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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52년 파리에서 태어나 1995년 12월 8일 뇌졸중로 쓰러지기 전까지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멋진 생활을 사랑하는 대식가, 유머러스하고 누구보다 앞서나가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로 살았다. 쓰러지고 3주 후에 의식을 회복했으나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왼쪽 눈꺼풀 뿐이었고 그는 그 왼쪽 눈으로 [잠수복과 나비]를 써내려갔다. 물론 혼자서 써나간 것이 아니라 글로드 망디빌이 깜박이는 눈꺼풀을 읽어 하루에 반쪽 분량씩 써서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책보다는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로 장 도미니크 보비를 먼저 알았다. 그때는 좀 지루하게 봤었는데, 책은 생각보다 잘 읽혔다.
평범했던 하루를 거의 다 보내고, BMW를 시승하는 즐거움이 있던 그날, 뇌졸중으로 정신은 육체에 갇혀버렸다. 무엇 하나 내 손으로 할 수 없고 자유롭게 무언가 먹을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저자는 담담하고 자유롭게 지난 삶에서 일어났던 일화들을 묘사해 냈다. 그의 표현은 절망적이지 않고 오히려 유머가 묻어난다. 어떻게 이런 눈물겨운 상황에서 이런 여유를 갖을 수 있고 이런 책을 써낼 수 있을까?
체널을 돌릴 수 없어 짜증나는 TV를 계속 봐야하고 얼굴에 앉은 파리조차 쫓아내기 힘든 상황과 간신히 잠들었을 때 수면제 주겠다고 깨우는 간호사의 이야기는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는게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을 만드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감기지 않는 오른쪽 눈을 의사가 꽤매는 장면이 아주 리얼하게 나온다. 내가 만약 그런 고통을 받으면서 장 도미니크 보비처럼 여유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의 삶의 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했다. 물론 나에게 이런 불행이 닥친다면 나도 남은 생을 더 적극적으로 즐겨야겠다는 생각도 덧붙여 했지만, 그게 가능한 일이려나 모르겠다. 삶에 지칠 때 읽으면 힘이 될 것 같은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