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핫’한 도전과 성공
고든 램지 지음, 노진선 옮김 / 해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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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망해가는 식당 주방에서, 실패가 몸에 붙어 있는 사람들과 씨름하며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납듯기키고 결국 그 식당을 바꿔놓는 [고든 램지 의 신장개업]을 케이블 TV에서 보고 감동받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뭔가 싶기도 하고 그 성질 머리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공시키는 멋진 모습과 살려 놓은 레스토랑에서 정말 축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 요리사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요리사들을 모아 두고 미션을 성공 시키는 [핼스 키친] 또한 이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끼게할만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거리가 멀었다. 운동선수에서 요리사로 직업을 변경한 저자의 좀 더 치열하고 열정적이고 가슴 시리고 눈물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책의 주된 내용은 요리사 고든 램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업가 고든 램지의 정말 불놀이 같은 이야기였다. 장인어른과의 사업과 그 이후로 식당 늘리고 사업하고 솔찍하게 잘난 척 하는 이야기가 시원하니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못미쳐 안타까웠다.  물론, 이 책에서 보여지는 고든 램지의 번뜩이는 모습으로 열정을 향해 무섭도록 달려가는 모습이 멋지기는 했지만, 내가 원했던 책은 아니었다. 나는 강인해 보이는 고든 램지의 말랑말랑한 면을 이 책에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선택할때 표지에서 보이는 강렬한 글씨들과 목차 정도는 읽어야하는 것인데, 그러지 않고 이 책에 대해 오해한 바가 있으니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평범한 사이즈에 평범한 디자인, 빨리 읽을 수 있는 적당한 글씨가 별 특징없는 이 책의 디지인이다. 책의 거친(?) 내용을 보니 직접 쓴 글이 맞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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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로드 - 3천 년을 살아남은 기묘한 음식, 국수의 길을 따라가다
이욱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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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때, 집 근처에 있는 두부공장과 국수공장으로 심부름을 가곤 했었다. 두부는 집에서 만들기도 했었던 것이니까 낯설지 않았지만, 국수 공장에 널려있는 소면 커튼은 내 눈에 너무 색달랐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들어가서 망칠까봐 함부로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하는 소면 커튼을 먼발치에서 보며, 흰색도 참 여러가지가 있구나 생각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부터 국수를 좋아했다. 멸치 국물에 따뜻하게 말아먹어도 좋고, 고추장 양념에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비벼 먹어도 맛있고, 여주에 살때 '500냥'이라는 분식집에서 팔았던 콩나물이 면 만큼 들어있던 쫄면도 좋아했었다. 고기 먹은 후에 시원하게 말아 먹거나 매콤하게 비벼먹으며 맛들였던 냉면의 맛은 서울 와서 냉면 전문점을 발견 후, 냉면만 즐길 때 더 맛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의 영향과 반죽하기 귀찮다는 엄마의 핑계로 자주 먹을 수 없었던 칼국수도 어찌나 맛있었는지. 그리고 서울 올라와서 맛보게된 우동이나 소바, 파스타, 몇년 전에 유행처럼 퍼졌던 쌀국수 같은 외국 국수들은 얼마나 내 입을 당겼던가!  

국수를 좋아하지만 제대로 씹지 않고 후루룩 삼켜 버리는 그 국수가 신경성 위장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위험한 음식이라 조금은 멀리했으나, 그 부드러운 식감을 포기할 수는 없는 나에게 [누들 로드]라는 다큐멘터리(이하 '다큐')가 눈에 들왔다.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책도 나왔다니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다큐를 좋아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다. 진행자가 외국인이어서 외국 다큐려니 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야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다큐라는 걸 알았다. 독특하고 재미난 영상과 구성은 보는 내내 화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다큐였는데, 이 책은 다큐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들에 관해 엮은 책이다. 다큐를 보며 궁금했던 부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도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최초의 국수를 찾고 그 국수의 이동을 따라가고 추적하고 질문하고 다음 이야기에 그 질문이 연결되는 구조는 책을 술술 잘도 읽게 했다. 사진이 많기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아, 말로만 설명된 것들은 다큐를 전부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상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 좀 갑갑하기는 했다. 하루에 한편씩 보려고 예정 중이니 책과 영상을 짜 맞추어 볼까 싶다. 

무슨 일인들 쉽겠냐만은, 다큐를 만드는 일은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어려워보인다. 2년여의 기간 동안 만들어낸 이 작업들을 이야기로 묶어 아름답게 편집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며, 편안하게 누워 국수의 여행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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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수필 범우 한국 문예 신서 1
김용준 지음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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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은 후에 한참 동안 리뷰를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벽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글 쓴 이의 감정과 교류하는 일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글에서 받을 수 있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니, 내 마음의 벽은 글을 읽는데 큰 장벽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다시 읽었다. 꼭 두 달만에 다시 읽고나니 마음이 한걸음 물러난 것인지 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것인지 읽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특히나 '검려지기'를 읽고 난 느낌은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아마 나란 사람이 처음 대할 때 인상이 험하고 사귀기 어렵고 심사도 고양한 듯하다가 실상 알고 보면 하질것 없는 못난이요 바본데 공연히 속았구나, 나와 만나고 사귀는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생각되나보다.'와 그 이후로 이어진 이야기가 너무 와 닿아 나 자신에게 코웃음 지었다. 도대체 두달 전의 나는 뭐였던건가? 두꺼비 연적을 사고 살피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하는 열정과 8년 된 조끼에서 보여지는 무심함과 동해로 가던 길에서 보여지는 그 설렘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단단했던 것일까? 아주 짧은 글들로 잔잔하게 보여지는 저자의 수필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뒤로 갈수록 미술을 모르는 내가 읽기에는 좀 벅찼고 요즘 쓰지 않는 단어나 한자어는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줬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잔잔하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험한 세상을 살며 결국에 월북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 평온한 세상에서 내가 무언가를 가꾸면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왕자에게 선물 받고 교과서 읽듯이 읽었다. 그리고 세명의 블로그 친구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이 책의 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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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애장판 1~8(완결) 세트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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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을 정기 구독하던 시기에 때, 만화를 소개하는 꼭지에서 기생수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가 우연히 들른 책대여점에서 기생수를 발견하고 냉큼 빌려 읽었다. 그 당시 표지를 보고 잔혹하고 살벌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만화를 즐기보지 않았던 내가, 냉큼 빌린 만화책이니 표지에서부터 어떤 포스가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빌려오자마자 단숨에 읽고 애장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했다. 그 후로 내 책장 한구석에 자리잡고 마음이 흐트러질때 괜히 한번 펴본다. 알고보면 엄청 잔혹한 이 만화를 말이다. 

처음에 다 읽고나서는 눈물 범벅이 되었었다. 끔찍한 외계생명체였다가 생명의 은인(?)이었다가 이별했다가 다시 재회하고 결국에는 기나긴 잠에 빠져버린 오른쪽이 때문에 마음 아파서 눈물 흘렸었다. 자신의 신체 부위와 대화하고 우정을 쌓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이 만화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깊이가 있다. 환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다른 종족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어느 누구든 한 쪽으로 밖에 설 수 없는 상황이면서, 선악을 따지는 것이 가능할까?  국가 간의 문제에서도 어느 방향에 서냐에 따라 바뀌는게 선과 악 아니던가. 어떤 목적으로 와서 왜 머무르는지 왜 살인과 식인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들이 변화해가는 과정과 주인공과 오른쪽이가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공존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봤다. 

애장판은 무삭제라더니 잔혹함의 수위는 좀더 높아진 듯 싶다. 인류와 종족과 우주를 생각하게 하는 묘한 만화책이라 읽다보면 생각이 넓어지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갖기에는 너무 큰 생각이다 싶기도 하다. 이 만화의 잔혹성과 신체절단에만 집중하여 기피한다면 이 만화가 좀 아깝지 않나 싶기는 한데,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는 만화이기도 하다. 책 상태는 애장판답게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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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 당신이 오페라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든 것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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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오페라 [라 보엠]을 기대했던 것 보다 재미없게 본 후, 오페라에서 한발짝 물러나 살았다. 오페라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오페라를 볼 기회가 생겼다. 이름도 생소한 푸치니의 오페라 [쟌니 스키키]. 예약을 해 두고 지난 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알아야겠다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시작은 유치했다. 정말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과 오페라를 본 후, 무식해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청년의 오페라 알기가 이 책의 기본 틀이다. 그러니 그 시작되는 설정이 유치해서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꼭 이런 설정이어야 했을까? 꼭 연애를 위해서 알아야 하는걸까?  오페라를 알고 싶어하는 청년의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이로 나와 이 느슨한 스토리에 오페라 이야기로 살을 붙였다.  잠깐의 손가락 오그라짐을 참고보니 쉬운 말로 설명된 이 책은 매력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청년과 이 청년 보다 못한 상태인 나는 이 쉽고 편안한 대답들을 주워삼키며, 노래로 하는 대사인 레치타티보가 무엇인지, 목소리에 따라 맞는 배역이 있다는 이야기에 머리를 주억거리며, 작곡가와 시대별로 달라지는 오페라의 특성 같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즐기며 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처음에는 정확하게 집어내어 주지 않고 술술 넘어 가는 내용 때문에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알려줘서야 어쩌라는 말인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쉬운 설명이어서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그 느슨한 이야기 속에 청년과 현실에 내가 오페라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한번 읽어서 뭘 알겠냐 싶다. 둥둥 떠다니는 오페라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며 [박종호가 추천하는 '당신의 첫 오페라' 10편]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았다. 하나씩 구해서 들어보고 살펴보고 알아보고 생각한 후에, 일년에 한두번 이런 호사 누리고 살아도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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