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
이소부치 다케시 지음, 강승희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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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냐는 지인의 대답에 '중국에서 녹차를 싣고 가다가 적도 근처에서 습하고 더운 바람을 만난 차는 습기에 젖어 찻잎이 발효되었고, 발효된 차를 버릴 수 없었던 선원이 먹어보니 이 맛도 훌륭해 판매하면서 홍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잘난 척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 103쪽에서는 '이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로 계속 부정되어 왔다고 서술하고 있다. 내가 읽은 커피 책에서는 분명히 그렇게 써 있었는데, 그럼 그때 그 작가는 알지도 못하고 떠도는 이야기를 집어다가 적어 놓았던 것일까? 두고두고 확인해 볼 일이다.

이 책에서 알게된 재미난 사실은 홍차가 오로지 자연적으로 발생한 우연의 산물 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유럽의 물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경수라 녹차의 깊은 맛이 잘 우려지지 않는단다. 고유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 잘 우러나지 않아 꽤나 밍밍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조금 더 탄닌 함유량이 많은 발효차가 더 선호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유럽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괜히 동감했다. 어제 밤 찻집에서 마셨던 홍차가 지나치게 떨떠름 했던 기억이 그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만든다.  소량만 생산되었던 발효차인 '정산소종'이 그 수요에 따라 늘어나 변형된 '랍상소종'이 되고 착향차인 얼그레이가 탄생하는 이야기를 보니 참 재밌다. 그리고 보-히차가 내가 아는 보이차가 아닌가?  보이차가 100% 발효된 차 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에 혼란스러웠다. 말린 녹차를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는 이야기에 그 차도 맛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홍차 때문에 만들어진 역사와 지역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허영의 표본이 된 차의 이야기와 보편화 되면서 다뜻함과 열량보충으로도 훌륭했던 홍차 이야기, 그리고 립턴 홍차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유익했다.

읽으면서 맛도 모르는 차들의 이름만 들으며 괜히 침을 질질흘리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밀크티도 책 읽는 내내 나의 미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더불어 차를 넘어서 반찬으로 사용되는 찻잎 이야기에 하얀밥에 얹어 먹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직 홍차 맛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한동안 호기심 때문이라도 커피보다 홍차를 더 마시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은 편집도 좋고 읽기도 잘 읽힌다. 하지만 그림으로 읽기에는 초반에 몰려있는 그림이 아쉽다. 그리고 아무래도 홍차를 글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 좋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은 후에 홍차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만한 참고문헌이 뭐가 있을까 보다가 일어와 영어로 된 책 제목에 답답했다. 찾아는보겠지만, 국내 출판된 책이 있다면 다른 출판사의 책이라도 좀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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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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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이야기 한 사람도 그렇고 치명적이고 노골적인 성애 묘사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다. 그래서 나는 성애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작가상을 수상했나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그저 장소설이었다. 이야기의 소재가 그저 성애 였을 뿐이었다.  뭐든 은근해야 야하고 자극적인 법이다. 다 내어 놓고 이렇게 떠들어 대면 오히려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아팠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루저'로 못 박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청춘들은 시퍼렇게 푸른 자신들의 삶을, 바짝바짝 말리는데 몰입하는 듯 느껴진다. 의미 없는 섹스를 인사하든 나누고 고통이 삶의 증거인 이 청춘을 어찌해야할지.

스물 두살.  인천의 2년제 대학 야간반을 재수까지해서 겨우 들어간 나는 날마다 술마시고 날마다 필름이 끊기고 헤어진 남자친구와 의없는 섹스를 나눈다.  어느날 그나마 예쁘장한 외모로 탈출구가 보이는 여령언니와 천박하지만 귀염성이 있는 미주와 함께 노래바에서 '제리'를 만나게 된다. 갸냘프고 어려보이는 외모의 제리는 나의 인생에 들어오는 것도 아닌, 안들어오는 것도 아닌 상태로 서로의 삶을 거울 보듯 마주보게 만든다. 이유없이 또 술을 마시고 대화는 알콜과 함께 날아가버린다. 꿈이 뭔지 묻는 미주의 질문에는 목구멍에 '턱'하고 걸려버린다. 에이스가 되고 싶은데 될 수 없는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되나?  갑갑함으로 건조한 문장들을 집어 삼킨 후에 책을 덮었다. 소화가 되려나 모르겠다.

책은 가벼운 양장이다. 쉽게 아주 금방 읽힌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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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명화 속 문학을 말하다
김은희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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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소설들을 몇권 읽은 까닭에 제목에 혹해서 읽게 되었다. 명화가 말하는 문학은 어떤 것일까 궁금증이 동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나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판 상태가 터무니 없이 엉망인데다가 글씨 크기가 큼지막한데도 불구하고 한 꼭지가 읽기시작하면 끝난다는 느낌이 들만큼 짧았다. 그리고 한참 설명 중인 그림 안에 있어야할 등장인물이 없는 일까지 있었다. 형편없는 인쇄 상태와 더불어 도판이 잘려다갔다는 이야기다.  명화와 문학에 대해서 이야기 할 듯했던 제목과는 달리 명화의 제목이나 특징 중 한 가지를 골라 러시아 문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에 그친다. 명화도 문학도 문화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 

출판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형편없는 도판을 인쇄했으며, 출판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도 최종판을 확인도 안하고 출판에 동의한 것일까?  러시아 문화에 대해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좋았으나, 이 책에서 정보는 아니었던 듯 싶다. 안타깝다. 2010년 7월에 출간된 책이 벌써 절판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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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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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모두 리뷰를 남겨 두고자 했으니 안 쓸 수도 없고, 분명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아닌 듯 하니 번지르르하게 쓸 수도 없다. 참으로 난감하다.  오주석 따라 읽기를 했던 사람으로 이 책을 집어 든 일은 실수였다. 제법 많아 보이는 도판에 끌려, 그리고 김홍도 전을 가기 위해 찾아 보았으나,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가야하는 독서의 흐름을 역행하였기에 불편하고 지리했다. 물론, 김홍도의 그림을 처음보고 우리 그림에 대한 책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 책도 꽤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오주석 읽기를 한 나에게는 옳지 못한 선택이었다. 

책의 편집도 훌륭하고 내용상의 구성도 좋다. 전문서적과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 그림에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더불어 그림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킬만해서 좋았다. 그리고 꼭지 사이사이에 배치된 '쉬어가기'는 책 읽기의 즐거움을 높였다. 그리고, 충분히 많은 도판은 책 읽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설핏 보았던 그림을 자세히보고 등장인물의 표정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저자의 능력은, 초등학교 선생님의 저력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따라올 수 없는 만족감은 지나치게 가볍게 지나가는 문체 때문이었다. 최신 유행어와 최근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얼버무려진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은 내가 원했던 진중함과 거리가 멀어서 불편했다.

이 책에 나온 도판들은 내가 원했던 도판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볼 전시에 풍속화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알아버렸다.   그러니, 나는 책을 잘못 선택해 놓고 멀쩡한 책에 불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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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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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찬드라 아줌마를 처음 만난 것은 [여섯개의 시선 -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라는 영화에서였다.  내가 만난 찬드라 아줌마는 섬유공장에서 보조 미싱사로 일하고 있는 네팔 노동자였는데, 그 생김이 우리나라 시골아줌마처럼 보였다. 공장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먹은 찬드라 아줌마는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라면을 먹은 후에나 알아버려 계산을 하지 못했고, 식당 주인은 찬드라 아줌마를 경찰에 신고한다. 한국어를 더듬거리는 찬드라 아줌마를 행려 병자로 안 경찰은 아줌마의 네팔어를 미친소리로 생각해, 결국은 멀쩡한 아줌마를 6년 4개월동안 정신병원에 수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신의 언어로 끊임없이 외쳤을 찬드라 아줌마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가막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기간 동안 두 곳의 병원과 한 곳의 부녀자 보호소를 거치면서도 '외국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만 할뿐, 누구도 가족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단다. 결국 마지막 병원 재활병동에서 만난 선생님이 찬드라 아줌마가 '네팔인'이라는 것을 믿어주고 가족을 찾아주려고 노력해서 결국에는 구출되고 이 책도 나오게 된 것이다. 그나마 그 선생도 못만났다면? 

내가 오래 전에 활동하던 인라인 동호회에는 동남아 외국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지만 같이 맥주잔을 마주치며 히히덕 거리고, 질주했었다. 그 외국인 노동자는 아주 평탄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발견되는 노동자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물 설고 낯설은 나라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온 이들은 우리와 너무 다른 사고방식 속에서 때로는 현지인인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지 않고 손을 내민다면 함께 할 잘 살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검은 피부에 생김이 다른 사람들을 지하철에서 보면 왠지 불편한 나의 사고방식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참으로 기가막히게도 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서 불법노동자로 생계를 위협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라도 지구촌인이 따로따로가 아닌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이 좀더 편안하고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전쟁도 좀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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