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 오페라 속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2
김학민 지음 / 명진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해야할 오페라를 읽어준다는 책 제목에 뭘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자는 진짜 오페라를 읽어준다. 음악이 없어도 그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읽어준다. 그냥 가서 봤다면 바로 알 수 없을 듯 싶은 이야기를 조근조근해주는데, 읽어보니 오페라를 보는 듯해 좋았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 , 비제의 『카르멘 CARMEN』 ,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COSI' FAN TUTTE』『돈 지오반니 DON GIOVANNI』그리고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SALOME』, 베르디의 『오텔로 OTELLO』에 대해 친절하고도 깊이 있게 읽어준다. 오페라 자체가 서양사람들에게 유명한 이야기들 인지라, 우리가 내용을 살피지 않고 그냥 갔다가는 전체 이야기를 몰라 큰 재미를 놓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절실하게 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살고, 죽고, 유혹하고, 탐내고, 질투하고, 오해하는 이야기가 오페라 안에 녹아 있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아리아과 레치타티보가 없어도 오페라에 빠져들 듯 하다. 세상살이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실린 오페라 이야기들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그 파격에 놀라웠고 한 부분은 아쉬움에 무너져 내렸다. [카르멘]은 뮤지컬로 본적이 있기에 그 이야기 되새김질 하며, 뮤지컬 넘버를 다시 들어봤다. 내가 봤었던 [라 보엠]이 이 책에 없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 오페라 제목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기회가 될 때 찾아볼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이 책의 그림을 봤을 때, 그 온화하고 부드러운 그림에 끌려 구입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연필과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오묘하고도 아름다웠다.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마법의 주문같은 제목이 무슨  의미가 뭔지는 생각도 안했었다. 그림 욕심과 짧은 검색으로 이 책과 이 책의 원작이라는 [사막]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사두어 묵히다가 작가의 이름을 다른 이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서야 읽게되었다. 가벼운 책인데도 왜 이리 오랫동안 미루고 있었나 모르겠다.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곱다. 나망이 수선하고 있는 배에 적혀 있는 '발라아빌루' 가만히 발음해보면 꽃이라도 피울 수 있는 주문같은 이 이름은 공주를 사랑한 청년의 이름이다. '발라아빌루' 그 아름다운 청년의 이름은 정말로 주문이 되었다. 발라아빌루가 살고 있는 곳의 임금님은 죄없는 자를 벌하여 저주를 불러오고, 그 저주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물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한가지 방법이 사랑하는 딸을 제물로 희생해야하는 것이었다. 용단을 내린 임금님은 딸을 제물로 바치고, 공주 렐라를 사랑하는 발라아빌루는 렐라를 목숨을 구하려고 한번 밖에 쓸 수 없는 마법사의 반지를 사용하여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모습으로 렐라의 곁에 머물고 렐라를 지킨다.

같이 하는 사랑도 아니고 짝 사랑이 얼마나 깊으면 자신을 버리고 사랑에 돌진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그림과 더불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름답다. 원작인 [사막]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레카 Heureka - 단편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에서 태어났다. 시라쿠사는 시칠리아 섬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여러 나라의 표적이 되었는데, 후에 로마의 침략으로 멸망할 때까지 끈질기게 독립을 유지했다. 그 독립에는 아르키메데스의 발명품들이 한 몫했단다. 커다란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아 로마의 함대를 불태우기도 하고 지렛대를 응용한 투석기와 기중기 등의 신형 무기를 고안하기도 했단다. 나선식 펌프도 발명했고 무엇보다도 목욕을 하다가 비중을 이용해 순금과 금속을 구별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유레카"라고 외치며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뛰어나왔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이야기와 짧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범,
세상의 반을 죽이면 영웅,
인간을 전부 죽이면 신이다.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는 무서운 사람이다.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잔인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이 만화도 여전하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모를 전쟁에 아르키메데스의 무기가 활용되는 모습이 스파르타 청년 다밋포스의 눈에 비친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이웃으로 살았던 사람들을 순식간에 적으로 만드는 전쟁. 몇몇 전쟁광들의 싸움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끔찍하다.  

『마침내 그 모든 목격자는 스러지고 2천 년이 흘렀다....』 

마지막 페이지에 한창 전쟁 중이었던 에우리알로스 요새 터의 그림과 함께 보여진 위의 글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도대체 뭐가 중요하겠나. 모두 죽고 그렇게 정복하고 지키고 싶었던 터는 이미 유적으로만 남았다. [기생수]를 기대했다면 짧은 내용에 약간에 실망을 할 수 있겠으나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짧아서 그렇지 무게감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을 생각이라면, 김빠지게 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고정 관념의 세계에서, 그 고정 관념을 뛰어넘는 사람이 서로를 알아볼 수있는 방법이 있을까? 어렵사리 그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 왜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져야하는 걸까? 설령 많은 기억과 추억을 남긴다고해도 이 소설의 이런 결말은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고급 아파트 수위로 자신의 지적인 모습을 숨기면서 사는 르네와 그 아파트에 사는 천재성을 숨기며 자살을 꿈꾸는 꼬마 소녀 팔로마가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 꾸려나가다가, 너무나도 완벽한 남자 일본인 오즈가 이사를 온다. 르네를 보자마자 정체(?)를 의심하고 따뜻한 손을 내민 그를 통해 르네, 파로마, 오즈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르네와 팔로마 둘이 만나기 전의 이야기는 길기도 길다. 이 둘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는 단락은 르네의 삶에 대한 설명과 생각이, 팔로마는 철학과 세상살이의 허무와 더불어 죽음에 대한 준비를 이야기한다. 둘 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너무 심취한 탓에 독자인 나에게 즐거움을 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작가가 철학 선생님이라 그런지 철학 이야기에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 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몇번의 시도를 하고서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다 읽은 후에는 좋았다. 책이 좋기는 했어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무장 해제되고 아름다움으로 꽃 필 수 있을 때 죽어버린 르네는 도대체. ㅡㅡ; 

상대와의 교류는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감싸고 있는 가시를 벗는 일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한다. 고슴도치의 가시로 감추고 있다면 누구든 그 우아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시를 벗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음이다. 두껍지도 않은 책이 한없이 느린 전개로 이어져 잘 아니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읽은 후에는 무슨 조화가 일어났는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두번째 읽으며, 나도 내 속의 우아함과 누군가의 우아함을 발견 할 수 있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동창생에게 이 책을 소개 받았을 때, [아내가 결혼했다]와 비슷한 소설이 아닌가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그 후로 다른 블로거에게 추천 받았을 때도 무슨, 이런, 싸구려 제목이 있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책을 접하고, 읽고,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난 후 '제목 한번 기가 막히네'라는 생각을 했다. 행한 것의 후회는 짧지만 행하지 못한 것에 후회는 길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 후회는 더 오래 남았으려나?

이 책은 제목과는 안어울리게(?) 심리학 책이고,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심리학 책을 읽는다기 보다, 입심 좋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듣다보니 마음도 편해지고 공감되고 바꾸라 말하지 않아도 바꿔볼까 싶고 중간중간 웃으면서 위로 받는다.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라지만, 여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가는 부분이 있음이다. 나는 제대로 나를 위해 노력하고 즐기고 있나 생각해 보고 제대로 즐기면서 쉬고 있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세상을 너무 무심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나름의 의식(ritual)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빌려 읽어 읽고서, 이런 책은 한권 갖고 있어야겠다 싶어서 구입했다. 

P.32_정말 오래 살 거다. 아침마다 커피를 갈며, 악착같이 오래 살 거다.
: 이 부분을 읽고 다 늙어서 핸드드립을 하고 있는 내가 상상되었다. 꺼내서 한번 씻어 놓기라도 해야겠다. 내 핸드드립 도구들. ^^

P.232_이렇게 쓰고 나니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든다. 호남사람이 고대 다니다가 해병대 다녀오면 정말 '골 때릴 것'같다는 생각.
: 뻥 터진다. 아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