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오페라 [라 보엠]을 기대했던 것 보다 재미없게 본 후, 오페라에서 한발짝 물러나 살았다. 오페라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오페라를 볼 기회가 생겼다. 이름도 생소한 푸치니의 오페라 [쟌니 스키키]. 예약을 해 두고 지난 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알아야겠다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시작은 유치했다. 정말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과 오페라를 본 후, 무식해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청년의 오페라 알기가 이 책의 기본 틀이다. 그러니 그 시작되는 설정이 유치해서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꼭 이런 설정이어야 했을까? 꼭 연애를 위해서 알아야 하는걸까? 오페라를 알고 싶어하는 청년의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이로 나와 이 느슨한 스토리에 오페라 이야기로 살을 붙였다. 잠깐의 손가락 오그라짐을 참고보니 쉬운 말로 설명된 이 책은 매력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청년과 이 청년 보다 못한 상태인 나는 이 쉽고 편안한 대답들을 주워삼키며, 노래로 하는 대사인 레치타티보가 무엇인지, 목소리에 따라 맞는 배역이 있다는 이야기에 머리를 주억거리며, 작곡가와 시대별로 달라지는 오페라의 특성 같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즐기며 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처음에는 정확하게 집어내어 주지 않고 술술 넘어 가는 내용 때문에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알려줘서야 어쩌라는 말인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쉬운 설명이어서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었겠구나 생각했다. 그 느슨한 이야기 속에 청년과 현실에 내가 오페라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한번 읽어서 뭘 알겠냐 싶다. 둥둥 떠다니는 오페라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며 [박종호가 추천하는 '당신의 첫 오페라' 10편]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았다. 하나씩 구해서 들어보고 살펴보고 알아보고 생각한 후에, 일년에 한두번 이런 호사 누리고 살아도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