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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 중국 800년 수도의 신비를 찾아
주융 지음, 김양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읽기 전에는 가벼운 산책 같은 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의 베이징 방문으로 조금은 익숙한 베이징이기에 좀더 다른 시각으로 여행해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은 내 생각과 다르게 산보 가듯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돋보기라도 하나 들고 베이징 거리와 건축을 탐구하면서 가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베이징에 방문해 본적이 없거나, 남의 나라 수도에 있는 길과 건물에 대해 관심을 쏟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지루한 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큐멘터리 제작 덕분에 보급판 서적처럼 되어버려 조금이나마 읽기가 편해졌다는 사실을 다행스러워하며 책을 읽었다. 저자는 우려했지만 말이다.
내가 자금성을 처음으로 보았던 것은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였다. 부이가 입장권을 사서 자금성에 입장하고 몰래 태화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 흘렸었다. 그러다가 2006년 12월 자금성에 처음 갔을 때 그 규모와 웅장함에 놀랐었다. 사는 사람이 없어진, 그래서 조금은 횡한 고궁의 웅장함은 천안문에서부터 오문까지 걸어가는 동안 사람의 기를 꺾어 놓았다. 오문에 도착하여 높은 문을 올려다보며 이제부터 자금성이라는 말을 들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뭔가 싶었다. 내가 걸었던 그 곳은 황성 안이었다. 왜 성이 겹겹이 벽을 두고 있는지 도대체 문이 몇개인지 왜 이렇게 넓고 네모난지 궁금증을 안고 자금성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돌아와서 찾을 수 있는 여러가지 자료들을 정리하여 여행기도 남겨놓았었다.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오문을 통과하여 신무문까지 거의 직선으로 쉬엄쉬엄 걸어가는데 대략 2시간의 시간이 걸리니 자금성은 큰성이다. 그 큰성을 두번 방문하여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오리라는 기대는 안했지만 여행 안내서나 가이드의 안내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었다. 이 책은 가뭄의 비 같다고나 할까? 읽으면서 하나하나 짚어가는 일이 꽤나 재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밟았던 자금성과 베이징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17페이지에 있는 종루 앞에서 인력거를 타기 전에 오래된 저 건물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기도 했었다. 인력거를 타고 달리는리는 좁디좁은 골목을 갖고 있는 호동 안의 모습과 문이 없는 공중화장실의 모습, 불편하지만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모습, 일부 사람들은 사는 모습을 개방하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사는 것은 누추해 보여도 그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부자라는 사실과 그 동네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면 보조금이 나온다는 사실도 말이다. 2007년 겨울에 방문했을 때 올림픽을 앞두고 호동 안은 대대적인 보수를 하고 있었다. 새로 칠한 벽과 깨끗해진 화장실 등 주거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러다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었다. (왼쪽 사진 : 2006년에 찍은 사진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문이 있는 화장실로 변경되었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았던 베이징을 현지인의 글로 읽으며 다시한번 되새김질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베이징의 중축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책의 앞뒤로 있는 지도는 책을 읽을 때 참고로 보니 실체가 보여 이해가 쉽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지역의 위치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살짝 지루해지기도 했었다. 다음에 북경여행을 가게되면 가기 전에 숙독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