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너무나 못생긴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마음이 싸했다. 나는 짧은 시간 한 눈에도 너무 못생긴 남자를 만났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깊이 공감했다. 누구 하나 쓰지 않았던 못생긴 여자의 사랑이야기에 가슴을 쥐어짜며 읽고, 한참 동안 쓰기 힘들어 했던 리뷰를 쓴다.

우연히 알게 된 그는 너무 못생기고 특이한 사람이었다. 보편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특이해서 호기심이 일기는 했었지만, 재밌다는 생각 이상의 마음을 쓰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을 마주하게 되고 그 사람의 깊이를 보게 되었고. 그 속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마음과 생각들이 겉껍질의 추함에 가려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는 사람이 사람을 아는 일에 육체의 추함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 남자의 눈 속에 내가 있음을 알았지만, 고백은 한 없이 느리고 느린 일이었다. 소설의 그녀와 같은 이유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오랜 망설임은 고백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잠깐이지만 행복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없는 비겁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를 만나면서 알았다. 거리를 걸어 다닐때 느꼈던 그 시선들이 힘들었다. 둘이 있을 때 문제 되지 않았던 것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불편해져버렸고,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그가 남자가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만 보여 매력이 떨어졌다는 느낌까지 들어버렸다. 나는 참아내지 못하고 마음을 밝혔고, 결국 그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돌아선 그가 얼마 후에 보낸 연서를 읽으며 몇일 동안 눈물을 쏟아내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손을 잡지 못했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의 손을 잡을 자신은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그를 떠올렸다. 그가 나와 헤어진 후에 집 앞에 놓고 간 기나긴 편지와 소설의 그녀가 쓴 편지가 중첩되고, 나와 조금은 다른 주인공의 마음이 얽히면서 어느 것이 소설이고 어느 것이 나의 이야긴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난 소설 속의 그들이 시작하는 연애에 눈물 흘렸고, 흘러가는 이야기에 마음을 놓았다.  내 연애가 행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 연애만은 행복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시작이 끝과 닿아 있는 이야기가 치명적인 결말로 치달았을 때, 누구하나 망가져야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실망했다. 그러나 다시 뒤집혀진 이야기에 역시 박민규다 생각했다. 박민규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이어 다시 80년대로 돌아왔고, 특유의 문체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빌려 읽었으나 다시 생각나 책을 사두고서 가만히 들여다 봤다. 왠지 다시 읽을 엄두가 안난다. 

덧붙임.
책을 덮으며 문득, 어느 한구석 예쁜 구석 없는데도, 본인이 예쁜 줄 알고 예쁜척 하는 어떤 이가 생각이 났다.  그 슈렉보다 못난 이가 머리에 스치자마자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마음이 전부, 모조리, 깡그리, 한톨도 안남고 사라져 버렸다. 왜 엉뚱한 얼굴을 기억해 내서 책의 감동을 망친 걸까 후회해 보지만 때는 늦었다. 슈렉은 귀엽기나 하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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