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묻다 - 질문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의미
그레고리 스톡 지음, 공병호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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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꽂이에서 우연히 이 책을 뽑았는데, 답 없이 질문 뿐이다. 혹시나 싶어서 끝까지 훑어봐도 내 대답에 대해 풀이할만한 것이 없다. 읽어보고 대답하고 혼자서 잘 생각해 보라는 것일텐데, 책이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빌려왔다. 책의 시작은 무시하며 읽었는데, 책을 덮을 때는 여백이 좀 있기는 하지만 A4 서른두페이지짜리 나만의 답지를 만들게 되었다. 내 답에 내가 갑갑하여 기록을 남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만들어 놓고나니 이것도 참 기가막히기는 하다.


질문은 대부분 여기의 이야기라기 보다 저기의 이야기다. 덧붙여,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질문들이 어떻게 성찰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으나 답을 쓰고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유익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에 답변하면서 알게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상처받기 싫어 상대를 무시하거나 피해다니는 일이 빈번했고, 쓸데 없이 당당하게 굴거나 가끔은 나 자신에게 부끄럽고 비겁한 사람이었다. 지금 현재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있고 아무 꺼리낌이 없다면 행할 수 있다는 나의 대답은 섬뜩했다. 그 생각이 오래된 것이어서 더욱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혼자 노래한 적이 언제냐, 다른 사람에게 불러준 적은 언제냐는 질문에는 괜히 우울해 지기도 했었다. '노래할 정신이 어딨었겠어'라고 변명해 보지만, 나를 위해 노래하나 흥얼거릴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지 깨닭았다. 마음에 빈틈이 많아 이런 질문들을 갖다 꽂으면 다 꽂혀 버리게 허술해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마음 속에 따뜻한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 질문들은 답해 놓고 괜히 뿌듯했다. 누구나 상반된 마음과 행동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발견하는 일이 불편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평생 한번도 받을 수 없는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지금의 나와 마주보게 되었다. 이 답변지를 봉하면서 내년에 다시 뜯어보겠다 생각했다. 물론 손으로 쓴 글이 아니니 컴퓨터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어, 지금 이 순간의 기록은 봉투에 봉하기로 했다. 내년 6월에 잊지말고 뜯어보고 다시한번 돌아봐야지 생각했다. 그때는 유언장도 같이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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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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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다르고 나라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빌 브라이슨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묘하게도 내 어린 시절과 닮았다. 물론 미국의 화려했던 그 시절이 요즘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위트있는 문체와 재밌는 과장법으로 참으로 글을 달달하게 쓰는 작가가 빌 브라이슨이다. 그런, 빌 브라이슨의 어린시절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경험은 매력적이었다.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어찌나 낄낄거리게 되던지. 1951년 미국 중부 지역인 아이오와 디모인에서 베이비 붐 세대의 중간 즈음에 태어난 저자는 자신이 엘렉트로 별의 볼튼 왕이 부모님께 맡겼다고 생각하며, 우연히 발견한 낡은 스웨터로 '선더볼트 키드'로 완벽 변신했다. 나의 어린 시절 보자기를 목에 묶고 장독대에서 뛰어내리던 것이 생각나며, 어렸을 때 그 마당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재미난 아버지와 독특한 어머니에 대한 묘사, 뛰어난 어린이 과학자로 시험정신이 뛰어나 집을 날려버릴 뻔한 월러비 형제, 화물차에서 맥주를 차떼기로 훔친 그 유명한 스티븐 카츠 등 빌 브라이슨의 뛰어난 기억력과 묘사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물들은 내가 아는 악동들 이야기 처럼 재밌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계속 즐거운 것은 아니다. 엄청난 소비, 변화하는 세상의 넘쳐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만화, 광고, 아버지의 직업과 연관된 스포츠, 넘쳐나는 전자제품과 건강에 좋다고 포장되었던 담배와 무지로 인해 방사능 낙진이 몸에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강제로 민방공 훈련을 받는 중 혼자 책상에 멀쩡히 앉아 있다가 혼난 일들, 아직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빨갱이 색출과 같은 별로 접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 이들에게도 있었다는게 씁쓸한 웃음을 나게한다. 뭐, 진즉에 알고는 있었지만 미제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번 더 한다.  물론, 이런 갑갑한 이야기도 빌 브라이슨이 쓰면 경쾌하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원서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왕이면 저자를 만나 그럴듯하게 수다를 떨었으면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꼭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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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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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인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너무 강해서 케릭터에 스미지 못하는 배우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눈에는 그가 딱 그랬다. 그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생각했고 뭔가 초점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연기를 볼때마다 불편했다. 다양한 선행이 알려지고 냉장고 광고에서 추는 어색한 춤이 볼때마다 불편했었다. 그런데, 그의 소설은 의외로 괜찮았다. 이제 작가 차인표로 기억할까 싶다.

내용은 색다를게 없고 한 없이 착하다. 산골 마을에 순박한 소녀와 들러가던 소년의 사랑이 '소나기'처럼 펼쳐지고 그 사랑은 이루지지 못하고 끝까지 어렵다. 그 사이 나라는 빼앗기고 일본 군장교는 자신의 신념에 회의를 느끼고 호랑이는 사라지고 결국 위안부로 잡혀간 소녀는 다 늙어서 돌아온다. 돌아와 보니 아직까지 소년이 죽지 않고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는 이야기다. 자라지 않는 제비와 뭔가 현실과 동떨어진 환타지 같은 이야기가 용서라는 이름으로 풀려나간다. 

색다를게 없는 내용에도 착한 문체로 아주 쉽게 잘 읽힌다. 첫번째 소설로는 아주 성공한 소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차인표 작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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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빵, 파리
양진숙 지음 / 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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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입맛이라 간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어렸을 때 과자나 빵을 많이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과자나 빵도 그다지 찾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읽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그래도 의심가는 마음이 있어 리뷰도 찾아 읽어보고 결국에는 빌려 읽었다. 다 읽고 난 후에 장바구니에도 담아 넣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도 꼭 가봐야겠다거나, 불어 한마디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는데, 책에 나온 빵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나 혼자 까페에 들러 커피한잔과 간단한 간식 또는 식사를 주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정말 빵 이야기다. 저자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고, 프랑스 빵 이야기와 빵과 관련하여 만나게된 사람의 이야기, 프랑스에 타지의 빵을 갖고온 외로웠던 왕비들의 이야기, 빵을 괄시해서 전쟁에서 진 이야기, 생전 처음 접하는 프랑스 빵의 이야기와 까페 이야기, 까페에 얽힌 사랑 이야기 커피이야기와 와인 이야기가 살짝 나온다. 잡생각 안들고 머리 시끄러운 이야기가 없는데다가 꽤 예쁜 사진과 더불어, 이 책의 빵이야기는 달달하게 사랑스럽다. 빵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몇가지는 입에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딸기가 듬뿍 얹어진 딸기 타르트를 입에 넣고 데미타스에 담겨진 걸쭉한 에스프레소를 쪽 소리나게 빨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딸기의 향과 달달한 맛과 에스프레소의 시큼하면서 떫은 맛이 입속에서 회오리 칠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면 방금 나온 뜨거운 바게뜨를 손으로 뚝 분질러 모락모락 김이나는 부드러운 속과 바삭한 겉을 오물오물 씹어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퇴근 길에는 제과점 들러야겠다. 

별 생각 없이 후루룩 읽기 좋고, 현실의 뻑뻑한 맛이 싹 사라지게 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구질구질한 일상을 조금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랄까? 작은 사이즈에 짱짱해 보이는 책이 마음에 들지만 표지는 내용보다는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양장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http://blog.naver.com/petite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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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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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좀 순하려니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쎄다. 무슨 이런 가정이 있는가 싶게 삭막한 분위기.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지하철 역에 버려지고, 지하철 상황실에 방치되고 낯모르는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아무리 엄마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고해도 아버지는 아이가 없어졌는데 실종신고 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배선생이라는 새엄마와 동떨어지게 먼듯 느껴지는 여동생이 생겼지만, 집 안의 생활에서는 완전히 이방인이 된다.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와 철저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배선생.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는 배선생과 대면하기 싫어서 빵으로 연명했다. 그 인연으로 드나들던 빵집이 여동생을 성추행 했다는 누명쓰고 도망나왔을 때 숨은 안식처가 된다. 이야기 정말 쎄다.

가출해서 빵집에 숨어 살면서 점장인 마법사와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파랑새와의 동거 상황을 끝까지 읽고 보면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아비다. 어머니의 자살 원인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알 법도 하다.  그런데, 숨겨진 곳이 왜 하필이면 오븐일까? 오븐에 들어가면서 오븐 켜지말라고 애원하든 외쳐대는 주인공의 절규가 안타까우면서도 웃기게 들렸다. 사람이 오븐에 들어가 오븐이 켜지면 죽는게 맞는데, 오븐에 들어가는 느낌이 왠지 따뜻하다. 마법 오븐 뒤에 숨겨진 공간 때문일터!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인터넷 판매하는 다양한 마법과자들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것을 사용하고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경고문이 있었다는 자체는 잊은체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내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남탓이 제일 빠른 회피법이니까.

이야기는 빠르고 재밌다. 기대했던 것 보다 이야기가 좀 쎈 것에 놀랐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즐거웠다. 그러나, 주인공의 정신상태가 열 여섯살의 고등학교 1학년생이라기 보다 20대 초반은 된 듯 한 느낌이 든다. 삶 자체가 너무나 큰 사건들을 지나와서 그런가?  케릭터가 살아 있다기 보다 조금은 정체된 느낌이 든다. 점장도 파랑새도 배선생도 심지어는 아버지도 다 같은 사람이 분장만 달리하고 연기하는 기분이랄까? 몽마 케릭터만이 살아서 팔딱거리는 느낌이 나는 건 나 뿐이려나? 마지막에 점장에게 선물 받은 특별한 선물을 사용하거나 못하거나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양장의 표지가 아주 예쁜데, 뒷면에 인물 그림 때문에 좀 아니다 싶다. 양장의 꽃인 책갈피 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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