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 열린책들 세계문학 22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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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태가 얇고 가벼워서 만만하게 시작했다. 시작된 단막극들은 등장인물들이 별로 없고 내용이 간단하여 술술 잘도 읽혔다.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나누는 대화의 부조화.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서로 전혀 듣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다. 결론도 참으로 어이없고 기가막히다. 1800년대 후반에 쓰여진 글이 이렇게 날카롭게 웃기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그 재미도 잠깐. 등장인물이 늘어나는 대본은 읽기가 어려웠다.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이 헤깔린다 헤깔린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읽다보니 누가누군지를 모르겠다. 그냥 전체 이름으로 불러도 될 것을 세 마디로 이어진 이름 중에 어느 한가지만 골라 줄여서 불러대니, 앞뒤 상황 봐 가며 등장인물 표 봐가며 읽어야 했다. 그렇게 읽다보니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읽은 <벚꽃 동산>은 왜 코미디인지도 모르게 끝이 나 버려서 허무했다. 이렇게 지루하게 읽었으니 연극도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건만 그렇지 않았다.

<벚꽃 동산>을 각색한 <왕벚나무동산>는 이 대본이 왜 코미디인지 확실하게 알게해줬다. 깜짝 놀라게 재밌는 연극을 보며, 내가 아직 대본을 읽고 무대를 상상하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극 보기 전에 예습을 하기 보다는 대본을 읽으며 복습하는 것이 더 큰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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