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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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되려나?
난, 자주 떠났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떠난 적은 없다. 그리고 이곳 저곳에 묶여진 끈을 끊을 수 없어 한동안은 긴 여행을 떠날 수 없다고 마음을 닫기도 했다. 저자처럼 느닷없이 직장에서 내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정년까지는 긴 여행을 떠나는 일을 엄두도 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이 떠나서 알아버린 긴 여행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시작했다.  있는 자리에서 날 바라보는 것보다 떠난 곳에서 날 바라보는 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길 설고, 말 설은데. 주변에 아무도 없이 덩그러니 길에 남아 있을 나를 상상해 봤다. 심장에 서늘한 바람이 스미는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두려운 일인데도 한번쯤 나를 들여다보고 한계를 경험하는 생활이 느닷없이 부러워졌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짐작만으로도 알겠으면서도.

어차피 난 갈 곳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에 길을 잃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난 바보처럼 자주 길을 잃었다. _P.62 

어설프게도 나는 일생의 골목 구비구비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길에서도 자꾸 길을 잃는다. 평지라고 생각했던 길이 알고보면 늪인 경우도 있고 정해둔 길을 가면서도 길을 잃고 발등을 찍는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의 말이 가슴에 확 박혔고 서른이 넘어가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앞서 가는 친구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높아지는 것 보다 넓어진다는 위안과 꼭 먹지 않더라도 냄새가 안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 행복했다.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_P.66 

더불어, "손이 차다는 말보다는 그 손을 끌어다 옆에 두는 편이 더 낫다"라는 말에 공감했다.

책이 참 예쁘다. 사진도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지났던 길이 지도로 표시되어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간 순으로 정리되거나 한 여행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디를 어떻게 횡단 했는지는 알려줬으면 더 친절하지 않았겠나 생각했다. 그리고, 감각적이어서 좋지만 두번 읽을 책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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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수저 - 윤대녕 맛 산문집
윤대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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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덮으며 제목이 '어머니의 수저'가 아니라 '윤대녕의 수저'였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제목을 보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 숫가락 얹는 기분으로 보게 될 줄 알았으나 책의 내용을 윤대녕의 식도락이었다. 윤대녕의 식도락은 제주 음식에 살짝 넋을 놓고 있는 내가 읽기에 찰싹 달라 붙는 찰떡 같았다.

수저로 시작하나 그 다음부터는 구체적인 음식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음식 이야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붙어 나도 한번 그 장을 맛보고 싶다거나, 그 김치와 그 장아찌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젓갈의 짭쪼롬하면서 원재료에 감춰져 있던 들쩍지근한 맛이 입가에 도는 듯 했다. 소, 돼지, 닭, 개가 밥상에 올라올때의 이야기, 버릴 것이 없는 명태 이야기가 식욕이 돋운다. 재료 이야기가 지나고 장소와 재료가 어우러진 이야기들은 마음을 살랑거리게 하며 그 곳에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먹거리 이야기,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제주도 음식 이야기는 이미 마음을 저 멀리 제주도로 날린다.

본문에 나온 친하게 지냈다는 사진 작가가 이 책의 사진을 찍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이 책의 사진들은 식욕을 느끼기에는 너무 아득하고 멀어서 어떤 사진은 생기 조차 없어보인다. 음식 사진이라는 것이 생생해야하는 것인데, 특히 갈치 사진은 한참 맛이 간 것 첨 보여 식욕이 뚝뚝 떨어지게 한다. 세피아 톤과 아웃포커싱은 늘 사물을 우아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별 한개는 뺀다.

제주도에서 함께 문어라면을 먹기로 한,
껌정드레스님께 선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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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8
천경환 지음 / 갤리온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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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탐닉한다" 시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바닥까지 탐닉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바닥에 탐닉하는 일에 살짝 흥분해서 책을 읽게 될 줄도 몰랐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인공적인 바닥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막연한 생각을 했으나 책을 펴 보니 소재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확장된 바닥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다른 시선에서 본 바닥의 이야기라 이 책을 조금 빨리 읽었더라면 걷는 길이 더 즐거졌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산방사 내려오는 길, 계단에 비친 그늘막의 그림자 

나도 바닥을 탐닉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사진을 살펴보면 내가 찍는 여행자의 발 사진-여행지의 특징을 바닥에서 잡아내는 나 나름의 시리즈- 뿐만 아니라 바닥 사진이 제법 있다. 그리고, 바닥의 특이한 무늬를 보면서 가끔은 혼자 흥분하여 즐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처음 바닥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2003년에 떠난 경주 여행이었다. 그때 들고다니던 쿨픽스 2500으로 한창 사진 찍기에 재미가 붙었던터라 눈에 보이는 것은 거의 다 찍고 돌아다닐 때였다. 안개낀 석불사를 나오며 무심코 발을 내려보았는데, 내가 밝고 있는 바닥이 꽃무늬가 곱게 새겨진 돌로 되어 있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나의 여행자의 발 시리스 첫번째 사진이다. 


제주 돌 문화공원의 산책길  

제주여행에서 만났던 산책길은 평범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길에 발자국을 남겨 놓은 모양이 예쁘고 때마침 나에게 오는 듯 물이 고여 있는 그 발자국 모양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흥분이 나에게만 오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친구 생긴 것 처럼 뿌듯했다. 바닥의 소재에서 오는 느낌은 자연물로 만들었을 때는 그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제주 돌 문화공원의 바닥재  

꼭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도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바닥들도 걸작인 것이 많다. 시선을 아래로 주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만리포 해변 

바닷물이 해변에 만들고 지나간 물결 무늬도 아름답고, 계단 모양과 난간이 빛을 만나 만들어낸 그림자들도 아름답다.
 

  

걷다가 문득 재밌어서 찍은 핸드폰 사진 

책은 올 컬러로 인쇄되어 있고 의도된 사진들이 볼만하다. 자그마하니 들고 다니기 편해서 출퇴근 시간에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책이다. 별이 다섯개인 이유는 이 책이 대단한 명작이라서가 아니다. 작은 책이, 작은 책 나름의 이야기로 채우는데 아쉬움이 없어서이고, 정확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좋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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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
김경 지음, 김중만 사진 / 김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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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썼던 노트는 갱지 노트였다. 연필로 꾹꾹 눌러쓰면 찢어지기도 하는 질이 좋지 않은 노트였다. 그 후에 순백색 미끌미끌한 종이 노트가 조금은 비싼 값으로 나와, 있는 집 아이들이 쓰기 시작했다. 그 후에 모닝글로리에서 나온 중성지 노트는 경박스럽지 않은 그 색에 남다른 필기감이 아름다웠다. 그 후로는 워낙 다양한 종이와 재질의 노트들과 메모지가 넘쳐나 종이나 노트가 귀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종이를 아꼈던 어렸을 때의 버릇은 이면지를 챙겨 쓰거나 크리넥스를 반씩 찢어쓰고 재활용을 챙기는 습관과 종이컵을 쓸 때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을 우연히 만났을 때 반가웠다. 박물관이라는 이름 답게 다양한 종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한 박물관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책에 나온 종이들은 다른 사물로 만들어진 종이들이었다. 물과 불에는 약한 종이로 만들어진 요강과 세숫대야, 실내화로 쓰였을 종이신발, 각종 물건을 담는 함이나 가방 그리고 우산들은 그 만든 솜씨와 정성에 감동하고 그 손 때묻은 모습 때문에 실물 한번 보고 싶게 했다. 그리고, 그 사물을 구하러 다니는 저자와 그 물건과 물건의 사연을 간직한 주인들의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물고 있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 종이로 된 물건들을 대물림해서 쓰는 사람들은 그 손때 묻은 물건을 쉽게 내주기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책이 2007년 출판된 것이니 나름의 박물관이 생겼으려나 인터넷 서핑을 해봤으나 찾지 못했다. 다음에 느긋하게 제주도 여행을 하게되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방문해서 저자의 박물관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은 가볍고 올컬러로 예쁘다. 주말에 늦은 아침을 먹은 후에 나른하게 앉아 펼쳐 보면 늦은 점심을 먹을 즈음에는 덮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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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의 천일야화 1~6권 박스 세트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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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에 연재되고 있을 때, 이 만화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애가 탔던가. 하이텔 시절 야밤에나 업데이트하는 [드래곤 라자]를 기다리던 그 마음처럼 이 만화도 한 없이 기다리다 봤었다.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이야기에 냉큼 사려다가 스크롤로 보던 세로보기 만화가 책으로 변했을 때 어찌될지 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 책을 산 사람이 그 점을 지적하며 적게 준 별 때문에 구입을 미루고 미뤘다가 잊었다. 그러다, 한창 이 만화를 함께 즐기던 친구가 생일이라 선물할 겸 구입해서 주기 전에 한번 훑어 봤는데, 우려와 다르게 잘 빠진 만화 책이었다. 아름다웠고 역시나 그 저릿한 내용은 심장을 고운 사포로 문지르는 듯 쓰렸다. 

이 만화는 안밖으로 죄다 사랑이다. 자신에게 마음이 떠난 왕비를 죽이고 그 후로 여자를 믿지 못해 침소로 불러 하룻밤을 지낸 처녀를 모두 목을 쳐 죽이는 광기의 왕에게 어쩔 수 없이 딸을 내어주게 된 대장군. 이맘 선생에게 이야기 치료법을 배웠기에 그 치료법으로 왕의 광기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믿는 대장군의 딸 세라쟈드는 그 믿음대로 왕의 악몽을 서서히 잠재우게 된다. 세라쟈드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어느 하나 빼 놓을 수 없이 아름답지만, 특히 마신 마고와 벙어리 소녀 이즈릴의 사랑이야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애절하여 보는 내내 울어버렸다. 이즈릴이 커다란 눈망울로 '정말 내 목소리가 들려요'라는 물음을 할때, 전해지는 그 간절함과 살려야하기 때문에 죽어야 하는 아픈 사연은 손끝이 저리게 마음을 뒤 흔들어 놓았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이야기는 밖의 이야기는 이야기 대로 안의 이야기와 함께 진행이 된다. 이야기 밖은 광기의 왕을 밀어내려는 세력 그리고 오랜 계획으로 땅을 탐하는 세력과 싸워야 하는 왕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긴박하게 진행되고 그 왕의 곁에 있는 세라쟈드의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또 한번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세월을 넘어서는 그 뜨거운 그림들은 구구절절 말로 풀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뒤 흔들어 놓는다. 양영순에게 박수를! 

책에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 놓고 싶지만, 읽을 이에게 방해 될까 싶어 여기까지만 할까 싶다. 정말, 책이 두루말이로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반 기대반 했었는데, 멀쩡한 책으로 나와 살짝 실망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추한다. 이런 만화가 또 어딨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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