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읽기가 취미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전에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지적 허영에 비해서 책을 읽은 양은 터무니 없이 적었고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독서가 아닌지라 한계가 너무 빤히 보였다. 지금도 열심히는 읽고 있으나, 거듭되는 잘못된 선택과 내가 어떤 취향의 책을 좋아하는지 뾰족하게 알 수 없어 궁금증을 풀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시골 살때 내가 생각하는 학교 도서관은 집이 좀 살고 공부 좀 하는 아이가 잘난척하려고 선생님과 어울리는 몹쓸(?) 장소였고, 그나마도 늘 잠겨 있었다. 엄마의 사재기로 책장에 채워지던 위인전과 과학만화, 세계고전명작은 유치하거나 촌스럽거나 너무 어려워서, 엄마가 책 한질을 더 살수록 책에 대한 흥미는 줄어들기만 했다.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믿지 않지만, 어릴 때 소심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어서 친구들과 책을 나눠보고 대화를 나누는 일도 힘들었었다. 그러다가, 내가 처음 "책"이라는 것에 솔깃하게 된 것은 언니의 책장에서 이외수 선생님의 [개미귀신]을 발견한 중학교 때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책읽는 생활에 접어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내 주변에는 [개미귀신]을 읽은 이도 없었고 이야기 하면 애들이 싫어했었다. 그렇다고 다섯살이나 많은 언니와 독서토론을 하기에 내 표현력은 정말 불쌍한 수준이었다.

그 후로도 책읽기를 멈추지는 않았지만, 가슴 아프게도 독서 열망을 꾸준히 이어갈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만들 수도 없었다. 사람 사는게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닌지, 아버지의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책 한권 두는게 사치스러울 정도로 작은 방에서 생활하는 일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책과 멀어지게 만들 만한 학교에 들어가 맘고생을 하기도 했었고, 대학이랍시고 들어갔더니만 책읽을 시간은 커녕 잠잘 시간도 없었다. 대학 졸업장 받아 들자마자 소풍가듯이 들어간 대학원에서 나의 바닥을 보게되지 않았다면, 책을 열심히 읽을 마음을 먹었을까? 너무 자주 직면하게 되기는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뼈져리게 느끼는 일은 충격적이고 충분히 불쾌했다.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사실과 그런 사실을 제대로 글로 써내지 못하는 답답함. 내가 모르는 책과 사상들 때문에 질려버릴 지경이었고 그래서 무조건 읽고보자 독서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적 허영심 때문에 시작한 독서가 재미가 되었고, 버릇이 되어서 요즘은 좋다. 이런 낙 없이 어찌 살겠나 싶다.  

이 책을 덮으며, 조금은 천천히 읽을 것과 가끔은 메모나 줄긋기 정도는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책을 보더라도 묵혀두고 기다릴 줄도 아는 내가 괜히 기특하다는 생각도 했다. 책읽기에 회의가 든다거나 이 취미가 좀 질린다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어떨까한다. 그렇다고 큰 기대없이 읽는다면 꽤 괜찮은 책이고 책의 표지나 편집은 지극히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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