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 이욱연의 중국 문화기행
이욱연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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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며, 이 책에 나온 많은 지명들이 내게 익숙하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그 익숙한 지명에 익숙한 영화들이 얹어졌을 때 더욱 놀라웠다. 장소와 영화를 연결지어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그곳에 이야기가 더해졌을 때는 즐거웠다. 그 땅을 밟았던 기억과 영화의 감동을 끄집어내 읽는 내내 행복했던 책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귀동냥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연결되는 고리가 없어 이야기들이 둥둥 떠 다니고만 있었는데, 쉬운 말로 조근조근 설명되는 중국 이야기에 뜬 구름 잡 듯 떠다니던 이야기가 한줄로 연결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행기를 쓰려면 이 정도는 써야하는 것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깊이가 몹시 부러웠다. 반 정도가 방문했던 장소이고 반 정도의 영화를 본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행기도 다시한번 읽어보고 영화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색.계]의 그 특별한 배경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는 늘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마오의 문혁 이야기와 연결되고 다시 문혁 때문에 쓰리고 아팠던 [폐왕별희]의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송성가무쑈에서 보며 감동받았던 [청사] 이야기는 서호의 풍경을 다시 연상시켰고 끝없는 자전거를 경험한 적이 있어 더욱 와 닿았던 [북경 자전거]가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송가황조]의 자매의 갈라진 인연은 영화로 꼭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러움과 향이 강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걱정해서 많이들 꺼리는 여행지면서도 싼 패키지 가격에 한없이 몰려가는 곳이 중국이다. 여행지로써의 중국을 사랑하는 나로써는 이 책이 즐겁고 나에게 중국을 알려주고 많은 곳을 방문하게 해준 이에게 몹시 고마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은 올 컬러에 적절한 사진이 잘 편집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종이의 질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한손으로 펴 들고 읽기에 약간 무겁지만, 충분히 들고다니면서 읽을만 하다. 


베이징- 패왕별희, 북경자전거 / 샹하이- 완령옥, 색.계 / 홍콩- 중경삼림, 첨밀밀 / 충칭- 스틸 라이프 / 텐진- 인생 / 시안- 신화, 영웅 / 꽝저우- 황비홍 / 항저우- 청사, 양축 / 샨뚱- 붉은 수수밭 / 허뻬이- 귀신이 온다 / 난징- 송가 황조 / 후난- 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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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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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소설은 처음이다. 100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이 소설들이 지금까지 즐겨 읽힌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리덴브로크 교수가 어느 고서점에서 아이슬란드의 연금술사가 남긴 고문서를 발견하고 해독하다가 비밀 쪽지를 발견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교수의 조수인 악셀은 우연찮게 암호를 풀고 그 어마어마한 내용 때문에 그 비밀을 밝히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에는 비밀을 토설하고 약혼자를 지상에 둔 체, 지구 속 여행에 끌려가는 슬픈 이야기다.

아이슬란드의 화산 분화구에서 지구의 중심까지 이어진 길에 대한 암호 쪽지를 따라 교수와 그의 조수는 아주 어려운 여행을 떠나고 안내인인 한스의 대단한(!) 도움으로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지하세계의 이야기는 놀라움을 자아내고 저자의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인지 놀라움이 끊임이 없었다. 지하 세계의 바다와 그 세계의 고대 괴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나름의 기상이변 등에 넋을 놓고 읽다가 교수가 다이너마이트로 동굴을 폭파하려 드는 장면에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어찌 동굴 속에서 동굴을 파괴할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어쨌든 빨리 지상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좋지만, 자신이 파괴한 지하세계에 대한 자각은 왜 없을까? 작가가 살던 세계에는 그 정도 자각이 생기기 전일까? 느닷없이 대단하게 큰 버섯과 원시림 그리고 그 속에 사는 거인과 바다괴물들이 너무 안스러워 눈물이 날 뻔했다.

책은 손에 들고 읽기 좋다. 하지만, 책에 나의 빈약한 상상력을 도와줄 지도가 첨부되어 있었으면 하는 강력한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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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여행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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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주제를 가질 수는 있으나
주제를 소설에 부여하는 것은 독자이지 작가가 아니다. 

-Michel Tournier  

책을 다 읽고 약간 멍한 기분이 들어 있을 때, 마지막에 발견한 이 문장은 머리를 한대 치고 지나갔다. 그렇지! 소설이 주제를 가질 수 있으나 주제를 소설에 부여하는 것은 독자인거다. 읽는 사람 마음 인거다. 은유와 상징적인 표현이 많고 종교와 철학이 뒤섞인 이 소설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인 것이고, 느끼고 못 느끼는 것은 독자의 깊이 문제인 것이다. 이 짧은 글을 읽고 머리가 아파왔다. 내 깊이는 원래 들여다 보면 보여야하는 깊이인데, 시커먼 저 속을 들여다 보려니 힘겨웠다. 재밌게는 읽었다. 그런데, 내가 뭘 느낀 걸까? 

유아 세례를 받았기에 나의 어렸을 적 기억은 대부분 성당에서 시작하고 성당에서 끝난다. 특히나 오랜시간 연습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무대에 올리는 연극은 늘상 마구간의 구유에 빛나는 아기가 누워있는 장식과 함께 했다. 그래서 아기를 둘러싸고 서 있는 동방박사는 장식적인 의미에서 매우 친숙했다. 하지만, 그들이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제법 긴 종교생활을 하면서도 너무 종교를 설피 생각한 걸까? 성서나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도무지 머리 속에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영감을 받고, 저주받은 도시 소돔과 정적에게 포악했던 헤로데 대왕을 엮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첫번째 등장하는 왕이 이집트 남쪽 '메로에'라는 왕국의 가스파르 왕이었다. 본인을 포함한 모든 백성이 흑인이라 다른 인종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어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이 왕이 노예시장에서 금발의 백인 노예를 사고 그 노예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검은 자신과 백성의 모습이 추하다고 느끼면서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매 인 줄 알았던 금발 노예가 연인임을 알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길을 떠나게 된다. 떠나던 길에 예술에 빠진 니푸르의 왕 발타자르를 만난다. 오직 예술작품에 관심이 있던 발타자르 왕은 우상숭배를 경계하는 집단의 공격으로 아름다운 박물관을 잃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하얗게 변할 만큼 수심에 잠겨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 권력 싸움에 밀려 도보로 여행하는 멜쉬오르 왕자가 만나 동방박사 행렬을 이룬다. 이 행렬은 헤로데 왕의 환대를 받으며 예루살렘의 성문을 넘는다. 이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를 만나 마음을 치유받으나 아기 예수를 경배 후 돌아와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잔인한 헤로데 왕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대천사의 갈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들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던 중 마지막 등장인물이 나타난다. 환상의 과자 '라이트루쿰'을 찾아 나선 타오르 왕자다. 등장인물 중 가장 애정이 가고 흥미 있게 읽은 이야기이나, 이야기 속에서 타오르 왕자가 겪는 아주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은 말도 못하다. 과자의 제조법을 알아내겠다고 나선 항해에서 고생하고, 아기 예수를 만나려 하나 한발 늦고, 소돔에 들어서 시련에 닥치고, 결국 빈털털이가 되고, 엉뚱한 자신감에 나서서 느닷없는 희생을 하게되고, 33년간의 지독한 노동 후 예수가 떠난 그 성찬에서 최초로 성체를 모시고 빛 기둥이 내려와 천사들이 타오르르 데리고 하늘로 올라간다. 

휴... 도대체 뭘까? 주제를 부여해야하는 독자인 내가 길을 헤매고 있다. 종교색이 짙은 글을 재미나게 읽었으나, 뭘 생각해야하는지는 두고두고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내면에서 찾아야 할 것과 버려야할 욕심 끝에 얻을 수 있는 일들, 희생의 의미와 두려움을 넘어야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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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구슬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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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안개 속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아프리카에 살던 소년이 자신이 속한 마을에 한계를 느끼고 떠나 낯선 세계에 발을 딛는 것으로 시작된다. 낯선 세계의 냄새는 유목민 친구로부터 시작해서 카메라를 들고온 금발머리 여성과 마을에 들르는 장사꾼, 돈을 들고 달아난 흑인으로 이어지고, 문명 세계라는 곳으로 들어선 소년이 그 낯선 세계에서 본 오아시스의 이미지는 박제되어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자신도 이미 박제가 된 듯 느끼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앞으로 간다. 이야기의 이미지는 주인공 이드리스의 마음 속에 고여있는 이미지와 세상이 이드리스는 보는 이미지로 나뉘어 있다.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 것이 옳은지는 누가 알 수 있으려나?  나는 '나'이지만 제대로 '나' 일 수 없는 복잡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익숙하던 오아시스를 떠나 낯선 세계에 떨어져 노동자로 살면서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그 이미지에 포함되어 가고 있는 주인공은, 처음 사막에서 찍힌 사진으로, 시작하여 영화로, 광고와 쇼윈도의 마네킹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대로 보여지고 움직이고 조작되고 심지어는 만들어지는 이드리스의 이미지는 자신 스스로의 이미지라기 보다 남이 뒤집어 씌운 이미지로 점차 발전되어 간다. '붉은 수염'의 이미지도 '금발 여왕 초상화'의 이미지도 어쨌든 본연의 빛이 아니라 만들어진 이미지인 것이고, 아무리 오아시스의 아이 이드리스가 자신과 어울리는 낙타를 데리고 파리 시내를 횡단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시야에 포용할 수 없는 이미지라면 없는 것이나 마찮가지인 것이다. 수 많은 이미지가 둥둥 떠다니면서 포용과 거절의 쌍을 이루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마치 황금 구슬을 탈출시키기라도 하는 듯한 이드리스의 춤은 남들이 뒤집어 씌운 이미지의 탈출이 아닐까? 이주 노동자의 거리 구트도르 거리-Goutte d'or, 프랑스어로 '황금 구슬'이라는 뜻. 아랍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를 부수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고 현혹되고 편견을 갖게되면 의도하지 않은 중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소설에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대목이 참으로 많다. 처음에는 [연금술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읽으면서 쉬운 말로 곱게 써내려갔으면도 이렇게 어려운 이미지들을 흩뿌려놓고 숨어버린 듯한 저자가 얄밉다는 생각도 했다. 책은 양장에 책갈피 끈도 붙어 있다. 들고다니면서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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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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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너무나 못생긴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마음이 싸했다. 나는 짧은 시간 한 눈에도 너무 못생긴 남자를 만났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깊이 공감했다. 누구 하나 쓰지 않았던 못생긴 여자의 사랑이야기에 가슴을 쥐어짜며 읽고, 한참 동안 쓰기 힘들어 했던 리뷰를 쓴다.

우연히 알게 된 그는 너무 못생기고 특이한 사람이었다. 보편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특이해서 호기심이 일기는 했었지만, 재밌다는 생각 이상의 마음을 쓰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을 마주하게 되고 그 사람의 깊이를 보게 되었고. 그 속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마음과 생각들이 겉껍질의 추함에 가려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는 사람이 사람을 아는 일에 육체의 추함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 남자의 눈 속에 내가 있음을 알았지만, 고백은 한 없이 느리고 느린 일이었다. 소설의 그녀와 같은 이유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오랜 망설임은 고백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잠깐이지만 행복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없는 비겁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를 만나면서 알았다. 거리를 걸어 다닐때 느꼈던 그 시선들이 힘들었다. 둘이 있을 때 문제 되지 않았던 것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불편해져버렸고,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그가 남자가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만 보여 매력이 떨어졌다는 느낌까지 들어버렸다. 나는 참아내지 못하고 마음을 밝혔고, 결국 그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돌아선 그가 얼마 후에 보낸 연서를 읽으며 몇일 동안 눈물을 쏟아내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손을 잡지 못했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의 손을 잡을 자신은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그를 떠올렸다. 그가 나와 헤어진 후에 집 앞에 놓고 간 기나긴 편지와 소설의 그녀가 쓴 편지가 중첩되고, 나와 조금은 다른 주인공의 마음이 얽히면서 어느 것이 소설이고 어느 것이 나의 이야긴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난 소설 속의 그들이 시작하는 연애에 눈물 흘렸고, 흘러가는 이야기에 마음을 놓았다.  내 연애가 행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 연애만은 행복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시작이 끝과 닿아 있는 이야기가 치명적인 결말로 치달았을 때, 누구하나 망가져야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실망했다. 그러나 다시 뒤집혀진 이야기에 역시 박민규다 생각했다. 박민규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이어 다시 80년대로 돌아왔고, 특유의 문체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빌려 읽었으나 다시 생각나 책을 사두고서 가만히 들여다 봤다. 왠지 다시 읽을 엄두가 안난다. 

덧붙임.
책을 덮으며 문득, 어느 한구석 예쁜 구석 없는데도, 본인이 예쁜 줄 알고 예쁜척 하는 어떤 이가 생각이 났다.  그 슈렉보다 못난 이가 머리에 스치자마자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마음이 전부, 모조리, 깡그리, 한톨도 안남고 사라져 버렸다. 왜 엉뚱한 얼굴을 기억해 내서 책의 감동을 망친 걸까 후회해 보지만 때는 늦었다. 슈렉은 귀엽기나 하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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