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를 놓자마자, 내 손에 쥐어진 책은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제목은 익히 들어보았으나 살 엄두를 내고 있지 않았기에 책을 받으며 반색을 했다. 그리고 잠깐 들은 책 내용에 뜨악했다. 정말 헌신적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도대체 책의 제목에 있는 '헌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길래 이렇게 뜨악했을까?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연애 소설에 가깝다. 물론 간질간질한 연애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나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그대로 베어있어 나중에는 눈물도 한방울 찔끔거리게된다. 중간에 어느정도의 내용을 의심하게 되어 나중에 놀랄만한 상황에서도 덜 놀라게되는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잘 짜여진 구성에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상세한 내용을 밝히면 그만큼 읽는 즐거움이 감해지기에 구체적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으나 주인공 '이시가미'의 헌신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되겠다는 소설과 그다지 상관없는 생각을 했다. 덧붙여,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남몰래 진심어린 애정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괜한 상상을 해봤다. 그래도 사람은 죽이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얼굴을 붉혀본다. ^^ 책은 가볍고 지루한 구석이 없어 빨리 읽힌다. 아침에 들고 출근하고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이용해 집중해서 읽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크게 복잡한 마음없이 읽으면 좋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나오자마자 격하게 이 소설이 보고 싶었으나, 소설은 대체로 사지 않는 까닭에 느긋하게 미루고 있었다. 어쩌면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동료가 조만간 사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었다. 기다리다보니 양 볼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직장동료가 내 손에 이 책을 꼭 쥐어주며, "죽여줘! 시작하면 끝까지 안 읽고 못베길껄?"라는 말을 툭 던지고 자기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사건의 시작 -> 사건의 시청자 -> 사건 20년 뒤-> 사건 -> 사건 석 달 뒤]라는 순서로 책이 묶여있고 시간 순 배열로 보여준 목차를 보고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었다. 그래서 묶인 순으로 읽고 여운이 사라지질 않아 사건의 20년 뒤, 사건의 시청자, 사건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보니 그냥 스치듯 지나갔던 이야기들에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터무니 없는 누명과 까닭을 알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남자의 3일의 상황과 과거의 이야기가 겹치는 구성이라 주인공과 그 주변인에 대한 애정을 더 크게 불러일으켰다. 결말이 좀 속상하기는 하지만-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라 속상하다는 말-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그 주변인들의 움직임과 감정 상태들이 생생하게 와 닿았다. 책은 좀 무거우나, 그 무게를 감당할 만한 책이다. 만약 두권으로 나왔다면 화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블로그에 링크되어 있던 기사(내가 봤던 기사 Click!!)를 봤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기사를 읽고보니 뭔가 오는게 있어서 소설을 많이 보는 직장 동료에게 "딱 니 스타일이야"라고 과감하게 추천하고 결국에는 욕먹었다. 도대체 이건 뭐냐는 일갈을 날리며, 너도 읽어 보라했다. 그래서 읽을 수 밖에 없었으나, 끝까지 읽을 수는 없었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으나 그 표현방식을 참아 낼 수가 없었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다보니 내가 이런 미련을 떨며 세상을 살아야겠냐는 생각과 답답한 허무함이 마음 속에 쌓였고, 마지막 순간에는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건전 세포를 죽이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나 와 닿지도 않으면서 재밌지도 않으니, 이도저도 아무것도 아니라면 다른 책을 읽는게 더 유익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책을 빌려준 이에게 돌려줬다. "나, 끝까지 못읽었어. 다 읽어야 되냐?"라는 물음에 동료는 흥쾌히 그만 읽어도 된다고 허락해주었다. 표지는 참 마음에 든다. 첫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지나치게 횡한 작가 사진을 보고 흠짓 놀라기는 하였으나 문을 읽을 때까지는 '이정도의 환상특급 쯤이야'라는 마음이 없지도 않았다. 글도 잘 읽힌다. 어찌나 잘 읽히는지 책장이 훌렁훌렁 넘어간다. 그러나, 그 횡함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참아낼 수가 없었다. 횡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추천. 나 같은 사람은 절대로 읽지 말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엄마의 유방암 진단과 수술, 그리고 첫번째 항암치료를 겪는 동안 읽은 책이다. 책 제목대로 유방암에 대한 가이드 북으로 유방암에 기본지식을 되도록 쉽게 풀어 써 놓은 것-물론 못알아 들을 전문적인 말도 있지만-으로 보인다. 유방암이 어떤 병인지, 증상은 어떠한지, 어떤 진단방법이 있는지, 어떤 치료방법이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들은 무엇이 있는지와 치료 준비와 과정에 대한 짧은 글과 친절한 그림으로 인쇄되어 있다. 병원 몇번 들락거리고 엄마의 짧은 투병생활을 지켜 본, 유방암에 대해 짧은 지식을 갖고 있는 내가 읽기에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생각 했다. 책 속에 있는 간단한 운동방법과 엄마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림프종과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가 와 닿았다.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건강과 추후 있을지도 모르는 재발과 완치로 가는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든다. 그러나 가이드 북의 한계인지 딱 그만큼 밖에는 모르겠어서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도대체, 둘리를 어떻게 한거야!!~
누군가의 책장에서 책의 표지만을 보고 정말 기가 막혔다. 내가 기억하던 귀여운 녹색공룡은 사라지고 생김은 분명 같으나 도무지 둘리라고 보기 힘들게 찌든 둘리의 모습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도대체 둘리를 어떻게 한 거냐구!! 이 현실적인 둘리는 그렇게 그렇게 나이가 들어버렸고,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들이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평범하게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적나라하게 변해버렸을 줄이야. 둘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남다르게 애정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내용과 그림은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원작자의 추천사를 보니 '단 한번의 예외'라는 말이 당혹스러운 흥미로움으로 묻어났다. 남루한 일상의 독특한 블랙코메디들은 최규석의 손끝에서 참으로 잘 그려져 나왔다. 한 사람이 그렸다고 생각되지 않는 그림들을 보며, 독특한 상상력과 내용처럼 독특한 그림체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만 보면 '최규석'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그런 그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