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세트 - 전5권
윤태호 지음 / 한국데이타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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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과 양쪽 귀와 입을 한손가락으로 막은 표지를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는다. Daum에서 연재된 만화 [이끼]를 봤다. 제목 앞에 "본격한국식 잔혹스릴러"라는 제목이 붙은 이끼는 정말 본격적이었다.

류목형이 사망하고 그 아들 류해국이 서울에서 내려와 상을 치른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마을에 눌러 앉아 버린다. 이장이 의도했던 일과는 달라진 상황.  정상적인 가족이라 부를만한 구성이 없는 정말 묘한 마을은 고립된 시골마을의 답답한 이미지를 넘어선 묘함이 있다. 꽤 집요한 성격이라 박민욱 검사를 물먹였던 류해국이 다음에 물먹일 자는 누굴까 궁금했다. 공격적인 류해국과 뭔가를 숨기는 마을 사람들이 대치가 아버지의 죽음을 옆으로 미뤄두고 시작부터 팽팽하다. 마을사람들이라는 접근에서 인물 하나하나로 넘어가는 접근방식은 만화를 읽는 내내 만화를 읽는 것인지 영화를 보는 것인지 헤깔릴만큼 치밀하다. 처음으로 발을 디딘 전석만의 세계에서 류해국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점점 더 아버지의 과거로와 자신의 내면으로 다가간다.

"토착민을 이길 공권력 따윈 없소"
- 박민욱 검사 

다시 읽고 마무리 하며, 류해국이 말한 삶의 밀도가 매순간 같지 않다는 말 다시 되새겨본다. 참으로 소름끼치는 만화다. 

만화를 보면서, 류해국 역에 박해일을 떠올렸었다. 역시나 영화의 케스팅은 백해일이 류해국이고 정말 의외의 인물인 정재영이 이장에 케스팅 되어 의아했으나, 포스터를 보고나니 역시 정재영이다 싶다. 영화 또한 몹시 기대된다. 이런 만화는 좀 많은 사람이 읽어줘야하지않을까 싶다. 속 뜨끔하고 뒤 찜찜한 기분을 나 혼자만 느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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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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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후에야 소설에는 영화와 다른 엘리와 호칸의 관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았다. 얼핏 보기에 호칸이 아버지나 조부모 정도 되어보인다 뿐이지 둘 사이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었는데, 영화에 나온 관계를 대충보고 부녀관계라고 나 혼자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뭔가 좀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던 부분들이 소설에 모두 있다. 그런 까닭에 영화를 먼저보고 소설을 읽는게 순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궁금증도 해소되고 다른 이야기들에 즐겁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블라케베리. 1952년 스톡홀름 서부 교외지역에 건설된 신도시에 찌질 왕따 오스카르가 살고 있다. 그리고 독자는 알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기묘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오스카르는 놀이터에서 엘리를 만난다. 처음부터 친구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엘리의 단호한 태도는 어딘가 빈틈이 많다. 한겨울에 얇은 옷에 더럽기까지 한 엘리를 아무 꺼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오스카르의 상태는 어려서 경계심이 없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외로웠기 때문이아닐까 싶다.  오스카르에게 애뜻한 친구가 생김으로 삶이 더 풍요로와지려나 싶었건만, 오스카르의 친구 엘리는 200살도 넘은 뱀파이어다.  그때나 지금이나 12살인 앨리는 생존을 위해 살인을 할 수 밖에 없고, 미소년을 사랑해서 교직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호칸은 엘리를 사랑하며 돕는다. 하지만, 엘리가 허락되지 않는 신체적 접촉때문에 호칸은 엘리가 물어 뜯은 피살자와의 거리를 질투하기에 이른다. 사랑이라는게 집착으로 넘어가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소설에서 펼쳐지는 호칸과 엘리의 관계는 기묘하면서도 자극적이다. 그리고, 호칸의 죽음 이후의 행보가 과격하고 씁쓸하고 슬펐다. 그리도 강렬한 욕망이었던가?

엘리와 호칸의 관계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엘리가 뱀파이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수영장씬의 통쾌함(?)을 소설에서 느끼기에는 서술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 오스카르가 엘리의 협력자의 수준이 아닌 친구로 남는 것은 보기 좋았다.  

책 상태는 두꺼운 책으로 두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잘 읽힌다. 책, 영화 둘다 권하고 싶지만 잔인하다는 벽을 넘을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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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
서영남 지음 / 휴(休)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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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도 노숙인이셨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첫장부터 격하게 와 닿는다. 

나는 착한 책이 재미없어서 싫다. 더군다나 나왔던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도 싫다. 염치 없는 사람들이 오글오글 모여 밥값 못하면서 고집피우는 것도 싫다. 지 설움을 남에게 피해주는 걸로 풀어대는 사람도 싫다. 사지멀쩡한데 빌어먹는 사람도 싫다. 정말 싫은데, 그 모든게 다 들어가 있는 이 책을 끝까지 잘도 읽고야 말았다. 뭐, 중간에 치밀어 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를 앙다물기도 했었다.

저자가 민들레국수집을 차리고 찾아 오는 손님들을 치르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추려놓았다. 손님이라는 사람들이 참으로 염치 없다 싶기도 하고, 자기 코가 석자인데 저런 염치를 차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장한장 넘겨가며 읽었다. 밥집하다가 공부방을 차리고 아이들을 위한 밥집도 따로 차렸다. 길지도 않은 책에 만감이 교차한다.
저자의 민들레 밥집 이야기를 몇년 전 TV에서 봤었다. 나도 쌀한가마니 정도는 보낼 능력이 되니, 조금 있다가 보내야지 하다가 그냥 잊고 말았다가 괜히 찔려 책도 읽고 기부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안쓰는 물건과 책을 팔아 기금을 조성하고 있던 중이라 본격적인 보물 찾기를 시작했다. 쉽게 주머니돈 털어서 송금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건 너무 손쉽지 않나 싶어서 싫었다. 나 처럼 '나는 능력 있으니 나중에 쌀이라도 한가마 보내야지'라는 생각하면서 누워 있을 사람들을 부추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보물찾기 하다보니, 참으로 내 놓기 아까운 물건들도 있었지만 얼추 내 놓을 물건들이 정해졌으니 사진찍고 사라고 마구마구 때쓰는 일만 남았다. 질문이 들어올 때 정보 이용료 받아두었던 저금통도 털고 이미 몇권 팔린 책값도 있으니 모아서 블로거 이름으로 송금할까 싶다.

책 상태는 가볍고 큼직한 글씨에 줄간격도 널찍널찍하다. 글자수로 따지면 참으로 비효율적인 책이다 싶지만, 다양한 독자층을 고려한다면 딱 맞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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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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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 (2010.05.07)



"에라이, 이 탈레반 같은 새끼야." 

아빠가 탈레반 같은 새끼라고 욕을 해도 오빠가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열여섯까지 아빠한테 죽도록 맞다가 술취한 아빠를 주먹으로 때려 눕히고 줄넘기줄로 꽁꽁 묶어 놓고 집을 나갔던 그 오빠다. 아빠는 딸년 교복으로, 오빠는 동생 팬티로 그러던 이 가족이 오빠가 못생긴 여자애를 하나 달고 들어오면서 나름대로의 '집안 꼴'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남들같은 가족은 아니나, 그래도 모여서 사니 따로 살때보다 좋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오빠가 돌아왔다>
 

“여자들을 위하는 문학을 하렴. 그럼 일생이 평탄할 거야.
여자는 아름답게 그려주고 남자들은 죽일놈들로 만들어.
그럼 아무도 널 미워하지 않을 거다.”  

정작 책을 좋아했던 친구는 글을 쓰지 않고, 나는 소설가가 된다. 나와 신부가 된 친구 그리고 그 신부를 좋아했던 여자의 관계를 주절주절 이어간다. 분명 그 관계가 이 소설의 주요축인데도 불구하고 소설가 엄마의 저 말이 머리 속에 쟁쟁 울린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인숙씨 또 만나시거든, 후...... 부디 행복하라고 전해주십시오."
"저는 말 전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무슨 비둘기도 아니고."
"야이 씨발아, 하라면 해."
"네."
P.104_「너를 사랑하고도」 

책을 펴들면, 낭독회에서 봤던 소설가의 얼굴이 튀어나오는 듯 하다. 다시 읽어도 새로 읽는 듯한 느낌의 단편들은 재밌으면서도 불편했다. 사는 것은 참으로 힘든데, 힘들더라도 진지해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들이었다. 다시 읽은 느낌은 그랬다.

다시보니, 이우일씨의 그림은 좀 그렇다. 왜 대충 그렸다는 느낌이 들게 그렸을까?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데 말이다.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 (2007.12.25)


작가와의 만남을 갖은 후에 usnthem이 갖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모든 책을 빌렸다.(고로, 나는 작가의 살림에는 도움을 못주고 있다.)  책을 받은 후 가장 앏은 책을 볼까 하다가 짧은 비행 시간을 고려하여 단편집을 골랐는데, 탈레반 같은 오빠가 못생긴 여자를 옆에 붙여서 돌아온 그런 책이었다.

책은 가벼우면서 묘하게도 불편한 부분을 건드린다.  오빠가 돌아온 콩가루 집안이 나름대로 어울어지면서 남이섬 나들이를 가지만 정작 남이섬에는 발도 못디디고 매운탕만 먹고 돌아서고 다들 자기 멋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다. 나름대로 형사물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형사물이긴 하지만, 무시했던 사람의 내면이 표출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죄책감과 소유욕에 불을 지른다.  [이사]의 아찔함과 폭력, 뒷통수를 치고 지나가는 [보물섬] 등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 스타일이건만 곳곳에 생선 가시 같은게 박혀 있어서 읽다보면 콕콕 찌르면서 아프게도 하고 간질거리기도 한다. 

지금 내 가방에는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가 들어있다.  역시나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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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열린책들 세계문학 22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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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태가 얇고 가벼워서 만만하게 시작했다. 시작된 단막극들은 등장인물들이 별로 없고 내용이 간단하여 술술 잘도 읽혔다.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나누는 대화의 부조화.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서로 전혀 듣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다. 결론도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막히다. 1800년대 후반에 쓰여진 글이 이렇게 날카롭게 웃기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그 재미도 잠깐. 등장인물이 늘어나는 대본은 읽기가 어려웠다.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이 헤깔린다 헤깔린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읽다보니 누가누군지를 모르겠다. 그냥 전체 이름으로 불러도 될 것을 세 마디로 이어진 이름 중에 어느 한가지만 골라 줄여서 불러대니, 앞뒤 상황 봐 가며 등장인물 표 봐가며 읽어야 했다. 그렇게 읽다보니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읽은 <벚꽃 동산>은 왜 코미디인지도 모르게 끝이 나 버려서 허무했다. 이렇게 지루하게 읽었으니 연극도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건만 그렇지 않았다.

<벚꽃 동산>을 각색한 <왕벚나무동산>는 이 대본이 왜 코미디인지 확실하게 알게해줬다. 깜짝 놀라게 재밌는 연극을 보며, 내가 아직 대본을 읽고 무대를 상상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극 보기 전에 예습을 하기 보다는 대본을 읽으며 복습하는 것이 더 큰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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