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강상중
강상중 지음 / 삶과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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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저| 삶과꿈(L&D)| 232쪽| 438g| 2004년11월30일| 정가:8,500원


표지에 신경질적이어 보이는 아저씨의 정면 사진이 찍혀있다. 잘생긴 얼굴이지만 뭔가 까칠한 느낌이 들어 살짝 움찔한다. 한국 국적을 갖고 일본에서 나고 자라 20년을 일본 이름으로 살다가 한국이름으로 변경한 저자는 지문날인 거부라는 사건으로 한번쯤은 지면으로 봤던 사람일 듯 싶다. 그러나, 낯설다.

 

내 기억 속에 "재일"이라는 단어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느닷없이 동네에 나타나 선심쓰다가 사기를 치고 도망가는 사람들 앞에 붙어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다가 조정래 선생의 소설 속에서 읽게된 "재일"의 삶은 내가 알던 "재일"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2004년 동경에 여행 갔을 때 신주쿠의 골목에서 만난 포장마차를 하시는 "재일" 아저씨와 만남은 또 다른 "재일"을 알려주었다. 아저씨가 넘치도록 퍼준 라면 그릇을 받아들고 듣게되었던, "나는 한국사람도 아니고 일본사람도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는 까닭을 알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말하며 활동하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재일"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 끊임없이 누군가가 상처 받고 있는 이야기였다. 일본으로 간 이유는 불행했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태어나 살면서 그 땅의 국적과 이름으로 살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과, 자신의 땅에 살고 있는 조선인과 한국인에 대해서 끊임없이 적대적인 일본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은 뭐라고 딱 한가지 꼬집어 이야기 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게했다.

 

그런 생각들을 갖고 저자가 읊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약간은 충격적이고 진지하고 무거웠지만 무엇보다 재미없었다. 이런 책에 재미를 논한다는게 좀 이상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지만, 글을 읽다가 책 밖으로 밀려나오는 상황을 겪는 것은 힘든 일이다. 몰입되는 느낌이 없어 안타까운 책이었다.

원작의 상태는 알 수 없으나 일본식의 번역은 한국말을 대충 아는 일본사람이 번역한 한국어판 책을 보는 느낌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식의 단어들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나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암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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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
조이한 글.사진 / 현암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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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한 저| 현암사| 314쪽| 576g| 150*210mm| 2010년06월25일| 정가:16,800원


"베를린"하면 베를린 장벽만 덩그러니 떠올리는 것이 베를린에 나의 상태였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크게 바뀌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야겠다' 였다.

 

예술가들의 이야기만 나왔으면 내가 재미없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1, 2부로 나눠, 1부에서 베를린의 이야기로 베를린을 익숙하게 만든 후, 2부의 예술관련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서 함진아비를 집안에 들이려고 바닥에 돈봉투 깔 듯, 베를린 이야기로 살금살금 꼬셔 마음이 이미 베를린으로 날아가버리게 만들었다. 그 외딴 대도시의 조용하고 느근한 느낌과 적당한 무관심과 남을 침범하지 않는 몸과 마음의 자유까지 너무 매혹적이었다. 물론 기다림의 미덕을 크게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 식당에서 주문하고 참아내야할 오랜 시간은 어렵겠지만 말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가득찬 도시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상상을 했다. '회화박물관'에서 13세기에서 18세기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볕이 잘 들어오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잠깐 조는 상상도 해보고, '구 국립미술관'에서 19세기 작품을 감상하며 이미 정해진 베를린 동행자에게 마구마구 질문을 쏟아 내기도 하고, 그림과 사연은 알았으나 정작 이름을 알지 못했던 '케테 콜비츠의 미술관'에서 그녀의 마음과 눈물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신 국립 미술관'의 20세기 작품도 작품이지만 유리로 만든 미술관을 감상하고 싶고, 저자가 알려줘서 알았지만 함부르크역 현대미술관이라는 이름의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안젤름 키퍼의 참으로 칙칙한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그의 역사적인 주제에 동참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예술가에 대한 다른 생각을 읽으면서 내가 예술가에게 얼마나 관대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갑종근로소득을 내는 투명지갑인 내가 그들의 세금문제와 나의 세금 문제에 대해 연관하지 않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갖어봤다. 회비를 내고 예술품을 대여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정말 너무 훌륭해서 읽다가 박수칠뻔했다.

 

책상태는 단단하고 깔끔하다. 읽을 재미와 볼재미가 함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이한 선생의 책은 처음이지만, 찾아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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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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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저| 문학동네| 368쪽| 597g| 140*210mm| 2010년09월03일| 정가:13,800원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소설가가 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한 생각이지만, '괜히 겉멋들어 바닷가 가서 낚시대나 드리웠나'라는 생각을 하며 크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책이었다. 책의 인식을 바꿔놓은 것은 오른쪽에 올려놓은 이 사진 한장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반백의 머리카락과 바닥에 도마를 놓고 앉아 생선을 다루는 이 사진 한장을 접하고 난 후, 이 책을 안 살 수가 없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하고 입을 벌리고 싶어졌다. 그러고 있으면, 뭐 이런 뻔뻔한게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잠깐 보시다가 한점 기분 좋게 입에 넣어주실 것 같다.

 

그 정도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책은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군침이 흐르다 못해, 나중에는 갈증까지 일며, 인생이 마구 허기진 느낌이 난다. "바다로 가라"라는 말에 "네"하며 달려나가고 싶어진다. 안되면 횟집으로라도 뛰어 나가야 할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다행히도 이 책을 읽은 장소가 일본 여행가는 길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서해안 어디 즈음에 있다는 지인의 친척의 배를 수배하여 함께 갈 사람들을 모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여주와 강원도 철원이라는 쌀 좋은 곳에서 자라 어렸을때 접한 생선이라고는 생선가게에서 보는 염장된 것들 뿐이었는데도, 이 비린 바다 것들에게는 마음이 한없이 빼앗긴다. 어렸을 때 내륙에 살아 비린 맛을 못본 사람들은 먹기를 꺼려하는 것들도 내 입에선 달고 맛나기만 하다. 갈치, 삼치, 모자반, 숭어, 문어, 고등어, 군소, 볼락, 홍합, 노래미, 병어, 날치, 김, 농어, 붕장어, 고둥, 골뱅이, 거북손, 참돔, 소라, 돌돔, 학꽁치, 꽁치, 감성돔, 성게, 우럭, 검복, 톳, 가자미, 해삼.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참으로 다정한 이름들 아닌가.

 

책은 참 훌륭하다. 사진도 훌륭하고 글도 훌륭하고 그 사이사이 사람 이야기도 훌륭하다. 삶이 삶이기 때문에 삶을 쓴 글도 삶 같아서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이로 무언가를 잡아 죽이지 않아 좋았다. 거문도를 여행 리스트에 올려보며 언젠가 나도 낚시로 배 채워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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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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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블로그를 보고 추천하는 책이라며, 출판사 담당자가 아주 긴 쪽지를 보냈다. '힐링 노블'이라고, Daum문학에서 3주 연속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소설이니 한번 읽어보겠냐는 제안이었다. 당당하게 권하는 것은 자신감이 있어서일테고 광고 문구에 [연금술사]와 [모모]를 뛰어 넘는 마법 같은 스토리라는 말을 넣은 것도 왠만한 자신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광고인데다가, 저자를 검색해 보니 책을 몇권이나 냈고 나름대로 평도 좋은 편이라 새로운 작가 발견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실수였다. 작가에게나 출판사에게나 나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하고야 만 것이다.

 

중편 두개를 묶은 이 책은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카피라이터라는 이력 때문인지 중간중간 느낌이 강한 문장이 섞여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문장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훌륭하지도 않고, 읽다보면 힐링이라도 되어야 할텐데 문장도 피곤한데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자꾸 들어 화가 나려고 했다. 아예 환타지를 쓴 것도 아니면서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내용도 그렇고 두번째 소설은 등장인물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툭툭 끊어서 사춘기 소녀 일기 쓰듯이 써 놓은 것도 읽기 불편했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잔뜩 멋부려 늘어놓은 모습이 그저그런 일본 소설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저자의 국적을 의심하기도 했다-등장 인물, 장소 등 일본과 한국을 왔다갔다 한다- . 20대 초의 내가 읽었다면 이 책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힐링을 제대로 했을 수도 있으련만 대상을 잘못 찾아온 책은 나의 독서 열의마저 앗아갈 지경이다.

 

이 책의 모든게 마음에 안든다. 내용도 그렇고 양장인 것과 질좋고 넓어 책갈피로도 쓸 수 없는 띠지, 큼직한 글씨, 넓은 줄간격, 지나친 여백,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늘어난 무게 등. 레몬색 표지가 참 화사하니 예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미덕이 될 순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의 광고 문구를 쓴 사람은 파울로 코엘료와 미하엘 엔데께 꼭 가슴 깊이 죄송한 마음을 갖길 바란다. 이런 무책임한 광고 문구는 [연금술사]나 [모모]를 안 읽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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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오브 주얼리 - 추억을 간직하는 보석 이야기
송경미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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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구를 탐내 본적이 없다. 면세점에서 스왈로브스키 목걸이 보고 살짝 감탄하며 몇개 구입하기는 했지만 금방 닳거나 빛이 사라지는 장신구는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이 몇년 일찍 내 손에 쥐어졌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우연히 진주 몇알을 선물 받게 되고, 보석 감정하는 언니를 알게되고 목걸이를 직접 맞추게 되면서 조금씩 관심이 가고 있기는 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반지를 선물 받게 되면서 새로운 장신구에 대한 약간의 탐이 생겨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희소성에 대한 탐은 최근 한정판 아트 북을 구입하기 위해 작가와 작품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지기 시작했는데, 정찰가가 아닌 또는 가격을 알 수 없는 물건에 대한 소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면서 더욱 커지고 있었다. 희소성과 아름다움, 만족감 그리고 가격에 대한 안타까움은 모든 갖기 힘든 것들의 공통점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앤티크 주얼리와 만남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장신구라면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갤러리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착용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들로 이야기를 꺼낸다. 생소하면서도 즐거웠다. 앤티크 주얼리의 세계와 컬랙터, 명화에도 등장하는 실제의 앤티크 주얼리들의 이야기는 묘한 감동을 주기도 했고 사연을 갖고 있는 주얼리가 소장자의 운명과 함께하며 이름 지어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들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역사의 파도 속에서 이동하게되는 주얼리의 이야기는 주얼리가 과거에만 있지 않고 현재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니 더욱 즐거워진다. 누군가에게 물려받을 수 있는 주얼리는 얼마나 환상적인가. 물려받기 위해 엄마에게 주얼리를 선물한 나는 그 부분을 읽다가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멋지게 물려주는 방법을 엄마에게 한참 동안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여러번 묘하게 미소 짓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펼쳐 놓는  '된장녀'이야기도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사치품에 갖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공감한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명화들이나 대부분의 유물들과 건축물들, 특히나 고려 불화 같은 것들은 사치와 돈지랄이 배경이 되지 않고서는 탄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있으면 있는 만큼 즐겼으면 좋겠고, 그 만큼 좋은 일도 많이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갖고만 있지말고 밖에 보여주고 그랬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저자는 주얼리의 사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장에 대한 이야기와 주얼리 자체의 성격과 형태의 이야기를 이야기 속에 담고 사진으로 보여주어 읽는 사람이 어렵지 않게 풀어나간다. 부드럽지 못한 느낌이 드는 글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힌다. 책은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고 절절한 사진 도판은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주얼리에 관한 단어들은 주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도판 설명이 약간은 더 진하게 인쇄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휴대성이 있는 책이니만큼 책상에 정좌를 하고 보는 것도 아닌데, 지하철에서 보기에는 너무 흐린 색으로 인쇄가 되어 있는 점은 안타까웠다.

 

주얼리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지니는 것이기에 더욱 탐이 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한다. 내 인생에도 의미있는 주얼리 몇개는 생겼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저자의 갤러리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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