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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여행자
다니구치 지로 지음, 홍구희 옮김 / 샘터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홍구희 역| 샘터| 438g| 2008년12월31일| 정가:8,500원
우연히 [개를 기르다]를 읽고, 다니구치 지로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즈음 [아버지]와 [열네살]을 추천받았었다. 그 인연으로 몇군데 소설과 유럽의 도서관에 언급된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에 대한 글을 읽고나니 괜한 친근감이 생겼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는 잔잔한 그림과 잔잔한 이야기가 있고 읽는 내내 묵직하면서도 뜨겁게 오는 뭔가가 있으면서도 막상 책장을 덮고나면 할말이 없어진다. 당장 코 앞에 일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과 세상 전체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하는 만화를 보고 내가 뭘 느꼈다고 말해야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림을 보다보면 그림도 무게감이 생긴다. 할 이야기가 참 많았지만 막상 자판 위에 손을 얹고 나면 할말이 없어진다. 묘한 만화다.
여섯가지 이야기 중에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는 [산으로]다. 곰에게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그 곰이 다시 나타났을 때, 곰과의 대적을 원한다. 그러나 이미 늙은 반려견을 두고가려 하지만, 반려견의 충성심은 주인과 떼어 놓을 수 없었다. 다 늙은 남편의 무모한 도전을 지켜보는 체념이 한꺼번에 어우러진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다. 몇장 되지도 않는 만화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후려칠 수 있는지 미스터리다. 책을 덮으며 이 책은 작가가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묶어낸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연의 법칙 속에 돌고돌며, 순응하고 반발하며 살아가는 인간과 모든 생물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 상태는, 그림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마음에 들고 얇은 한권의 만화책인데도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점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