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1 - '사건'전후
신정아 지음 / 사월의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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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저 | 사월의책 | 424쪽 | 578g | 153*210mm | 2011년 03월 15일 | 정가 :14,000원


이 책은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젊디 젊은 여성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일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남자와 진정을 나누었다는 그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새삼 궁금해졌다. 2007년도에는 관심도 없었던 일이었는데 말이다. 정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누가 누구와 싸우건 말건 관심 없다. 사실 당장 내 살과 닿지 않는 일에 대해서 열변을 토할만큼, 나는 열정적이지가 않다. 그런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던 여성이 어떤 잘못이든 어떤 이유로든 바닥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리를 꽤나 많이 들었다. 왜들 그렇게 궁금할까 싶은 그녀의 사생활은 나름대로 배웠다는 사람들에 의해 과장과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채워지고 있었고 술자리에 안주가 되어 있었다. 배운만큼 저질스러운 감각도 늘어나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그녀의 사건도 과장의 부분에 한해서는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와 같은 사건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었다.

책은 자신을 설명하는 목소리로 가득차 있다. 끔찍한 상황을 겪고난 여성이 얼마나 자신을 설명하고 싶었겠으며, 그리고 당한만큼의 크기인 칼을 품 나와서 품어낼 독설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글은 깔끔한 문장으로 차분하게 쓰여져 있었다. 읽기 편하고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고, 시점을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 소설 읽는 기분도 나게 했다. 사연 있고 돈도 있는 집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나름대로 사연과 풍족함을 함께 누렸기에 구김살 없는 것도 곳곳에 드러난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는 절대로 하지 못할 이야기들-물론 이미 까발려지고 돌아다니던 이야기보다 더 순하긴 하지만-이 책에는 술술 잘도 쓰여있다. 돈 씀씀이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눈에 담았을 많은 작품들을 상상해보면 가슴이 묘하게 뛰는 것이 '나도 있는 집에 태어났으면 좀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텐데'라는 부러움으로 몸이 다 뒤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악의를 갖고 있는 사람과 선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실명으로 적어 놓아 사람들을 검색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나 악역이었던 박영택 교수의 이름을 보고는 읽다 말았던 [얼굴이 말하다]를 빠른 시일내에 읽어봐야지라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지만, 누구에게 추천하거나 다시 읽거나 인용하거나 내 책장에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어짜피 시끄러운 일이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다수인 책이니까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가 더 이상은 시끄러운 사건으로 신문이나 잡지에 등장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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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수익률 높은 공장 에이원 이야기 - 37년 연속 35% 수익률 달성 CEO의 서재 3
우메하라 가쓰히코 지음, 양영철 옮김 / 오씨이오(oceo)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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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하라 가쓰히코 저/양영철 역| 지식공간| 203쪽| 320g| 149*186mm| 2011년03월15일| 정가 :12,800원

 


에이원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고 첫번째로 떠올린게 'A1 스테이크 소스'였다. 어찌나 제대로 각인되었는지, 책 표지에 37년 연속이라는 말만 보고도 전통있는 소스 임에 감탄했다. 얼마나 제대로 만들었기에 37년 연속 35%의 수익률을 달성했는지 또 감탄하고, 포장 자체가 꽤나 미국스러웠음에도 A1이 일본에서 만든 소스구나 생각하며 남의 것도 지들처럼 만드는 일본인들의 능력에 또 한번 감탄했었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그 'A1'과 이 '에이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좀 당황하고 심난했지만, 뭐 이런 실수들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생각하면서 나름 위로해봤다. 'A1' 소스는 미국 Kraft Foods에서 생산하고 있는 35년과 비교도 안되는 18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스테이크 소스였다. 영원히 잊지 않을 듯 하다.

'에이원 정밀'은 자동선반의 부품인 '콜릿 척(Collet chuck)'을 생산하는 회사로 소규모 동네 공장이다. 그리고 마치코바-동네 공장이라는 뜻- 중 유일하게 상장한 회사다. 방법은 간단했다. "이익에 집중한다. 불황에 투자한다" 말은 쉬우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원칙이다. 제조업의 기본은 높은 품질, 적정한 가격, 짧은 납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요인 가장 빨리 좋은 기계를 도입하고 매년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한다. 직원 모두가 두세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종신고용, 사원 주주제 등 사원 모두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하고 있단다. 심지어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상여금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주식 매입의 기회도 제공한다고 한다. 미쳤나보다. 그리고 연공서열의 급여와 실력 차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상여금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단다. 상여금은 '이익분배금'이라는 형태로 1년에 두 차례 지급하고 매출과 경비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무엇보다 훌륭한 점은 퇴근 후에 각자의 생활을 인정하고 퇴근 후에 집으로 전화 거는 일을 금하고 있단다! "일은 회사에서" 멋진 사장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부가 남편을 이 회사로 전직시킨 예도 있단다. 그리고 조직과 직함 회의도 없단다. 그리고 사장 자리를 물러나면서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승계했다. 지금은 퇴직 후 중소제조업을 살리겠다며, 자신의 재산을 털어 재단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산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다고 한다.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시시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들과 실행능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물론 한 페이지에 글자가 몇개나 들어가 있는지 세고 싶을 만큼 큰 글씨가 책 읽기를 더울 빠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잡은 순간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어쩌면 요즘 약간 물먹은 솜 같은 내 상태 때문에 더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메하라 가쓰히코 사장과 같은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장과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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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여행자
다니구치 지로 지음, 홍구희 옮김 / 샘터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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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구치 지로 글,그림/홍구희 역| 샘터| 438g| 2008년12월31일| 정가:8,500원


우연히 [개를 기르다]를 읽고, 다니구치 지로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즈음 [아버지]와 [열네살]을 추천받았었다. 그 인연으로 몇군데 소설과 유럽의 도서관에 언급된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에 대한 글을 읽고나니 괜한 친근감이 생겼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는 잔잔한 그림과 잔잔한 이야기가 있고 읽는 내내 묵직하면서도 뜨겁게 오는 뭔가가 있으면서도 막상 책장을 덮고나면 할말이 없어진다. 당장 코 앞에 일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과 세상 전체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하는 만화를 보고 내가 뭘 느꼈다고 말해야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도 무게감이 생긴다. 할 이야기가 참 많았지만 막상 자판 위에 손을 얹고 나면 할말이 없어진다. 묘한 만화다.


여섯가지 이야기 중에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산으로]다. 곰에게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그 곰이 다시 나타났을 때, 곰과의 대적을 원한다. 그러나 이미 늙은 반려견을 두고가려 하지만, 반려견의 충성심은 주인과 떼어 놓을 수 없었다. 다 늙은 남편의 무모한 도전을 지켜보는 체념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다. 몇장 되지도 않는 만화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후려칠 수 있는지 미스터리다. 책을 덮으며 이 책은 작가가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묶어낸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연의 법칙 속에 돌고돌며, 순응하고 반발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모든 생물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 상태는, 그림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마음에 들고 얇은 한권의 만화책인데도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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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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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중서 저| 불광출판사| 320쪽| 706g| 188*254mm| 2010년03월12일| 정가:18,000원


여주에 살때는 학교에서 소풍을 신륵사라는 사찰로 자주 갔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찰을 가는 일이 낯설지가 않다. 등산가다 만나게 되는 사찰들도 괜히 물한잔 얻어먹고 가도 될 만큼 친근하다.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찰은 참으로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정작 불교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시에서 고려불화를 보고 약간 띵한 느낌을 받았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우아함에 감탄을 안할 수가 없었다. 그 띵한 기분에 누군가의 리스트에서 보게된 이 책은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줬다. 불교의 건축과 벽화에 스며져 있는 불교 미술들은 색달랐다. 화풍이 있는가 싶다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 다양하게 그리거나 만들어낸 미술들은 불교로 가는 길이 그리 높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책 상태는 올컬러라 그런지 묵직해서 한손으로 오래 들고 읽기가 힘들다. 많은 사진 자료들이 있어 보기 좋지만, 그 사진이 잘 찍은 사진 또는 잘 편집한 사진이라는 느낌은 안든다. 몇몇의 사진에서는 설명이 되어 있는 대상을 찾기가 어려웠다. 주석이 전혀 없어 모르는 종교적인 고유명사들에 대해서는 참으로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림의 연대가 대충 언제인지 현재 그려진 그림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아쉽니다. 불교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잘 읽히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불교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책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몰랐으나, 기억하고 싶은 것들


  • 수미단: 사원의 본전(本殿) 정면에 불상을 모셔 두는 단. 수미산을 본뜬 것으로 사각, 팔각, 원형 따위의 모양이 있다.
  • 사찰 입구에서 대웅전 앞까지 갈 때 거치는 문들은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해탈문, 불이문 순.
  • 천왕문 안에 사천왕 오른쪽에 지국천왕(持國天王, 국토를 수호하고 백성을 보살피는 임무, 비파를 들고 있음), 증장천왕(增長天王, 불자들의 지혜와 복덕을 늘려주고 이익을 증장시켜주는 임무, 번뇌를 끊겠다는 뜻으로 칼을 들고 있음), 왼쪽으로 광목천왕(廣目天王, 인간의 선악을 살피고 나쁜 것을 물리침, 손에 용과 여의주를 잡고 있음), 다문천왕(多聞天王, 손에 부처님을 상징하는 보탐과 보차를 들고 부처님의 발씀을 듣고 인간에게 알려주는 역할)
  • 문수보살과 사자는 부처님의 지혜를 보현보살과 코끼리는 불고의 진리와 수행의 덕을 맡는다.
  • 긴나라는 음성이 너무 아름다운 신이라, 부처님의 음성을 말할때 간나라성이라고 한다. 긴나라의 모습은 사람과 비슷하고 머리에 뿔이 있다. 마후라가는 머리가 뱀의 모습이거나 관 위에 뱀을 그려놓은 모양으로 불법을 옹호하는 선신이다. 그리고 건달바는 불법을 수호하며 보통 무장한 모습으로 사자관을 쓰고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다.
  • 가루라는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본 가루다와 같다. 새의 머리 형상을 하거나 사람의 모습에 새의 부리형태의 입을 가진 형상이다. 판다라 용왕과는 나형행자의 말로 악연이 될 뻔하지만 판다라 용왕이 가루라를 모신다.
  • 싸움의 기술 주문에서 나온 "아수라 발발타"의 그 아수라는 분노의 얼굴으리 3면에 묘사하고 여섯개의 팔이 해와 달을 잡고 있는 것으로 위력을 묘사한다. 얼굴이 3면인 점은 신중과 같다. 신중은 팔아 여덟개로 8대 용왕이 둘러싸고 있고 온몸이 화염에 뒤덮이고 머리카락은 곤두서있다. 오른손에 칼을 잡고 왼손에 견삭을 들어 항복하지 않는 자를 묶는다. 아수라는 신이고 신중은 아라한 인것으로 파악된다.
  • 야차는 사람의 피와 고기를 먹는 포악한 귀신이었으나 불교에 귀의하여 코끼리 탈을 쓴 모습으로 불법을 수호한다. 파리바게트 코끼리 모자를 쓴 모습같다.
  • 가루라와 헤깔리는 날개 달린 새가 있다 가릉빈가라고 한다. 구멍없는 피리 무공적을 불고 있다.
  • 아라한은 소승 불교의 수행자 가운데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이를 말한다.
  • 관세음보살은 지혜로 세상을 비추어 보고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중생의 서원을 들어준다.
  • 미래에 오실 부처님인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님 다음에 이 사바세계에 오실 부처님이다. 미륵불은 물이 맑고 곡식이 풍족하며 인구가 번창하고 질병이 없으며 마음이 평화롭고 뜻이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오신단다.
  • 가섭과 아난은 부처님의 제자로 가섭은 거친음식과 수행에 몰두하여 늙은 모습으로 아난은 스무살부터 부처님을 모셔 늘 미남자로 그려진단다.
  • 나반존자는 흰 머리에 아주 긴 눈썹이 있어 부처님의 다른 제자와 다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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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세트 - 전5권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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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메마쿠라 바쿠 저/이기웅 역| 시작| 원서:神神の山嶺(1997)| 648쪽| 840g| 153*224mm| 2010년09월24일| 정가:15,500원


다니구치 지로 선생의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신들의 봉우리]를 탐냈고, 5권이 완결된 후에 구입하려다 책장이 좁아 구입을 고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만화의 원작이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괜찮은 만화이기에 다니구치 선생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싶어, 만화를 읽기 전에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빌렸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 잠시 난감했다. 만화가 다섯권이라고는 하지만 책은 좀 많이 두꺼웠다. 그래서, 책에게 물었다. '너, 혹시 사전인거냐?'

 

초반이 몇장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화자가 누구인지 헤깔리는 이름 속에서 잠깐 헤매다가 오델의 이야기가 잠깐, 그 후로 '후카마치'의 이야기라는 것에 익숙해지자 책은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발단은 에베레스트 산행에 실패한 '후카마치'가 동료 둘을 잃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카투만두에 남아 있다가 멜러리와 어빈의 카메라로 추정되는 카메라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이야기는 책의 말미와 연결되는 '후카마치'의 이야기 부분으로 시작해서 사람들의 굴곡 많은 사연 속으로 들어가 함께 허우적거리다가, 독자인 나도 함께 '하부'에 이끌린 '후카마치'와 덩달아 에베레스트에 오르게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유난히 추워진 날씨와 잦은 눈 때문인지, '하부''후카마치'의 산행에서 느껴지는 추위와 타는 듯한 목마름 그리고 외로움과 두려움이 격하게 와 닿았다. 와 닿는다고 하더라도 내 상상 훨씬 더 이상일 테지만 말이다.

 

'쓰다 남긴 건 없습니다'

유메마쿠라 바쿠

 

쓰다 남긴 것이 없다는 작가의 말은 빈 말 일리가 없다. 이렇게 두꺼운 책에 줄창 에베레스트 산행에 관련된 이야기만 쓰고, 심지어는 산에서 산소부족으로 정신이 산만한 주인공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글도 도대체 몇페이지나 되는지 모르겠다. 난 동네 뒷산 산책 정도를 좋아하고 미친놈처럼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책에 옮겨 놓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건만, 이 책에서 나오는 모든 말에 감동하고 놀라고 흥분하고 감탄했다. '하부 조지'의 일생도 '후카마치'의 방황도 그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도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제대로 잡힌 케릭터들이 제대로 자기들의 방향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구르카였다는 '나르달 라젠드라'의 이야기와 그들의 네팔의 이야기를 읽으며 짧은 문장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아픔이 있는 것인지 짐작만 해볼뿐이었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 책을 읽다가 마지막, '하부''후카마치'가 그렇게 만나버리는 장면에서 팡하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결국 그렇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행복하고 마음이 드는 결말이었다.

 

책이 몹시 두껍고 무겁지만 여러권으로 분철해서 출판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장바구니에 넣으려고 보니, 2010년 9월에 나온 책이 벌써 품절이다. 두께 때문에 바로 다시 읽을 엄두는 안나지만, 책장에는 꼽아놔야 마음이 놓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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