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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세트 - 전5권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유메마쿠라 바쿠 저/이기웅 역| 시작| 원서:神神の山嶺(1997)| 648쪽| 840g| 153*224mm| 2010년09월24일| 정가:15,500원
다니구치 지로 선생의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신들의 봉우리]를 탐냈고, 5권이 완결된 후에 구입하려다 책장이 좁아 구입을 고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만화의 원작이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괜찮은 만화이기에 다니구치 선생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싶어, 만화를 읽기 전에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빌렸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 잠시 난감했다. 만화가 다섯권이라고는 하지만 책은 좀 많이 두꺼웠다. 그래서, 책에게 물었다. '너, 혹시 사전인거냐?'
초반이 몇장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화자가 누구인지 헤깔리는 이름 속에서 잠깐 헤매다가 오델의 이야기가 잠깐, 그 후로 '후카마치'의 이야기라는 것에 익숙해지자 책은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발단은 에베레스트 산행에 실패한 '후카마치'가 동료 둘을 잃고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카투만두에 남아 있다가 멜러리와 어빈의 카메라로 추정되는 카메라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이야기는 책의 말미와 연결되는 '후카마치'의 이야기 부분으로 시작해서 사람들의 굴곡 많은 사연 속으로 들어가 함께 허우적거리다가, 독자인 나도 함께 '하부'에 이끌린 '후카마치'와 덩달아 에베레스트에 오르게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유난히 추워진 날씨와 잦은 눈 때문인지, '하부'와 '후카마치'의 산행에서 느껴지는 추위와 타는 듯한 목마름 그리고 외로움과 두려움이 격하게 와 닿았다. 와 닿는다고 하더라도 내 상상 훨씬 더 이상일 테지만 말이다.
'쓰다 남긴 건 없습니다'
유메마쿠라 바쿠
쓰다 남긴 것이 없다는 작가의 말은 빈 말 일리가 없다. 이렇게 두꺼운 책에 줄창 에베레스트 산행에 관련된 이야기만 쓰고, 심지어는 산에서 산소부족으로 정신이 산만한 주인공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글도 도대체 몇페이지나 되는지 모르겠다. 난 동네 뒷산 산책 정도를 좋아하고 미친놈처럼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책에 옮겨 놓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건만, 이 책에서 나오는 모든 말에 감동하고 놀라고 흥분하고 감탄했다. '하부 조지'의 일생도 '후카마치'의 방황도 그 주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도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제대로 잡힌 케릭터들이 제대로 자기들의 방향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구르카였다는 '나르달 라젠드라'의 이야기와 그들의 네팔의 이야기를 읽으며 짧은 문장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아픔이 있는 것인지 짐작만 해볼뿐이었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 책을 읽다가 마지막, '하부'와 '후카마치'가 그렇게 만나버리는 장면에서 팡하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결국 그렇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행복하고 마음이 드는 결말이었다.
책이 몹시 두껍고 무겁지만 여러권으로 분철해서 출판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장바구니에 넣으려고 보니, 2010년 9월에 나온 책이 벌써 품절이다. 두께 때문에 바로 다시 읽을 엄두는 안나지만, 책장에는 꼽아놔야 마음이 놓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강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