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6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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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심상치 않은 제목 때문에 거창하고 어려운 것을 숨기려고 발랄하게 정한게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에로스나 혁명이라는 단어는 심하게 뜨끈한 느낌이 드는 지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머릿말을 읽자마자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은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이 거침없는 문장은 너무 서슴없어 깜짝 놀라버렸다! 

연애도 해볼 만큼 해본 것 같고,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열고 닫음의 달고 쓴 맛도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객관적일 수 없는 자신의 경우가 될 때는 모든 상황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생각되기도 한다. 고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라고 누군가 외친다. 저자다. 입이 걸하고 유식한 동네 언니가 그렇게 시시하게 살지 말고 사랑의 힘을 느끼고 행동하라고 옆에서 자꾸 부추기는 듯 하다. 복잡한 철학들이 그물망 처럼 펼쳐져 있으나 읽다보면 어느덧 코메디 프로와 섞여있고 어떤 때는 소설이고 어떤 때는 드라마로 갔다가, 눈물 질질 짜면서 보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한심하게 느껴지는 연애가 나왔던 영화 이야기로 넘나든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인용도 하나도 안 어렵게 느껴져철학도 괜히 만만하게 생각된다. 많이 알고 많이 공부한 까닭에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선수들의 '비열한 게임'이나 순정파들의 '유치한 망상', '솔로' 천국이라는 이상한 주장들은 가고, 지독한 이분법들로 포장된 사랑에 관한 편견들도 가라. 사랑의 불멸성도 가고, 메뉴얼 대로 되는 사랑도 가라! 삶을 망각한 사랑도 의미 없다. 똑같은 곳에 가서 똑같이 얼굴 디밀고 똑같이 사진찍고 같은 걸 사먹는 소모적인 연애는 오래 못간다. 주머니 바닥나면 그 사랑도 끝나게 마련이다. 사랑을 쇼핑처럼 해봐야 남는 것은 빈 지갑 뿐이니, 내 속에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으라는게 저자가 이야기 하는 바다!  3년을 사귀어도 3개월 사귄 것 처럼 달리면서 만나고, 끊임없이 확인하고 채찍질한다면 그게 어떻게 정상적인 사랑인가? 만나면서 피곤하고 힘들고 마음 아프다면, 그 사랑은 그만하는 게 옳다. 절대 동감한다.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사랑하자! 두려움 없이! 

책 크기는 적당하고 가방에 넣고 읽기는 좋으나, 제목 때문인지 지하철에서 표지를 유심히 보는 사람들을 몇명 만나기는 했었다. 연애나 애로스라는 말에 살짝 달아올라 눈빛으로라도 아는 척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책 속에 명화가 있고 그 밑에 달린 이야기들도 기가막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달인까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 혁명은 가능할 듯 싶다. 

책하고 상관없는 이야기긴 한데, 나는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정말 여러 블로그에서 봤다. 보면서 수유리에 있겠거니,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2007년도에는 원남동에 있었다니, 내가 뭔 생각을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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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3
앨리스설탕 지음 / 갤리온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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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 건너편 즈음에 영어 교재 파는 집이 있었다.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안된 촌 아이였던 나는, 영어의 생소함과 더불어 그 알록달록한 색감에 놀라서 쇼 윈도 안에 멋들어지게 펴 놓은 책을 마음껏 구경도 못했다. 멋지게 일어서 있는 종이 모형들에 사로잡혔으면서도 선듯 들어가 보지를 못한 것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들어가면 창피 당할까봐서였고 창피 안당하려면 하나 사가지고 나와야할텐데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겁도 나고 그래서였다. 그냥, 구경한번 하면 될 것을 어찌나 생각이 많았던지. 지금 생각하면 그 집에서 전시되어 있던 팝업북은 꽤 단순한 것이었는데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는 책을 펼때마다 종이모형이 벌떡 일어서거나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못해봤으니 말이다. 

그 후, 꽤 시간이 지나 로버트 사부다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만나고 그 책을 구입했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찔했다. 너무 감동받은 나머지 그 즈음에 생일이었던 친구들에게 결코 싸지 않은 그 책을 선물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검색하고 가끔 구입하다 보니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은 몇권 갖고 있다. 가끔 우울한 날 펴보면서 압도적인 입체 종이들에 넋을 놓고는 한다. 그러다 우연히 팝업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나처럼 설렁설렁이 아니라 정말 탐닉하며 모으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니!  팝업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오래 전에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팝업북들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그 영향을 받은 것일까?  마냥 놀랍고 페이지 펼칠때 마다 쑈가 펼쳐지는 바람에 글씨는 읽게 되지 않는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도 좋지만, 수수한 일러스트가 멋스러운 팝업도 은근히 꿈꾸게 되었다. 비싼 빈티지가 아니라 새로 나오는 것이라도 유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이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즐거운 밥벌이까지 하고 있다는 것을 책에서 알게되었다. 누구는 같은 걸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는 걸 보니, 나도 뭔가 탐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탐닉을 꼭 배가 부르고 한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수수한 사치를 못 부리는 나는 뭔가 싶기도 하다. 길고양이에 이은 내가 읽은 두번째 [작은 탐닉]인데, 이 시리즈가 은근히 마음에 든다. 저자 부부가 있는 가로수길로 나들이 한번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상태는 손바닥 보다 약간 큰 것이 두껍지 않아 들고나지면서 읽을만하다. 책을 처음 훑어 볼 때는 이걸 읽고 팝업북에 대해서 뭘 알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올 컬러로 인쇄되어 있고 나름대로의 상세한 설명이 있어 직접 보지 않은 팝업북들도 대충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상이 된다. 그래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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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심리학 - 위기 극복을 위한 로라 데이의 12강의
로라 데이 지음, 채인영 옮김 / 허원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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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이 대답을 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어떤 위기에 빠졌는지는 충분히 안다. 엄마는 항암 치료 중이고, 엄마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 하지 못하는 아빠는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초반기에는 훌륭한 배우자 역을 제대로 못했다. 같이 살지 않는 언니는 두 아들을 돌보느라 엄마의 일은 강건너 불이었다. 나는 서른 다섯살이고 다행히(?) 결혼을 안하고 있어서 엄마를 돌보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날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위로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는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니가 식모냐"는 막되먹은 소리를 해서 내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 와중에 나에게 위로의 한마디 쯤은 던질 줄 알았던 가까운 친구는 나의 어려움을 알았으면서도 연락을 끊었다. 내 마음은 닫혀 버렸다. 모든게 한꺼번에 무너져버리는 느낌이랄까? 마음의 지옥은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누구일까? 내 능력보다 차고 넘치는 보수를 받고 있는 직장인이고, 어쨌든 잠깐의 편안함이라도 누릴 수 있는 내 방이 있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어려움과 괴로움을 충분이 겪고 난 이후의 일이었다. 관계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과거의 허울을 벗은 후에야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려나? 반추, 비난, 복수심의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졌다. 남을 도우려면 자신부터 똑바로 서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는 아직도 약간은 위태해서 그런지 똑바로 서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을 아직도 한다.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남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똑바로 설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 처럼 서둘러서 읽을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보기를 권한다. 서둘러 읽고 나니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면 긴 호흡으로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좋았으나 표지, 삽화, 디자인은 밍밍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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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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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서는 가장 시시하게 읽었다. 조금은 싱겁다고나 할까? 읽는 중에 비밀을 대충 알아버리는 바람에 약간은 김이 빠지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1992년에 소설로 쓰여진 복제인간의 이야기라니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90년대 언저리에 읽었으면 쇼킹하지 않았을까 싶다. 

복제되어 다른 곳에 살고 있던 미라코와 후타바 중 후타바가 TV에 출연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복제되어 살고 있지만 복제되었는지 모르는 두 아이와 나름의 이유로 그 아이들을 뱃속에 넣어 길러 낳은 두 어머니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마리코의 어머니가 자살하고 후타바의 어머니가 뺑소니 차량에 의해서 살해된 사건으로 두 아이들은 자신의 출생을 찾아 나선다. 각각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는 협력자들이 등장하고, 그 이야기 속에 복제인간이 다른 목적으로 필요한 이들이 끊임없이 개입한다. 지키려는 자와 갖으려는 자가 엉키는 와중에 복제인 아이는 자신의 본체인 다카시로 아키코를 만나게 된다. 조금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던 이야기가 아키코의 등장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는 이야기가 되었다.  아이가 없다는 아키코에게 자신과 똑같은 두 아이의 등장은 잃었던 자식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 예상했으나, 아키코는 두 아이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자식이 아닌 완전하게 젊은 자신을 대면하는 일. 생각해 보니 유쾌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라져 버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일까?  [드레곤 라자]에서 였나?  완전한 자신과 마주치게되는 숲에서 느꼈던 그 공포감이 왠지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지막 장면에 외모말고는 성격과 전부 다른 두 아이 마리코와 후타바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레몬을 먹는다. 이 소설 대로라면 복제라는게 뭔가 싶다. 복제했더라도 전혀 다르게 자라면 다른 사람 아닐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복제인간을 자식으로 키우는 기분은 어떨까? 리뷰를 쓰다가 보니 이 소설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쓰다보니 안 시시하네. ㅡㅡ; 

책은 레몬이라는 제목답게 양장이 레몬색이다. 레몬색 책갈피 끈이 매력적으로 늘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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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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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세이 자동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공들인 값도 못하고 팀장인 본인만 밀려난 사쿠마 순스케. 기분도 그렇고 해서 자신을 밀어낸 부사장 가쓰라기 가쓰토시의 집 앞을 어슬렁 거리다가 누군가가 담을 넘는 장면을 포착한다. 그 누군가를 미행하다가 어린 여자라는 것을 알게되고 혼자 호텔에서 방을 잡으려는 순간 도와주는 척 말을 걸어 부사장의 딸이 담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담을 넘은 부사장의 딸 주리는 자신이 부사장의 전 애인의 딸이며 집에는 가기 싫고 유산을 미리 받을 수 있다면 나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밀려난 앙갚음과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없는 주리의 상황이 맞물려 유괴 게임을 함께 진행하기로 한다. 굴려대는 잔머리, 메시지를 받는 방법과 돈 받을 방법에 대한 궁리, 그 사이 출근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겹겹이 펼쳐지고 무사히 돈을 받고 확인에 또 확인을 거친 후 주리를 돌려보내는데, 그 와중에 주리와 살얼음같이 얇은 사랑을 하게되고 섭섭한 이별을 하게된다. 집에 돌아간 줄 알았던 주리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고, 얼마 후 뉴스에 돌아오지 않는 주리에 대한 뉴스가 사진과 함께 방송된다. 그리고 얼마 후 살해된 체 발견된다. 

게임이 싱겁게 끝난다고 생각한 순간 소설은 뒤집어진다. 순스케는 스스로 짜낸 게임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펼쳐놓은 촘촘한 덫에 본인 발목이 잡힐 상황이다. 누가 누구를 상대로 게임을 한 것인지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아주 재밌었다. 물론 마무리를 아주 깔끔하게 해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 덕분에 더욱 속시원하게 끝이 난다. [용의자 X의 헌신]과 [편지]를 읽은 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었다. 도대체 작가의 머리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책은 양장으로 손에 잘 잡히는 사이즈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면 하루에 다 읽을 정도의 분량이다. 표지를 벗기니, 검정색 바탕에 보일듯 말듯하게 인쇄된 제목이 매력적이다. 물론 양장의 꽃 책갈피 끈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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