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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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열자마자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얼굴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표정이 세피아 톤의 그림으로 표현되면서 시작부터 약간은 쓸쓸했다. 책에는 글 한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이야기가 읽힌다. 그 읽히는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가 받아들인 이 그림책의 내용입니다.
글이 없으니, 누구나 보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글이 있다고해도 누구나 똑같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책을 보지 않은 분은 먼저 읽지 마셨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땅에 뿌리 박고 살지만, 만약 내가 사는 이 땅에 괴수의 그림자가 비치고 그 꼬리가 언제 내가 사는 곳에 내려 앉을지 모르는 불안함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불안함이 정치적인 문제일수도 전쟁일수도 천재지변일수도 있다. 생존을 위해 떠나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특히나 가족이 있다면 더더욱. 자의든 타의든 간에 떠나야 하는 사람이 짐을 싸고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조금만 기다려. 곧, 자리 잡고 연락할께.'라는 가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어떻게 두렵지 않을 수가 있을까?

떠나는 길목에 흘러가는 구름도 남다르다. 배 위의 침울하고 긴장되는 마음은 낯선 땅에 도착하여 정신 없는 시간 속에 흩어진다.  알 수 없는 말들, 글들, 기호들 속에 무사히 입국을 마쳤다지만 공중전화 박스 같은 곳을 통해 나온 세상은 낯설고 물 설어서 당황스럽다.  발 언저리로 괴상한 생물이 고양이 처럼 맴 도는 와중에 그 남자는 지도를 들어 길을 묻고 식료품을 사고 도움을 받으며 상황에 적응한다. 그 괴상한 생물은 남자와 의존하는 관계가 되고 남자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몇번의 실패를 겪은 후에 망가진 물건을 골라내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노인과 친구가 된다.  안정된 남자는 가족에게 편지를 띄우고 소식을 기다리다가 아내와 딸을 반긴다. 영원히 적응되지 않을 듯한 곳에서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1장에서 일상에 있던 작은 사물들을 표현한 아홉개의 그림들이 이제는 도착한 곳에서의 9개의 그림으로 바뀌며 아이는 새로운 누군가가 낯선 땅에 들어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돕는다.

한 나라 안에서의 주거를 이동하는 일도 낯설고 힘들었었다. 그런데, 아무 기반 없는 사람이 낯선 세계에게 자신과 가족을 정착시키는 일이 어디 쉽겠나? 그림으로 보여지는 낯선 풍경은 당사자가 겪을 당혹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리뷰를 쓰려고 다시 되돌려보니 표지 안쪽의 사람들의 표정이 증명사진 같다는 생각과 그들 눈에 근심어린 표정이 읽힌다. 미소를 찾을 수 없던 그 얼굴들이 제대로 도착하여 따뜻한 미소로 얼굴을 가득 채우길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그림으로 이야기 한다는 것!  그리고 그림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그림을 만들어내고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갖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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