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
조이한 글.사진 / 현암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조이한 저| 현암사| 314쪽| 576g| 150*210mm| 2010년06월25일| 정가:16,800원


"베를린"하면 베를린 장벽만 덩그러니 떠올리는 것이 베를린에 나의 상태였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크게 바뀌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야겠다' 였다.

 

예술가들의 이야기만 나왔으면 내가 재미없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1, 2부로 나눠, 1부에서 베를린의 이야기로 베를린을 익숙하게 만든 후, 2부의 예술관련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서 함진아비를 집안에 들이려고 바닥에 돈봉투 깔 듯, 베를린 이야기로 살금살금 꼬셔 마음이 이미 베를린으로 날아가버리게 만들었다. 그 외딴 대도시의 조용하고 느근한 느낌과 적당한 무관심과 남을 침범하지 않는 몸과 마음의 자유까지 너무 매혹적이었다. 물론 기다림의 미덕을 크게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 식당에서 주문하고 참아내야할 오랜 시간은 어렵겠지만 말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가득찬 도시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상상을 했다. '회화박물관'에서 13세기에서 18세기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볕이 잘 들어오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잠깐 조는 상상도 해보고, '구 국립미술관'에서 19세기 작품을 감상하며 이미 정해진 베를린 동행자에게 마구마구 질문을 쏟아 내기도 하고, 그림과 사연은 알았으나 정작 이름을 알지 못했던 '케테 콜비츠의 미술관'에서 그녀의 마음과 눈물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신 국립 미술관'의 20세기 작품도 작품이지만 유리로 만든 미술관을 감상하고 싶고, 저자가 알려줘서 알았지만 함부르크역 현대미술관이라는 이름의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안젤름 키퍼의 참으로 칙칙한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그의 역사적인 주제에 동참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예술가에 대한 다른 생각을 읽으면서 내가 예술가에게 얼마나 관대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갑종근로소득을 내는 투명지갑인 내가 그들의 세금문제와 나의 세금 문제에 대해 연관하지 않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갖어봤다. 회비를 내고 예술품을 대여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정말 너무 훌륭해서 읽다가 박수칠뻔했다.

 

책상태는 단단하고 깔끔하다. 읽을 재미와 볼재미가 함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이한 선생의 책은 처음이지만, 찾아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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