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와의 '우연한'만남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라는 대사를
목에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는 내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
눈치 없는 검은 머리 아가씨를 향한, 한 청년의 '시도하지 않는' 구애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나 봄직한 풍경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나'와 그녀의 이야기로 순진한 대학 신입생인 그녀가 뜻하지 않게 밤의 주인공이 되고, 이 술고래 여주인공은 교토 밤의 걸출한 주인공들의 친구가 된다. 어디 정상적인 사람하나 없어보이는 이 소설의 초반에는 외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지만 읽다보니 그 순진하고 깨끗한 마음들이 환하게 보인다.
인생을 논하며 그녀의 가슴을 노린 도도씨,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 히구치씨,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으나 술이 취하면 옆사람 얼굴을 핥는 하누키씨, 악덕 수집가에게 책을 빼앗아 세상에 돌려보내는 헌책시장의 신,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일 년 동안 팬티를 갈아입지 않은 빤스총반장, 고약한 고리대금업자이자 가짜 전기부랑을 마시는 술꾼 이백 씨, 그리고 그녀라는 성 주위의 해자를 착실히 공략하지만 별 성과 없었던 주인공 '나'까지 어느하나 미워할 케릭터가 없다. 어느것이 망상인지, 어느것이 현실인지 모호한 끝에 '나'와 그녀는 결국 이어진다. 이어지나? 그런건가?
이 기분좋은 몽롱함의 교토환타지는 내 마음 속에 교토에 대한 괜한 환상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냉큼 샀다. 사고나니 검은머리 아가씨의 핸드폰 액정 클리너가 같이 왔는데, 빌려 준 usnthem은 핸드폰 액정 클리너 못받았다고 거품 물었다. 꼬숩다. 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