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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 (2010.05.07)
"에라이, 이 탈레반 같은 새끼야."
아빠가 탈레반 같은 새끼라고 욕을 해도 오빠가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열여섯까지 아빠한테 죽도록 맞다가 술취한 아빠를 주먹으로 때려 눕히고 줄넘기줄로 꽁꽁 묶어 놓고 집을 나갔던 그 오빠다. 아빠는 딸년 교복으로, 오빠는 동생 팬티로 그러던 이 가족이 오빠가 못생긴 여자애를 하나 달고 들어오면서 나름대로의 '집안 꼴'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남들같은 가족은 아니나, 그래도 모여서 사니 따로 살때보다 좋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오빠가 돌아왔다>
“여자들을 위하는 문학을 하렴. 그럼 일생이 평탄할 거야.
여자는 아름답게 그려주고 남자들은 죽일놈들로 만들어.
그럼 아무도 널 미워하지 않을 거다.”
정작 책을 좋아했던 친구는 글을 쓰지 않고, 나는 소설가가 된다. 나와 신부가 된 친구 그리고 그 신부를 좋아했던 여자의 관계를 주절주절 이어간다. 분명 그 관계가 이 소설의 주요축인데도 불구하고 소설가 엄마의 저 말이 머리 속에 쟁쟁 울린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인숙씨 또 만나시거든, 후...... 부디 행복하라고 전해주십시오."
"저는 말 전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무슨 비둘기도 아니고."
"야이 씨발아, 하라면 해."
"네."
P.104_「너를 사랑하고도」
책을 펴들면, 낭독회에서 봤던 소설가의 얼굴이 튀어나오는 듯 하다. 다시 읽어도 새로 읽는 듯한 느낌의 단편들은 재밌으면서도 불편했다. 사는 것은 참으로 힘든데, 힘들더라도 진지해지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들이었다. 다시 읽은 느낌은 그랬다.
다시보니, 이우일씨의 그림은 좀 그렇다. 왜 대충 그렸다는 느낌이 들게 그렸을까? 아름답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데 말이다.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 ★★★★ (2007.12.25)
작가와의 만남을 갖은 후에 usnthem이 갖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모든 책을 빌렸다.(고로, 나는 작가의 살림에는 도움을 못주고 있다.) 책을 받은 후 가장 앏은 책을 볼까 하다가 짧은 비행 시간을 고려하여 단편집을 골랐는데, 탈레반 같은 오빠가 못생긴 여자를 옆에 붙여서 돌아온 그런 책이었다.
책은 가벼우면서 묘하게도 불편한 부분을 건드린다. 오빠가 돌아온 콩가루 집안이 나름대로 어울어지면서 남이섬 나들이를 가지만 정작 남이섬에는 발도 못디디고 매운탕만 먹고 돌아서고 다들 자기 멋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다. 나름대로 형사물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형사물이긴 하지만, 무시했던 사람의 내면이 표출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죄책감과 소유욕에 불을 지른다. [이사]의 아찔함과 폭력, 뒷통수를 치고 지나가는 [보물섬] 등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 스타일이건만 곳곳에 생선 가시 같은게 박혀 있어서 읽다보면 콕콕 찌르면서 아프게도 하고 간질거리기도 한다.
지금 내 가방에는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가 들어있다. 역시나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