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서 처음 봤을 때, 오래 전에 읽었던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비명을 찾아서]는 우리가 일본에 해방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 하에 쓰여진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의 사생활]은 가정된 역사에 대한 소설이라는 것은 같지만, 과거에 묶인 모양새라기 보다는 앞으로 만들어질 미래에 대한 끔찍한 예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 한다는 가정.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수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힘들일이려나? 읽기 전에 소설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 언젠가는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의 사생활이라니, 그러나 읽다보면 이 곳에 과연 국가가 있나 싶다. 리강이 평양에 다녀온 일을 기준으로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통일 직전 북한의 현실과 통일 후의 통일 한국의 어정쩡한 상황들이 그대로 비친다. 정치 통합은 모르겠으나 무너저버린 행정으로 국민의 민생도 함께 무너지는 이야기는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통일이 아주 오래 미뤄졌으면 하는 바램까지 들게했다. 대포인간과 제대로 치유할 시간 없이 만나버린 북한과 남한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에 불이 붙으면서 다 같이 저물어 간다. 겉모습은 인간이나 속은 짐승이나 괴물인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게 편하지도 않고 깊이 있다고도 말 못하겠지만, 재미없다고도 말 못하겠다. 좀더 길고 치밀하게 썼다면 몹시 흥분하면서 읽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묘사나 서술 보다 대사가 많은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호흡을 따라잡지 못할때가 있다. 이 소설이 꼭 그랬는데, 분량이 많지 않으니 몇일에 걸쳐 읽는 것 보다는 한 호흡에 읽는게 좋겠다는 생각했다. 내용의 무게보다 소설의 무게가 무겁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책갈피끈이 있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