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찬바람 불던 날, 술자리에서 술 먹다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별 생각 없이 듣고서는 잊고 있다가 얼마 후, 이 책을 읽은 사람의 리뷰를 봤다. 독서에 대한 지도를 받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내 맘대로 독서를 해 오고 500개가 넘는 독서 리뷰를 써 왔으면서도 아직도 갈피도 못 잡는 독서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유명인의, 특히나 글을 잘 쓰신다는 분의 독서가 궁금했다. 그 왠지 모를 끌림에 할인도서도 아닌 신간을 덥썩 구입해버렸다.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이라는 부제가 왠지 마음에 콕 박혔던 것도 사실이다.  역시 책은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이 책은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 놓아, 읽고 싶은 흥미가 생기도록 부추기는 책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에 소개된 유명한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은 한권도 없었다. 유명하지만 실제로 읽어본 책은 드물다는 고전이 우리집에 전집으로 곱게 꽂혀 있었건만, 세로줄의 한문을 읽어낼 재주가 없어 멀뚱하게 제목만 눈여겨 두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책들에 대한 두려움을 날려버렸다.  "아! 진작 좀 알려주지!"라는 말을 쓸데없이 입속에서 굴려보지만, 지금이 아닌 다른 시점에 누군가가 알려줬다고해도 이 수준의 독서를 따라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은 없다.  늘 생각하지만 독서는 딱 그 능력만큼 때가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고전이라고 생각했었고 최근에서야 많은 고전이 과거에 머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깊이 느낄 일이 없어 와 닿지가 않았었는데 이 책이 고맙게도 그 길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정도의 차이를 둘 뿐 그 기본적인 모습은 변하지 않고 문제점들도 계속해서 되풀이 되고 있음을 고전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느낀다.  물론, 그 시대상황을 같이 봐야한다는 어려운 전제가 깔리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소개된 몇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읽고 있다. 내가 쓴 리뷰와 저자의 소개글을 비교해보면서 받아들임의 차이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되새김질 해보는 중이다. 그 눈높이와 시선을 맞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선도 함께 보고자 함이다.  나는 아직 내가 원하는 독서에 한참 못 미치는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괜히 조바심 친게된다. 독서라는게 조바심 친다고 하루이틀 만에 일취월장하는 취미도 아닌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독서가 취미라는 말을 하기도 왠지 부끄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기 힘들어 보이는 두깨의 책을 한 권 뿐인 줄 알고 빌려왔다가, 표지에 (상)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깜짝 놀란 마음에 바라만 보다가 작정하고 빌린 (하)권은 (상)보다 더 두꺼웠다. 그래도 '읽기를 작정한 이상 읽어야지' 싶어 책장을 넘기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은 '모든 두꺼운 고전이 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교훈을 남기면서 끝이 났다.

빼쩨르부르그의 무더운 7월, 법학을 전공하지만 현재는 휴학생인 라스꼴리꼬프(이하 "로쟈")는 관과 같은 방에 살며, 그리고 어두워지지 않는 밤들을 보내고 있었다. 로쟈는 혼자만의 '전당포 노파 살인계획'을 두고 추악함과 비열함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전당포 노파가 혼자 있으리라는 정보를 얻게 되어 결국 실행에 옮긴다. 물론, 잠 속에 빠져 너무 늦은감이 없었으나 발견하지 못할뻔한 도끼까지 잘 챙겨 노파를 살해하고 돈을 훔친다. 로쟈가 사건을 뒷수습 하는 중에 노파의 동생이 등장하고 로쟈의 계획은 흐트러져 버린다. 노파의 동생까지 살해하고 서야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로쟈는 혼란에 빠진다.

'살인'은 당연히 죄다. 그런데, 살인을 저지른 로쟈의 행동은 석연치않다. 정말 노파를 <이>로 생각 한 것인가? 가난한 자들의 피를 빨아 배를 불리는 <이>로 치부된 노파를 죽였다는 것이 <비범한 자>의 행위로 합리화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로쟈 스스로 살인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독자인 나는 이 발견이 답답해진다.  발견 이후, 죄를 지은 후에 받는 벌을 뒤로 미룸으로 해서 스스로의 생지옥으로 빠져드는 로쟈를 보고 있자니, 더욱 갑갑하다.  물론 로쟈가 스스로의 늪에서 빠져 허우적거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버둥치면서 속으로 더 빠져들기도 하고 라주미힌 같은 친구를 둠으로써 늪 밖으로 빠져나올 기회도 얻기도 한다. 어머니와 동생 두냐가 찾아오는 일도 전환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두냐의 약혼자라는 자의 등장은 로쟈 스스로를 더 자신의 벽 속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어버린다. 그 뿐인가? 뽀르피리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증거가 없는 로쟈의 범죄를 파고든다. 빨리 로쟈를 잡아다가 정신 차리게해서 이 끔찍한 '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로자에게 심리적 압박만 가해 자신의 죄를 더욱 합리화하고 죄를 떠나 정신적인 대결상태에 몰입하는 상태로 치달아 간다.  그 사이 등장하는 스비드리가일로프 같은 로쟈와 형식은 다르되, 어딘가 닮은 인간형의 등장으로 로쟈는 조금씩 무너져 내려가고, 스비드리가일로프로 인해 먹은 마음 스비드리가일로프 때문에 흔들리기도 한다. 

끊임 없이 이성과 양심의 대결한다.  아니다.  양심이 아니라 위대한 이성을 이해하지 못할 사회에 대한 앙심일 수도 있겠다.  사건이 밝혀질까봐 두려워 종종걸음하는 로쟈를 따라다니는 불안감과 두통,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잠은 로쟈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로쟈를 양심조차 없는 인간으로 것도 이상하다.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폐결핵에 걸린 친구를 도와주고, 하숙집 여주인의 증언에 의하면 불에 타 죽을 뻔한 아이를 살리고, 최근에는 잠깐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알고보면 생면부지인 어떤 퇴직관리의 죽음에 자신의 피 같은 전재산을 내어준 로쟈가, 따뜻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는 로쟈가, 왜 전당포 노파에게는 죄책감마저 갖지 않는 것일까? 나는 로쟈의 이 상태를 자기합리화를 넘어선 '자기방어'라고 생각했다.  죽어도 잘못했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합리화. 모든 사람들이 다 겪고 있지만 애써 인정하지 않는 것들, '방어'함으로써 많은 것들이 망쳐진다는 사실 자체도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 '방어'는 자신의 삶도 주변인의 삶도 무너트린다. <이> 나 <비범한 자>의 탈을 씌우고 쓴다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이야기다.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로쟈는 자신이 살인범임을 자백한다. 그 동안의 선행과 훔친 돈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살인죄에 비해 적은 형량인 8년을 받아 복역하기 시작한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복역을 시작했으면서도 로쟈는 자신을 구하지 못한다. 법적인 형벌은 스스로를 속였던 로쟈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지는 못한다.  어느새 죄는 스스로를 묶는 단단한 끈이 되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조차 기피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도 단절된다.  오로지 자신이 도왔던 퇴직관리의 딸 소냐가 시베리아까지 따라와 그의 옆을 지키고 그녀의 영혼이 로쟈에게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트이게 한다. 마지막 아주 짧은 장면이었건만 읽다가 큰 숨이 터지게 하는 장면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죄와 벌이 끊임 없이 등장하고 얽힌다. 아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등장하고 그들의 치명적인 오해와 편협한 행동들을 보고 있다면 책을 읽다가도 괜히 혀를 끌끌 차게된다. 등장인물 마다의 이야기를 빈틈없이 만들어낸 도스또예프시끼 선생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한번 읽고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등장인물의 하나하나를 다시 그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말미에 소설과 같은 도스또예프스끼 선생의 연보를 보며, 이 사람은 참으로 많은 기록을 남기며 공개된 삶을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피곤하지 않았을까?  조만간, 마음의 준비가 되는 대로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어볼까 한다. [죄와 벌]보다 살짝 더 긴 것에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열자마자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얼굴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표정이 세피아 톤의 그림으로 표현되면서 시작부터 약간은 쓸쓸했다. 책에는 글 한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이야기가 읽힌다. 그 읽히는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가 받아들인 이 그림책의 내용입니다.
글이 없으니, 누구나 보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글이 있다고해도 누구나 똑같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책을 보지 않은 분은 먼저 읽지 마셨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땅에 뿌리 박고 살지만, 만약 내가 사는 이 땅에 괴수의 그림자가 비치고 그 꼬리가 언제 내가 사는 곳에 내려 앉을지 모르는 불안함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불안함이 정치적인 문제일수도 전쟁일수도 천재지변일수도 있다. 생존을 위해 떠나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특히나 가족이 있다면 더더욱. 자의든 타의든 간에 떠나야 하는 사람이 짐을 싸고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조금만 기다려. 곧, 자리 잡고 연락할께.'라는 가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떻게 두렵지 않을 수가 있을까?

떠나는 길목에 흘러가는 구름도 남다르다. 배 위의 침울하고 긴장되는 마음은 낯선 땅에 도착하여 정신 없는 시간 속에 흩어진다.  알 수 없는 말들, 글들, 기호들 속에 무사히 입국을 마쳤다지만 공중전화 박스 같은 곳을 통해 나온 세상은 낯설고 물 설어서 당황스럽다.  발 언저리로 괴상한 생물이 고양이 처럼 맴 도는 와중에 그 남자는 지도를 들어 길을 묻고 식료품을 사고 도움을 받으며 상황에 적응한다. 그 괴상한 생물은 남자와 의존하는 관계가 되고 남자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몇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 망가진 물건을 골라내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노인과 친구가 된다.  안정된 남자는 가족에게 편지를 띄우고 소식을 기다리다가 아내와 딸을 반긴다. 영원히 적응되지 않을 듯한 곳에서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1장에서 일상에 있던 작은 사물들을 표현한 아홉개의 그림들이 이제는 도착한 곳에서의 9개의 그림으로 바뀌며 아이는 새로운 누군가가 낯선 땅에 들어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돕는다.

한 나라 안에서의 주거를 이동하는 일도 낯설고 힘들었었다. 그런데, 아무 기반 없는 사람이 낯선 세계에게 자신과 가족을 정착시키는 일이 어디 쉽겠나? 그림으로 보여지는 낯선 풍경은 당사자가 겪을 당혹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리뷰를 쓰려고 다시 되돌려보니 표지 안쪽의 사람들의 표정이 증명사진 같다는 생각과 그들 눈에 근심어린 표정이 읽힌다. 미소를 찾을 수 없던 그 얼굴들이 제대로 도착하여 따뜻한 미소로 얼굴을 가득 채우길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그림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  그리고 그림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그림을 만들어내고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갖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운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2
김만중 지음, 송성욱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보다 몹시 재밌었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기에는 심하게 외설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읽기 어렵다는 말들이 많이 들려 긴장하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술술 잘도 읽히며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야 할 듯한 문장들이 이어져 글의 재미를 더해준다.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다리를 건너가기 위해 다리 위에 앉아 있던 팔선녀와 말장난을 한 후에 마음이 들뜨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음을 다 잡고 육관대사를 열심히 따르겠다 생각하지만,  성진도 팔선녀도 인간 세상으로 몰려나가게된다. 그들이 흩어져 태어나 다시 만나 인연을 이루는 과정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성진을 보기만 하여도 한눈에 반해버리는 팔선녀들과의 인연이 요즘 눈으로 보기에도 과한감이 없지 않지만,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부인이 살았던 시대의 여인의 삶을 생각하면 꽤나 시원한 맛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이라면서, 첩부터 얻은 후에 아내를 둘씩이나 얻어 1:8이라는 말도 안되는 중혼을 만들어낸 것과 그 여덟명의 여인들끼리 다툼없이 잘 지내는 모습이 있을 수 없다 싶지만, 많은 상황들이 웃음을 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괜히 멀리 두고 시도하지 않았을 책을 읽고나니 괜히 뿌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읽는 것도 아니면서 책의 내용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몹시 답답하고 진력나는 느낌이 들었던 것만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어제 읽은 책도 가끔은 가물가물 한데, 읽은지 10년은 넘은 듯한 이 책의 내용이 기억날리가.. 특별판의 그림들이 정말 책의 내용과 맞아 떨어지나 싶은 궁금증이 생겼기에 읽었다. 시간이 지났건만 베르테르는 여전히 답답했고 어쩌면 영원히 친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럭저럭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베르테르는 어느날 작은 무도회에 초청을 받아 가는 길에 느닷없는 경고를 받게 된다.

 “당신은 아름다운 아가씨를 알게 될 거예요.
조심해야 할 거예요.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왜냐하면 그녀는 약혼한 몸이니까요.” 

그 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베르테르는 핑크빛 리본을 달고 아이들에게 빵을 떼어주는 로테에게 집중하여 주변을 잊는다. 처음 만난 날인데도 그녀와 춤출 수 없는 순간들을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경고를 무시하고 마음을 놓아버린 베르테르는 로테를 만남으로써 날마다 풍족해지는 마음의 기쁨에 눈이 멀어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즈음,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토가 등장한다. 괴로운 마음을 안고 로테를 떠날 결심을 하는 베르테르는 나름의 멋진 인생을 꿈꾸고 B양이라는 여성과 사귀기도 하지만, 지위와 계급의식 그리고 허영으로 뭉쳐진 사람들에게 내동댕이쳐진다. 결국 지리한 유랑 끝에 이미 결혼한 로테 곁으로 돌아와 갖은 진상을 부리다가 죽어버린다. 그 사이사이 끼어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베르테르의 감정선에 따라 동정과 이해로 얼버무려지거나 배척된다. 베르테르라는 한 사람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함께 허우적거리다보니, 가수 박진영이 쓴 <희망고문>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약혼자도 있고 이제는 결혼까지 했으면서도, 갈피를 못 잡는 베르테르를 옆에 두고 위험한 수위에 말을 무심하게 던지며 발목을 잡고 있는 로테를 어찌봐야할지.  나는 순진한 얼굴을 갖고 있는 악마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로테 자신의 생각에 베르테르를 멀리하면 지금보다 더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핑계도 있었겠지만 적당한 타이밍에 끊어내지 못한 로테를 어찌 봐야할지. 입으로 새 모이를 주는 장면을 베르테르 앞에서 연출한 일은 분명히 유혹이었다.

자주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을 듣는다. 내가 어떤 베르테르 든지 만나게 된다면, 따뜻한 콩나물 해장국이라도 한그릇 하주면서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갑갑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