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
엠마뉘엘 르파주 지음, 이성엽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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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파주 글,그림/이성엽 역 | 씨네21 | 168쪽 | 478g | 188*255mm| 2011년 07월 15일 | 정가 : 12,000원


이 책을 빌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다른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가 빌리려 했던 책은 못찾고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 홀려서 빌려와 버렸다. 홀려서 빌려올 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연찮게 찾은 보물이 더 재밌다.

 

니카라과의 독재자 소모사에 앚서 '라이터를 켜라'!

- 김태권(만화가)

 

프랑스 노블 작가의 손으로 니카라과의 혁명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 뭐랄까. 약간 말랑말랑 하달까? 그런 느낌이 아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그림체를 보다보면 왠지 홀려서 읽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서 있는 가브리엘은 독재 정권의 비호를 받는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곳 사제 서품을 받을 예정이다. 성당 벽화를 그릴 예정으로 정글 한복판의 성당으로 오게된 가브리엘은 그곳 신부에게 살아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지적 받고 보통 사람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하게 반정부 게릴라를 돕게된 가브리엘이 받은 된 작은 선물 때문에 가브리엘은 위기에 처하고 결국 밀고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게된 가브리엘은 안전한 아버지의 차에서 뛰어내려 게릴라에 합류한다. 그리고 내면과 외면이 함께 싸우며 정글과 현실을 뚥고 나간다.

 

멋지다. 잃을 것 없은 삶이 보장되었던 젊은 신부가 혁명에 동참하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도 멋지고 그림체도 멋지다. 하지만, 평온한 삶을 쉽게 내 던진 것에 대한 설득력이 좀 부족하고 인물 묘사 또한 부족하다. 168쪽에 그런 묘사를 다 담아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정글로 들어가 게릴라와 만나는 장면과 영웅적인 행동들도 너무 폼잡는 느낌이라 비장하다기 보다 귀여웠다. 게릴라 핵심 인물들의 성관계와 끝까지 이어지는 느닷없는 동성애 코드는 왜 들어가 있는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와 얽혀 파란 눈의 게릴라가 남미까지 오게된 사연과 그들의 인연은 군더더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만화를 보며 그들끼리 독립하게 두면 안되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책은 아름답다. 하지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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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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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저/권남희 역 | 푸른숲 | 199쪽 | 326g | 142*210mm | 2011년 03월 03일 | 정가 : 10,000원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오래 전에 봐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가 남았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베트의 만찬]의 거하게 차려진 만찬도 생각났다. 최근에 본 만화 [심야식당]을 보면서도 문득 위 영화들을 봤을 때 느낀 따뜻함과 묘한 포만감이 느껴졌었다. (불행히도 인상깊게 봤던 세 영화에 대해서는 리뷰를 써 놓지 않았나보다. 메모 조차 없다.)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 영화 중에 설명되지 않은 그녀들의 삶이 궁금했었다.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보다 그들의 정확한 사연을 알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치에의 어린 시절과 핀란드에 식당을 내기까지의 과정, 핀란드를 선택했던 이유, 그리고 특별한 기회 등, 영화에서 몰랐기에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한 것 처럼 붕붕 떠있던 느낌들이 편안하게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느닷없이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할때가 있지만 어리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생활 터전을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 뿌리내리려는 결정은 현실감이 없어보이기는 한다. 판란드에 자리잡은 사치에에게 오는 손님은 토미 뿐, 서비스 커피만 마시는 토미가 물어본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를 알려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미도리를 만나게 된다.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알고 있던 미도리는 21년 동안 별다른 변화 없는 회사에 출근하면서 살다가 그 회사가 망하고 마흔은 넘어 가족들에게 부담으로 자리 잡은 자신을 발견한다. 지도를 펴 놓고는 눈을 감고 손가락이 닿는 곳에 가겠다던 미도리의 손끝에 닿은 곳은 핀란드였다. 그래서 핀란드 서점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가 사치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둘의 동거와 식당 운영이 시작된다.

사치에는 아버지가 만들어주었던 오니기리의 맛을 핀란드인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검은 종이인 김을 핀란드 인들은 낯설어 했다. 그리고 너무나 어려보이는 사치에 때문에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하여 식당은 한달간 텅 빈상태로 운영되고, 사치에가 시나몬 롤을 굽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손님들이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무뚝뚝한 핀란드인 아주머니가 식당 앞에 등장한다. 짐을 잃어버려 당혹스러운 일본인 아주머니 마사코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등장하지만, 마사코만 식당에 방문한다.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는 부모님 수발들다가 젊은 시절 다 보내고 부모님이 떠난 자리에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은 허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때 핀란드에서 했던 재밌는 경기를 봤던 기억이 나 핀란드에 오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 안으로 들어온 무뚝뚝한 핀란드 아주머니는 술 두잔을 단숨에 비우고 쓰러져버린다. 남편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버려 마음이 아픈 리사였다.

강건하게 핀란드에 자리잡은 사치에와 달리 미도리와 마사코는 편안하지 않은 걸음으로 핀란드에 도착했고, 제대로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하고 서성거리기만 했던 미도리도 부모님 간병 이외에는 삶이 없었던 마사코도 사치에를 만나며 스스로의 자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카모메 식당 안에서 여유를 찾아가고 사치에가 도둑을 단번에 제압하면서 식당은 명소가 된다. 그리고 마사코는 일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보기로 한다.

책은 영화 처럼 느리고 한가롭고 따뜻하다. 그러나, 그녀들의 뒷 이야기를 알기에 더욱 공감되지 않나 싶다. 얇고 가벼운 책은 들자마자 다 읽을만큼 가볍다. 책 상태는 내용만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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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신 DIEU DIEU - 어느 날, 이름도 성도 神이라는 그가 나타났다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 휴머니스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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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앙투안 마티외 글,그림/김지희, 맹슬기, 안준호, 이하규 공역 | 휴머니스트 | 원서 : Dieu : en personne | 122쪽 | 438g | 188*257mm | 2011년 10월 10일 | 12,000원


[아크파크 시리즈]를 읽고 '완전 멋진데 잘 모르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책이 또 나왔다. 광고만 봐도 느낌이 몰려온다. 그래도 조금은 참았다. 그러나 결국 읽어 버렸다. 역시나 '완전 멋진데 잘 모르겠다'였다.

 

인간 세상에 신이 나타났다. 주민등록번호도 어떤 신분증명서도 없다. 증명서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세상에 신이 나타난 것이다. 비웃음으로 시작된 신의 존재는 차례차례 신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과정을 거치며, 신에 대해 의심에서 확신으로 그리고 환호로 뒤바뀐다. 하지만 환호 뒤에는 그에 따른 비난도 한꺼번에 몰려온다. '왜 날 태어나게 했느냐'는 원초적이면서도 한번 쯤 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의 부터 시작된 원망과 비난은 인간 세상에 발을 디딘 신에게 소송으로 이어진다. 신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한 몫을 잡으려는 이들이 생기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신을 조종(!)하고 협상(!)하고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인지 인간이 신을 만든 것인지 모호한 상황으로 몰아간다. 신은 자신의 의지대로 말도 할 수 없고, 인간 세상의 법칙에 맞는 말로 세상에 대응해야한다. 놀랍다. 그럴싸하고, 그럴법하고, 당연히 그래지지 않을까 싶은 상황으로 점점 더 치달아 간다. 이때부터 만화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진다.

 

신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중계되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신은 또 다른 돈벌이들이 등장한다. 무형의 신의 세상을 구현한 테마파크를 구성하는 사기꾼들의 놀라운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다. 세상은 '신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신을 옹호하거나 반대하거나 간에 신의 실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케릭터로 만들어 놓은 신을 중심으로 상황은 진행된다. 철학적인 사유들과 이제는 인간 사회에 들어온 신을 대하는 종교계에 대한 재미난 비아냥도 흥미롭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던 신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진실은 밝혀진다. 결말도 흥미롭다.

 

이런 고급스러운 비아냥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 나오는 것일까라는 생각과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표현역에 감탄을 하며, 이 작가는 정말 천재이고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책은 얇고 가볍고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흥미롭다. 가볍게 들고다니면서 무겁게 읽기 좋은 만화책이다. 자주 안하는 생각인데, 이 책은 양장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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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박물관의 지하 - 한 감정가의 일기에서 루브르 만화 컬렉션 2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지음, 김세리 옮김 / 열화당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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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저/김세리 역 | 열화당 | 68쪽 | 2007년 08월 10일 | 정가 : 16,000원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신신]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작가 검색을 해보니, 이 작가의 책 중에 내가 안읽은 책은 이 책 뿐이었다. 과감하게 시도했고, 이 책이 『루브르 만화 컬렉션』의 두번째 권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루브르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다니 도대체 어떤 모양일까 궁금해 하기 전에 읽어버린 이 만화 책 덕분에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져버렸다.

 

화면은 여전히 흑백으로 표정없는 사람들로 채워져있다. 박물관의 감정평가를 하기 위해 감정가가 도착했고 그 조수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첫번째날로 시작한 이야기는, 세번째 날, 서른 세번째 날, 마흔여섯번째 날, 이백열두번째 날, 육백쉰한번째 날, 구백열여섯번째 날, 천사백열세번째 날, 삼천팔백쉰번째 날, 오천팔백아홉번째 날, 구천칠백스물일곱번째 날, 만번째 날, 만천팔백아흔네번째 날, 만사천오백일곱번째 날, 만육천육백열번째 날, 만팔천백서른네번째 날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49년이 넘고 50년을 못채운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이 감정평가사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출발부터 이상했다. 기초공사로 보이는 기둥이 알고 보면 수백미터에 달하는 건물의 꼭대기일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엄청난 태피스트리 작업실을 만나고 이미 물에 잠긴 갤러리에서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수장된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주형보관소에서는 기둥으로 쓰이는 주형들을 지나 흔적만 남아 있는 고대 유물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체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조각상의 부스러기들이 맞춰지는 파편의 방에 이르러서는 궁금해진다. 이 감정사가 찾아 내야할 것은 무엇인지.

복원실에서는 완벽하게 복원해야하는 것인지 복원을 했다는 사실이 눈에 띄도록 해야하는 것인지, 밝은 곳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들은 왜 빛에 손상되는지,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서 왜 사람들은 스스로 쇠약해져야 하는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늘 변하는 듯한 그 복원의 형식 이야기가 놀랍고도 재밌다. 그리고 복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과연 원본과 복제, 원본보다 나은 복제, 원본과 똑같은 복제, 복제보다 더 훌륭한 복제, 그리고 작품들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림 보관소의 그림들을 보면서 예술이 예술인 이유가 뭘까라는 동그랗게 돌아가는 물음에 둥둥 떠도는 느낌만 든다.

 

시간이 지나 구천칠백스물일곱번째날 감정가는 늙은 감정가를 늙은 감정가의 삶, 그러니까 감정평가서를 넘겨받게 된다. 그리고, 늙은 감정사는 더 늙은 감정가의 임종 시 받았던 감정평가서를 감정사에게 양도하고 숨을 거둔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았던 액자에 관한 철학과 박물관 안에 박물관인 골동품부터 안내자들의 묘한 경고 "쯧쯧쯧!"까지 이어지고 나면 걸작에 대한 다양한 버전 그러니까 모두 진품이지만, 하나만 존재한다고 믿는 어떤 유명한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지러워진다. 이제 감정가는 함께하던 조수를 세월에게 놓아주고 홀로 남는다. 그리고 이 감정가도 새로운 감정가에게 기록부를 넘기고 새로운 감정가는 다시 감정을 시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애너그램(anagram, 단어를 구성하는 철자의 순서를 바꾸고 재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일종의 철자바꾸기 게임)이 이 책의 재미를 준다지만, 한글과 다르기에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본문에서 꾸준히 이야기하는 '그것이지만 아닐 수도 있는' 작품들 속에 정말 실체라는 것이 있을지에 의문을 갖으며 예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다시한번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예술은 시간을 쌓아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박물관 하나를 두고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데 놀라움과 감탄을 하며 이 시리즈에 욕심을 부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도 언젠가는 한번 가보리라 꿈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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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운즈 - 분쟁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텔아비브 젊은이들의 자화상
루트 모단 지음, 김정태 옮김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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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모단 글,그림/김정태 역 | 휴머니스트 | 183쪽 | 462g | 2009년 08월 24일 | 정가 : 11,000원


[팔레스타인]을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샤이를 마시며]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이스라엘 방향으로 욕을 해보지만, 뭔가 찜찜했다. 사람이 한쪽 편에만 서서 다른 편을 살펴 볼 생각도 없이 잘못했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역사가 잘못 되었다고 그 민족 전체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해야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지은 질못이라면 충분히 미안해하고 앞으로의 상황이 나아지길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때, 이 책을 발견했다. 이스라엘 쪽 젊은이의 이야기다.

 

이스라엘에서 사는 코비 삶은 고되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와 소홀했던 코비는 엄마의 사망 이후로 아버지와는 연락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젊은 애인 누미가 느닷없이 나타나,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아버지가 어쩌면 폭탄 테러의 마지막 희생자 일지도 모른다며 혈액검사를 요청한다. 아버지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는데, TV를 보다가 자신이 떠서 선물한 목도리가 화면에 비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아빠의 빈 집은 오랫동안 비어있는 상황이긴 하였으나, 누미의 말을 완전히 믿기지도 않고 영내키지도 않았다. 그러다 마음이 돌아선 코비 '법의학 병리 연구소'를 찾아가고 도착해 DNA검사를 하려고 보니 이미 시신은 가매장한 상태였고, 수거된 물품에서는 목도리가 없었다. 서서히 아버지를 찾아 아버지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점점 상황은 묘해지기만 한다. 결국 코비와 누미는 자신의 상처와 맏닥뜨리게 된다. 상처는 상처와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나을 수가 없는 것일까? 이들은 결국 상처를 극복한다.

불친절한 장면들은 코비와 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코비가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자라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아버지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이 누군지에 대한 원망과 울분도 없다. 마치 모두가 아무일이 없었던 듯 생활하고 사고 현장인 텔아비브에서는 그 문제의 목도리가 폭파된 까페를 자주 방문하는 남자의 목에 걸려 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일지도 모르는 것을 집어다가 쓰고 있는 것이다. 무감하다. 사고가 잦으면 감각도 무뎌지게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냄비근성이니 뭐니 말하기 보다 망각이 방어기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나를 지켜주지 못할 때 끔찍한 일을 끌어 안고 살수 없는 법이니까.  '법의학 병리 연구소'의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시신을 부검한다. 부검 중에 점심식사 이야기를 나누고 시신을 확인하러 온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신을 확인한다. 누미를 제외하고는 누구하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매장 장소에 대한 비판의 이야기에서는 [노라 없는 5일]에서 노라의 매장 문제가 생각나기도 했다.

다 읽고나서, '이것이 다인가'라는 물음 뒤로 한번 더 읽어보았다. 심플하면서도 뛰어난 상황 묘사는 배경을 흐리거나 뒤에 단일 톤으로 두는 바람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그 덕분에 인물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가볍게 읽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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