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
서영남 지음 / 휴(休)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예수께서도 노숙인이셨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첫장부터 격하게 와 닿는다. 

나는 착한 책이 재미없어서 싫다. 더군다나 나왔던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도 싫다. 염치 없는 사람들이 오글오글 모여 밥값 못하면서 고집피우는 것도 싫다. 지 설움을 남에게 피해주는 걸로 풀어대는 사람도 싫다. 사지멀쩡한데 빌어먹는 사람도 싫다. 정말 싫은데, 그 모든게 다 들어가 있는 이 책을 끝까지 잘도 읽고야 말았다. 뭐, 중간에 치밀어 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를 앙다물기도 했었다.

저자가 민들레국수집을 차리고 찾아 오는 손님들을 치르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손길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추려놓았다. 손님이라는 사람들이 참으로 염치 없다 싶기도 하고, 자기 코가 석자인데 저런 염치를 차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한장한장 넘겨가며 읽었다. 밥집하다가 공부방을 차리고 아이들을 위한 밥집도 따로 차렸다. 길지도 않은 책에 만감이 교차한다.
저자의 민들레 밥집 이야기를 몇년 전 TV에서 봤었다. 나도 쌀한가마니 정도는 보낼 능력이 되니, 조금 있다가 보내야지 하다가 그냥 잊고 말았다가 괜히 찔려 책도 읽고 기부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안쓰는 물건과 책을 팔아 기금을 조성하고 있던 중이라 본격적인 보물 찾기를 시작했다. 쉽게 주머니돈 털어서 송금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건 너무 손쉽지 않나 싶어서 싫었다. 나 처럼 '나는 능력 있으니 나중에 쌀이라도 한가마 보내야지'라는 생각하면서 누워 있을 사람들을 부추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보물찾기 하다보니, 참으로 내 놓기 아까운 물건들도 있었지만 얼추 내 놓을 물건들이 정해졌으니 사진찍고 사라고 마구마구 때쓰는 일만 남았다. 질문이 들어올 때 정보 이용료 받아두었던 저금통도 털고 이미 몇권 팔린 책값도 있으니 모아서 블로거 이름으로 송금할까 싶다.

책 상태는 가볍고 큼직한 글씨에 줄간격도 널찍널찍하다. 글자수로 따지면 참으로 비효율적인 책이다 싶지만, 다양한 독자층을 고려한다면 딱 맞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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