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의문. 책에 나온 창덕궁 비원의 사진은 원본에도 있던 사진일까? 아니면 한국에서 편집할때 들어간 사진일까? 원본에도 있다면 저자가 일본의 정원과 헤깔린 것은 아닐까? ^^

이 책에서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정원 중 이화원도 최고의 정원이다. 청조의 별궁으로 칭이위안(청연방)이라 불렸던 것을 1764년 건륭제가 상당히 확장하고 장식해서 이화원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60년 아편전쟁 때 황폐해진 것을 1894년 서태후가 본인의 환갑 축하연을 베풀기 위해 해군 증강용으로 영국에서 차용한 돈까지 쏟아부어 개축했는데, 이것이 결국에는 국력을 약화시켜 청·일전쟁()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니 지금은 보기 좋아도 평민들이 보기에는 원흉 아니었을까 싶다.

이화원 안에는 비를 안맞고 산책할 수 있는 750m에 달하는 긴 복도고 있고 각종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사람의 손으로 팠다는 곤명호다.  곤명호를 판 흙으로 만수산을 만들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한 겨울 꽁꽁 얼은 곤명호 위를 사람들이 걸어간다. 나도 꼭 건너보고 싶었는데 짧은 여행을 하는 일행이 함께 있는 여행자에게 그런 호사는 누리기가 힘들다. 생각나는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써봤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정원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나는대로 술렁술렁 쓰는 것이 아니라 테마를 정하고 글을 써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실행을 하지도 못할 생각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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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 중국 800년 수도의 신비를 찾아
주융 지음, 김양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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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가벼운 산책 같은 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의 베이징 방문으로 조금은 익숙한 베이징이기에 좀더 다른 시각으로 여행해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은 내 생각과 다르게 산보 가듯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돋보기라도 하나 들고 베이징 거리와 건축을 탐구하면서 가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베이징에 방문해 본적이 없거나, 남의 나라 수도에 있는 길과 건물에 대해 관심을 쏟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지루한 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큐멘터리 제작 덕분에 보급판 서적처럼 되어버려 조금이나마 읽기가 편해졌다는 사실을 다행스러워하며 책을 읽었다. 저자는 우려했지만 말이다.

내가 자금성을 처음으로 보았던 것은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였다. 부이가 입장권을 사서 자금성에 입장하고 몰래 태화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 흘렸었다. 그러다가 2006년 12월 자금성에 처음 갔을 때 그 규모와 웅장함에 놀랐었다. 사는 사람이 없어진, 그래서 조금은 횡한 고궁의 웅장함은 천안문에서부터 오문까지 걸어가는 동안 사람의 기를 꺾어 놓았다. 오문에 도착하여 높은 문을 올려다보며 이제부터 자금성이라는 말을 들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뭔가 싶었다. 내가 걸었던 그 곳은 황성 안이었다. 왜 성이 겹겹이 벽을 두고 있는지 도대체 문이 몇개인지 왜 이렇게 넓고 네모난지 궁금증을 안고 자금성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돌아와서 찾을 수 있는 여러가지 자료들을 정리하여 여행기도 남겨놓았었다.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오문을 통과하여 신무문까지 거의 직선으로 쉬엄쉬엄 걸어가는데 대략 2시간의 시간이 걸리니 자금성은 큰성이다. 그 큰성을 두번 방문하여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오리라는 기대는 안했지만 여행 안내서나 가이드의 안내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었다. 이 책은 가뭄의 비 같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하나하나 짚어가는 일이 꽤나 재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밟았던 자금성과 베이징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17페이지에 있는 종루 앞에서 인력거를 타기 전에 오래된 저 건물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기도 했었다. 인력거를 타고 달리는리는 좁디좁은 골목을 갖고 있는 호동 안의 모습과 문이 없는 공중화장실의 모습, 불편하지만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모습, 일부 사람들은 사는 모습을 개방하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사는 것은 누추해 보여도 그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부자라는 사실과 그 동네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면 보조금이 나온다는 사실도 말이다. 2007년 겨울에 방문했을 때 올림픽을 앞두고 호동 안은 대대적인 보수를 하고 있었다. 새로 칠한 벽과 깨끗해진 화장실 등 주거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러다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었다. (왼쪽 사진 : 2006년에 찍은 사진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문이 있는 화장실로 변경되었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았던 베이징을 현지인의 글로 읽으며 다시한번 되새김질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베이징의 중축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책의 앞뒤로 있는 지도는 책을 읽을 때 참고로 보니 실체가 보여 이해가 쉽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지역의 위치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살짝 지루해지기도 했었다. 다음에 북경여행을 가게되면 가기 전에 숙독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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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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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도시를 백색실명으로 몰아 넣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눈 감아버린 정치상황에 펜을 들었다.  백색실명의 위험에서도 따뜻한 시선과 나름대로 아늑한 결말을 내어주었던 작가는 눈도 뜨고 먹을 것도 있는데, 세상 살맛 안나게 만들어버렸다.  영화 [짝패]의 마지막대사 "씹팔!"을 책 덮으면서 들릴 듯 말듯 우물거려봐도 분이 안풀린다.

백색실명의 위기 때 눈에 보이지도 않던 정부가 이번에는 주인공으로 초반부터 등장한다.  "백색투표 현상"을 야기한 누군지도 모르는 세력에 대해서 경계하다가 겁을 집어 먹은 정부는 시민들을 버리고 도망가며 갖은 실수와 갖은 만행을 저지른다.   원래 정치를 하게 되면 저렇게 되는 건가 싶게 어이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닮은 꼴이다.  전쟁나면 제일먼저 앞장서서 도망갔던 그들 아니던가.  그러나, 위기(?)를 극복할 껀수를 잡았다. 내가 [눈먼 자들의 도시](이하 "눈먼")에서 혐오했던 "첫번째 눈먼 남자"가 4년전 눈먼 도시에서 눈멀지 않은 안과의사의 아내에 대한 정보를 정부관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정부관계자는 그 힌트를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고.

잘도 처리(!)하고.

잘도 처리(!!)했다.

이제, 눈먼 우리에게 누가 발디딜 곳을 알려줄 것이며, 어디서 먹을 것을 얻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누가 내 눈물을 핥아주고 누가 폭로해준단 말인가. ㅜㅜ;

이 책은 [눈먼]처럼 잘 읽히지는 않는다.  전작 [눈먼]이 너무나 쉽게 읽히고 흥미진진하면서 따뜻했다면, 이 책은 어떻게하면 기회를 봐서 도망가볼까 하는 사람들의 발버둥으로 시작함과 동시에 주된 주인공이 없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뭔가 일을 저지를 듯 싶으면 잊혀진다.   하지만, 메시지는 더 살에 와 닿지않나 싶다.  우리에게 "백색실명"보다는 "백색투표"가 가까와서 아닐까 싶다.
책을 덮으며, 정치인 필독도서로 지정해야하지 않나 생각해봤으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사건 해결에 관한 교과서로 오해할 듯 싶어 생각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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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8-10-2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오로지관객님 리뷰를 보니 사야겠습니다. ^^
오로지관객님 리뷰를 보면 정치인의 필독서 행세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프로파일이나 인터뷰에 내세우는 필독서 목록이 가식적입니다. 그들 상당수가 본인이 직접 읽지도 않은 책을 보좌관시켜 뭐가 좋을까 추천을 명한다는 거죠. 그 나물에 그 밥... 오염된 보좌관(정무직4급)은 비서관(정무직5급)에게 추천을 명하고, 역시나 물든 비서관은 그 아래 비서(정무직6,7,9급)에게 추천을 받으며, 비서마저도 인턴에게 추천받을 수 있는데... 버젓이 읽지도 않고 감명깊게 읽은 책 목록에 수록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그들의 진정성을 경계하고 투표를 해야합니다만 뭐 정치 오래하다보면 다들 그놈이 그놈인지라... 어쩌면 읽은 척만이라도 하는 놈이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아무런 기대를 마세요. 그저 정치인은 상대방만 억누르기 위해 존재하는 놈들입니다. ^^;;

오로지관객 2008-11-1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놈들 참....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뜬 자들의 도시를 선물받으니 이 책이 딸려왔다.  자그마한 크기에 글씨가 빽빽하게 인쇄되어 있는 책은 들고 다니기에 좋았다.  딱 내가 좋아하는 문고판 스타일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니.. 평을 검색해 보니 너무 좋아 기대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놀라웠다. 눈이 멀었다는 사실이 진짜 눈이 먼것이 아니라 비유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등장인물들이 하나둘씩 눈이 멀기 시작했다.  소설의 생생한 느낌 때문에 주인공들이 눈이 멀기 시작하면서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내 눈도 멀어버릴까 덜컥 겁이 났다.  첫번째 눈먼 남자를 시작해서 사람들이 눈이 멀고 전염병도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눈이 멀다보니 눈이 멀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눈먼 자들은 수용된다.  그 속에 눈이 멀지는 않았으나 남편과 함께하려고 눈먼 행세를 하는 의사의 아내의 눈으로 바닥까지 내려간 인간의 사회성을 보여준다. 수용소 안의 눈먼 자들의 사회와 바깥의 눈 뜬자들의 사회가 붕괴되어 도시 전체가 눈 먼자들의 도시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진진하지만 끔찍하게도 풀려간다.  내가 본 소설 중에 이만큼 공포감을 주면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은 없었던 듯 싶다.  인간이 제일 무섭지 않나 싶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없이 첫번째 눈먼남자, 첫번째 눈먼남자의 아내, 사팔뜨기 소년, 선글라서 낀 여자, 사팔뜨기 소년, 안과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안대를 한 노인 등으로 불리우고 대화와 서술을 구별하지 않는 문장과 그로인해 단순해지는 부호들 때문에 글은 더욱 긴박하게 이어진다.  소설이 끝날 즈음 주인공들은 하나둘씩 눈을 뜨고, 마지막까지 눈먼 자들을 보호했던 의사의 아내가 눈이 멀면서 소설은 끝난다.  사람들이 눈물을 햝아주는 개를 거뒀으려나?

그 후속편이련가 싶어서 [눈뜬 자들의 도시]를 꺼내 읽었는데, 같은 이야기는 아닌 듯 하고 몰입이 쉽지 않는다.  끝까지 읽어보고 말할 일이긴 하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의 여파가 오래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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