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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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으로 시작된 히가시노 게이고 책읽기는 멈춰지지가 않는다. 읽을 작품도 많거니와 가벼우면서도 마지막에 후려치는 맛이 있는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타일이다. 이 소설도 역시나 그렇지만, 밀실 살인을 추적하는 그 모양이 조금은 김빠지는 소설이었다. 초기 소설이라니 그걸 알고 읽었으면 좀더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싶다. 

나오코는 오빠가 자살한 일에 대해 타살이라는 생각을 접지 않고, 오빠가 살해당한 시즌에 오빠가 살해당한 펜션 '마더구스'로 향한다. 외진 곳에 있어서 매년 같은 시점에 같은 손님이 와서 묵는다는 펜션에 작년과 같은 투숙객이 모이고 또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원래는 영국인 부부의 소유였다가 마스터가 인수한 펜션의 각 방에는 영국의 전래 동요 '마더구스'의 작품 제목을 딴 방들이 있고 또 그에 관한 노래가 걸려 있다. 이런 소재를 갖고 추리하는 일을 즐겨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냥 그랬다. 뭘 힘들게 이런걸 따지고 있나 싶었다. 결정적인 단서라는 것들도 그냥 흥미가 없었다. 

결국 범인은 밝혀지고 범인이 얼마나 허무한 짓을 했는지도 밝혀지고 나오코의 오빠가 살해되기 전에 살해된 보석가게 주인과 관련된 인물의 등장으로 사건의 해결은 급 물살을 타지만 기대했던 치밀한 맛보다는 뒤엎고 다시 또 뒤엎는 느낌이 강해 제대로 뒷통수 치는 듯한 감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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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2
고진우 지음 / 갤리온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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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무 쓸데 없는 것에 흥분하고 재밌어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빼들었으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 이런 책에서 뭔가 큰 것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음이 분명한데 왜 실망을 했을까? 다 읽고 생각해 보니 이 책에서 뭘 기대했다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신기한 물건을 좋아하고 구입하지 않더라도 꽤 탐을 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물건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다루고 있는데, 소개하는 물건들의 기준도 모르겠고 그 내용이 턱 없이 부족하다. 뭘 더 상세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사진 몇장과 설명, 그 아래 얼리어답터들이 올린 듯한 간단한 답글 정도가 다였다. 좀더 재밌는 소개도 가능했으리라 보는데 아쉬움이 많다. 오래전에 이와 비슷한 책을 본적이 있다. 그때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런 책은 구입하기보다 빌려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책으로 묶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재미난 물건을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 보다 내가 기분 별로 않좋은 날 들러보는 펀샵(http://www.funshop.co.kr)을 찾아가보는게 더 즐거운 경험이 아닐까 싶다. 이미 장성한 백구 K의 성장과정도 볼 수 있는 1300K(http://www.1300k.com)를 들러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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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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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 처음 봤을 때, 오래 전에 읽었던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비명을 찾아서]는 우리가 일본에 해방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 하에 쓰여진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의 사생활]은 가정된 역사에 대한 소설이라는 것은 같지만, 과거에 묶인 모양새라기 보다는 앞으로 만들어질 미래에 대한 끔찍한 예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 한다는 가정.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힘들일이려나?

읽기 전에 소설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언젠가는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의 사생활이라니, 그러나 읽다보면 이 곳에 과연 국가가 있나 싶다. 리강이 평양에 다녀온 일을 기준으로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통일 직전 북한의 현실과 통일 후의 통일 한국의 어정쩡한 상황들이 그대로 비친다. 정치 통합은 모르겠으나 무너저버린 행정으로 국민의 민생도 함께 무너지는 이야기는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통일이 아주 오래 미뤄졌으면 하는 바램까지 들게했다. 대포인간과 제대로 치유할 시간 없이 만나버린 북한과 남한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에 불이 붙으면서 다 같이 저물어 간다. 겉모습은 인간이나 속은 짐승이나 괴물인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게 편하지도 않고 깊이 있다고도 말 못하겠지만, 재미없다고도 말 못하겠다.  좀더 길고 치밀하게 썼다면 몹시 흥분하면서 읽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묘사나 서술 보다 대사가 많은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호흡을 따라잡지 못할때가 있다. 이 소설이 꼭 그랬는데, 분량이 많지 않으니 몇일에 걸쳐 읽는 것 보다는 한 호흡에 읽는게 좋겠다는 생각했다. 내용의 무게보다 소설의 무게가 무겁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책갈피끈이 있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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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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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가 취미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전에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지적 허영에 비해서 책을 읽은 양은 터무니 없이 적었고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독서가 아닌지라 한계가 너무 빤히 보였다. 지금도 열심히는 읽고 있으나, 거듭되는 잘못된 선택과 내가 어떤 취향의 책을 좋아하는지 뾰족하게 알 수 없어 궁금증을 풀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시골 살때 내가 생각하는 학교 도서관은 집이 좀 살고 공부 좀 하는 아이가 잘난척하려고 선생님과 어울리는 몹쓸(?) 장소였고, 그나마도 늘 잠겨 있었다. 엄마의 사재기로 책장에 채워지던 위인전과 과학만화, 세계고전명작은 유치하거나 촌스럽거나 너무 어려워서, 엄마가 책 한질을 더 살수록 책에 대한 흥미는 줄어들기만 했다.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믿지 않지만, 어릴 때 소심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어서 친구들과 책을 나눠보고 대화를 나누는 일도 힘들었었다. 그러다가, 내가 처음 "책"이라는 것에 솔깃하게 된 것은 언니의 책장에서 이외수 선생님의 [개미귀신]을 발견한 중학교 때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책읽는 생활에 접어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내 주변에는 [개미귀신]을 읽은 이도 없었고 이야기 하면 애들이 싫어했었다. 그렇다고 다섯살이나 많은 언니와 독서토론을 하기에 내 표현력은 정말 불쌍한 수준이었다.

그 후로도 책읽기를 멈추지는 않았지만, 가슴 아프게도 독서 열망을 꾸준히 이어갈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만들 수도 없었다. 사람 사는게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닌지, 아버지의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책 한권 두는게 사치스러울 정도로 작은 방에서 생활하는 일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책과 멀어지게 만들 만한 학교에 들어가 맘고생을 하기도 했었고, 대학이랍시고 들어갔더니만 책읽을 시간은 커녕 잠잘 시간도 없었다. 대학 졸업장 받아 들자마자 소풍가듯이 들어간 대학원에서 나의 바닥을 보게되지 않았다면, 책을 열심히 읽을 마음을 먹었을까? 너무 자주 직면하게 되기는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뼈져리게 느끼는 일은 충격적이고 충분히 불쾌했다.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사실과 그런 사실을 제대로 글로 써내지 못하는 답답함. 내가 모르는 책과 사상들 때문에 질려버릴 지경이었고 그래서 무조건 읽고보자 독서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적 허영심 때문에 시작한 독서가 재미가 되었고, 버릇이 되어서 요즘은 좋다. 이런 낙 없이 어찌 살겠나 싶다.  

이 책을 덮으며, 조금은 천천히 읽을 것과 가끔은 메모나 줄긋기 정도는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책을 보더라도 묵혀두고 기다릴 줄도 아는 내가 괜히 기특하다는 생각도 했다. 책읽기에 회의가 든다거나 이 취미가 좀 질린다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어떨까한다. 그렇다고 큰 기대없이 읽는다면 꽤 괜찮은 책이고 책의 표지나 편집은 지극히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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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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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그분이 세상에 계셨다는 것을 알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신 분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전하는 그 많은 말들을 보며 어떤 분인지 궁금했지만, 쌓여 있는 책 때문에 이 책을 언제 읽을지는 기약이 없었다. 지인이 보내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읽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 읽은 지금 미리 이 분의 책을 읽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마음을 열고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자 했건만, 독서에 몰입한 시간이 너무 짧아 많은 분들을 아쉽게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를 쓰기 전에 고통 속에서도 이런 상큼한 글을 써내셨던, 아름다운 영혼 장영희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인쇄가 끝나고 책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신 것이 뒤늦게 마음 쓰인다.   

내 마음이 내려앉아서 그런지 장영희 선생님 본인은 싫어하시겠지만, 몸이 불편한 것에 마음이 쓰였다. 불편하다는 사실을 불편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내 부주의로 발톱이 빠졌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절둑거리면서 그 아픔과 불편함을 입으로 떠들고 다녔었는지, 방향감각이 없는 일도 어찌나 창피했는지, 아무것도 안하는 무위의 재능이 부끄러워 말로써 부지런 떨었던 나날들과 서슴없이 뱉어내는 말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처입혔는지 새삼 부끄럽다. 평범한 판형에 깨끗하고 마음편해지는 그림이 따뜻하고 솔직한 글과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 

이 책을 다 읽고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눈물을 쏟아 냈다. 엄마가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고비를 넘어서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치면서 왔다. 가족이 암에 걸리면 온 가족이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는데 우리는 그냥 잘도 지나간다 싶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처가 없다는게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삶의 애정이 가득차 천장의 얼룩까지 정겨워 보이는 상황이라는 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수 없는 것 아닐까? 나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으나 엄마를 보고 있자니 삶에 대한 애정이 저런 것이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에필로그에 언급된 빨간약. 엄마의 여러 개의 주사약 중에 갈색 비닐에 싸여 나왔던 그 빨간색 주사약. 항암주사 맞는 환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그 약이다. 혈관을 상하게 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맞아야 하고 그 내려가는 속도 만큼이나 효과도 빨라 온몸이 삭아들어가는 느낌이 나게 하는 약이다. 맞은 후에는 눈이 시리고, 구토와 메스꺼움으로 몸을 괴롭힌다. 한 15일 즈음 지나 약이 온몸에 퍼지면 체모가 빠지는데다가 약한 눈은 물론이거니와 손끝과 발끝이 뜯어지게 아픈 약이다. 그 약을 견뎌낸 엄마가 다 빠져버린 속눈썹 때문에 거울 앞에 앉아 연신 눈썹을 그리며, 가발을 내려쓰는 걸 보면서 아침마다 속상해서 그런가?  빨간약 소리에 이렇게 눈물을 펑펑 쏟아 내게 될 줄은 몰랐다.  

전에 내가 알던 '빨간약'은 일명 '아카징끼'라고 부르는, 시골에 살때 배 아플때 배꼽에 바르고,머리 아플때 머리에 바르면 귀신같이 낫는다는 만병통치(?)의 약인데, 같은 빨간 약이면서도 어찌나 이리 다른지. 그 아픈 약이 엄마의 만병통치약이었기만을 바란다. 어쨌든, 이제 방사선 치료와 더불어 항암치료도 끝이 났다. 검사결과는 깨끗하다고 했다. 수술 부위에 작은 물집이 잡혀 있다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서른 두번의 방사선 치료와 여덟번의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 온몸의 통증 때문에 몸이 않좋아 운동을 할 수 없어서 팔에 부종이 오기는 했지만, 운동을 하면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약을 1년간 먹기로 했다. 어쨌든, 마음이 편하게 내려 앉아서 그런가?  엄마 아픈 동안 잘 흘리지도 않았던 그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 괜히 울고 나서 생각했다. 나는 사지도 멀쩡하고 내가 암에 걸린 것도 아니고, 마음 다잡고 엄마의 아픔을 마음으로 나누고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행복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리 구질거리나 싶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지 설움에 겨워 허우적 거린게 부끄럽다. 내공의 크기가 다르니 선생님이야 투병 중에도 이런 상큼한 글을 쏟아내셨겠지. 감사의 편지라도 써서 하늘에 띄워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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