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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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스케가 합숙 과외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몰고 호숫가 별장으로 간다. 반기지 않는 묘한 분위기와 맞물려 자신과 불륜관계인 에리코까지 등장하게 된다.  불편한 순스케가 에리코와 근처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에리코가 나타나지 않아 만남은 불발되고 별장으로 돌아와 보니, 그 사이 에리코는 미나코에 의해 살해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사체유기에 적극적인 상황은 이상하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세다. 

부모와 아이를 분리해 놓고 부모는 놀고 아이들은 공부하는 이상한 휴가. 명문중학교에 아이들을 넣고야 말겠다는 부모들의 열의는 어이없이 뜨겁고 그 부모들 간의 관계 또한 이해할 수가 없다. 사람이 죽어나간 판에 가족도 아니면서 미나코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더 큰 것이 숨겨 있기에 묘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누가 남이 죽인 시체를 함께 유기하고 뒷처리를 위해 저리도 애쓸 수 있을까?  모두가 아이들을 핑계로 별장에 와서 부부스와핑을 하고 있던 까닭에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저리도 애쓰는 것일까?  자신들의 사회적 명성에 똥바가지라도 뒤집어 쓸까봐서?  무언가 석연치 않는 구석들이 많은 상황에서 순스케는 죽은 애리코의 뒷수습을 하다가 순스케가 부탁한 아내의 불륜을 조사한 듯한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비밀은 하나씩 껍질을 벗는다. 

그래도, 그렇더라도, 이정도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흐르고 속이 쓰리고 텁텁한 느낌의 가족애가 호숫가 위에 안개처럼 떠다닌다. 호숫가에 잠겨야 할 비밀들은 찜찜하게 남는다. 입시, 가족, 스와핑, 불륜, 재혼가정. 일본 사람들도 사는게 참으로 퍽퍽하고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있다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상태는 가벼운 양장으로 들고다니기 딱 좋을 사이즈다. 겉껍데기를 벗기니 안은 검은색 양장으로 다른 무늬가 없어 좋았고 양장의 꽃인 책갈피 끈이 있어 더욱 좋았다. 히가시노 게이코 3종 셋트로 구입한 것이라 할인의 맛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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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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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이름만 들어봤지, 그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사람이 어디까지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인간 실격] "당신 요조 알고 있던가요?" 나는 교바시 작은 바의 마담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사나이의 세장의 사진과 그 사나이가 쓴 수기가 적인 공책 세권을 받게 된다. 소설의 재료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받아든 사진은 같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달랐다. 사람같지 않은 묘하게 뒤틀린 미소를 갖고 있는 어린아이 사진과 대단한 미모이지만 역시나 사람같지 않은 청년의 사진,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망가져버리고 죽음이 들러붙어 있는 것 같은 사람의 얼굴.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았기에 이렇게 변했던 것일까? 그 사람이 썼다는 세편의 수기가 이어지는 동안 갑갑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삶이 그대로 스며있는 예술적 자서전은 위험했다. 여린사람은 얼마나 위험한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병약하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툴었기에 유쾌한 척 연기하고, 누군가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상대방을 실망시킬까봐 겁이나 결국 스스로를 망치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길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간다. 결국에는 가족에게도 버림받고 그 상처로 더욱 무너지게된다. 서른 아홉살 다섯번째 자살시도로 결국 목적을 달성한 다자이 오사무 처럼 요조도 사라졌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직소]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던 예수의 마지막 저녁 이야기다. 그 저녁 전과 후의 유다의 행보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도 없거니와 그저 나쁜놈이라고 밀어붙여 놓았단 유다의 마음에 관심도 없었다. 유다가 숨 쉴 틈도 없이 직소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이 묘했다. 예수를 사랑하고 싶고 소유하고 싶어한 유다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유다의 입으로 읊는 것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애잔했다. 그 하소연을 읽다보니 결국은 예수를 더욱 빛내주는 소모품으로 끝난 인생일 뿐이다. 어짜피 하느님이 미리 정한대로 이루어지는 인생이라면 유다가 소모품으로 쓰인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과 미리 알고 정하셨다면 왜 이리 힘들게 살게 할까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인간 실격]을 읽은 후라 그런가, 그 묘한 문체에 휘말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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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이야기 - 달콤한 미각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252
정한진 지음 / 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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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와 마늘, 생강을 먹는다. 같이 안먹은 사람은 그 냄새를 불쾌해 하겠지만, 먹고 나서 입안에 남은 잔향이 좋다.  그런데 이것들이 향신료인 것은 확실이 알겠는데 고추도 향신료란다. 몰랐다. 향신료라는게 식물의 열매,씨앗,뿌리줄기,나무껍질,꽃봉오리나 꽃술 등 식물의 일부분으로 음식의 맛과 향을 북돋는 것들을 말한단다. 더불어 식욕과 소화를 증진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기도 하단다. 최근에는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것이 주류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위에 열거된 향신료들이 참 좋다. 우리나라에서 즐겨먹는 향초인 깻잎도 너무나 좋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용이나 그 특별한 때문인지 신에게 다가기 위한 종교의식의 제물로도 쓰였다. 그런 향신료들이 유럽의 배를 타고 이동하게되고, 특이성 때문에 부의 상징이 되고, 그러다보니 향신료가 있는 땅을 차지하려는 분쟁이 일어나고, 여기 있던 향신료가 저기로 옮겨지고 다른 식물을 재배할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버리거나 하는 무식한 짓들이 많이도 일어났다. 부의 상징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까닭에 부의 과시로 낭비되었던 역사를 보고 있자니, 역사는 대상만 다르지 똑같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향신료 파라다이스인 동남아 지역은 그런 까닭에 유럽에 유린당하고 여러나라의 '동인도회사'들이 생겨나 경쟁하고 연합하면서 향신료로 경쟁할 수 없었던 영국은 중국에 아편을 팔아먹기에 이른다. 동인도회사들의 전쟁에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다른 나라에 있어 접할 수 없었던 향신료를 맛보는 일은 행복한 일이지만, 오래 전 부터 있었던 무역 관련된 강대국의 나쁜 짓에 다른 나라들이 놀아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으니 갑갑하긴 하지만, 다 같이 행복해지는 무역을 꿈꿔본다. 

저자는 각 문명권을 대표하는 향신료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는데, 사진 자료와 조금은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향을 비교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향신료로는 후추, 육두구, 계피(우리의 계피와 시나몬과는 조금 다르다), 정향, 생강, 카르다몸, 강황, 코리앤더, 마늘, 팔각, 초피(산초는 기름을 내서 먹는 것이란다)가 소개되고, 유럽의 향신료로는 사프란, 겨자, 아니스, 주니퍼 베리, 캐러웨이, 케이퍼, 커민이 나온다. 아메리카의 향신료로는 고추, 바닐라(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바닐라는 천연이 아니란다), 올스파이스가 언급되고, 대표적인 혼합향신료로는 마살라(인도의 석어만들어 놓은 향신료), 오향, 카트르 에피스, 라스 엘 하누트, 칠리파우더, 우스터소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진한 글씨는 접해본 향신료) 

책은 살림총서이니만큼 가벼우나, 몇군데 눈에 띄는 치명적인 오류들은 수정되어야 할 듯 싶다. 편집자가 성의 없이 편집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 정도 얇은 책에 이 정도 이야기라면 훌륭하다는 생각도 했다. 얼마 전 가루 후추를 쓰던 엄마가 통 후추를 갈아 먹는 방법으로 바꾸셨다. 내가 잔소리 할때는 귓등으로도 안들으시더니만,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한 이야기에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덕분에 맛있는 후추를 즐길 수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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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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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부터 봤다. 영화를 보며 흥미롭기는 하지만, 빈민가에서 성장한 아이가 타지마할에 도착하자마자 어떻게 유창한 영어가 가능했는지를 보고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여러가지 "왜?"를 남겼는데, 책을 읽고 그 물음의 모든 답을 얻었다. 역시 영화보다는 원작이다. 

열두 문제이지만, 열세 문제가 된 퀴즈쇼. 마지막 문제를 맞추고 최초로 최고의 상금을 받는 행운아가 되지만, 슬럼가에서 자라서 어떻게 퀴즈를 다 맞출 수 있었는지, 사기라는 가정에 따라 체포된다. 그들도 람이 그 모든 퀴즈를 맞췄다는 사실을 믿기는 쉽지않을 듯 싶기도 하다. 퀴즈 쇼의 뒷 이야기를 살펴보면 너무 과하게 책정한 상금을 이렇게 빨리 내어 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고 공권력과 묘하게 맞물려 때려 잡고 말자고 작당한 사건이었는데, 한참 고문 받는 와중에 낯모르는 변호사에게 구출된다. 문제의 답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묻는 변호사와의 이야기가 문제 순서대로 펼쳐지는데, 그게 참 재밌다. 문제에 따라 시간대가 다른 이야기로 옮겨가고 '람 모하마드 토마스'의 삶이 조각조각 펼쳐진다. 영화와 다르게 사랑이야기가 쏙 빠져 있는게 속도감도 있고 아주 재미있다. 인도의 현실에 대해 남이야기 하듯 이야기하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와는 아주 다른 결말로 말이다. ^^ 

영화의 흥행 탓인지 기대가 많았는데, 영화를 본 후에 기대를 살짝 꺾고보니 아주 재밌었다. 큰 기대하지 않고 속도를 즐기면서 본다면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인도의 현실을 알고자 본다면 조금은 부족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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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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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문을 열어서 새벽 6시에 문을 닫는 희안한 식당이 있다. 열고 닫는 시간이 상식 밖이고 메뉴도 너무 간단한데, 재료가 있고 여건이 된다면 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준다. 뭐하나 정상적이지가 않는 식당에 오는 손님들도 정상적이지가 않다. 열리는 시간이 어중간 한지라, 약간은 어중간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들러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음식으로 풀고 나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트리퍼와 밤늦게 일을 마친 샐러리맨, 동네 건달, 게이바 마담 등이 모여 먹다가 이야기 하다가 울고 웃고 설움을 풀기도 한다. 신기한 식당이다. 

지금은 없어진 내가 아는 어떤 식당은 상이 몇개 없는데 100% 예약으로만 운영되었었다. 요리도 주인맘대로 밥값도 주인맘대로였는데, 그 식당에 다녀온 후로 나도 저런 식당 하나 차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만화를 읽고나니 나도 이 비슷한 식당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부엌으로도 쓰는 그런 식당. 카모메 식당 같기도 하고 아무거나 만들어주는 심야식당 같기도하고 장사가 되려나 싶기도 한데, 누군가 와서 웃고 떠들고 먹고가는 그런 식당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했다. 우리 동네에도 심야식당이 있다면 가서 울고 웃고 할텐데.. 아쉽다. 2권까지 읽었지만,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주인장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 주인장 얼굴에 나 있는 칼자국의 비밀이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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