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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ㅣ 작은 탐닉 시리즈 8
천경환 지음 / 갤리온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에 탐닉한다" 시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바닥까지 탐닉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바닥에 탐닉하는 일에 살짝 흥분해서 책을 읽게 될 줄도 몰랐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인공적인 바닥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막연한 생각을 했으나 책을 펴 보니 소재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확장된 바닥 이야기여서 더 좋았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다른 시선에서 본 바닥의 이야기라 이 책을 조금 빨리 읽었더라면 걷는 길이 더 즐거졌었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산방사 내려오는 길, 계단에 비친 그늘막의 그림자
나도 바닥을 탐닉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사진을 살펴보면 내가 찍는 여행자의 발 사진-여행지의 특징을 바닥에서 잡아내는 나 나름의 시리즈- 뿐만 아니라 바닥 사진이 제법 있다. 그리고, 바닥의 특이한 무늬를 보면서 가끔은 혼자 흥분하여 즐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처음 바닥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2003년에 떠난 경주 여행이었다. 그때 들고다니던 쿨픽스 2500으로 한창 사진 찍기에 재미가 붙었던터라 눈에 보이는 것은 거의 다 찍고 돌아다닐 때였다. 안개낀 석불사를 나오며 무심코 발을 내려보았는데, 내가 밝고 있는 바닥이 꽃무늬가 곱게 새겨진 돌로 되어 있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나의 여행자의 발 시리스 첫번째 사진이다.
제주 돌 문화공원의 산책길
제주여행에서 만났던 산책길은 평범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길에 발자국을 남겨 놓은 모양이 예쁘고 때마침 나에게 오는 듯 물이 고여 있는 그 발자국 모양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흥분이 나에게만 오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친구 생긴 것 처럼 뿌듯했다. 바닥의 소재에서 오는 느낌은 자연물로 만들었을 때는 그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제주 돌 문화공원의 바닥재
꼭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도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낸 바닥들도 걸작인 것이 많다. 시선을 아래로 주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만리포 해변
바닷물이 해변에 만들고 지나간 물결 무늬도 아름답고, 계단 모양과 난간이 빛을 만나 만들어낸 그림자들도 아름답다.
걷다가 문득 재밌어서 찍은 핸드폰 사진
책은 올 컬러로 인쇄되어 있고 의도된 사진들이 볼만하다. 자그마하니 들고 다니기 편해서 출퇴근 시간에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책이다. 별이 다섯개인 이유는 이 책이 대단한 명작이라서가 아니다. 작은 책이, 작은 책 나름의 이야기로 채우는데 아쉬움이 없어서이고, 정확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좋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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