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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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저/권남희 역 | 푸른숲 | 199쪽 | 326g | 142*210mm | 2011년 03월 03일 | 정가 : 10,000원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오래 전에 봐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가 남았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베트의 만찬]의 거하게 차려진 만찬도 생각났다. 최근에 본 만화 [심야식당]을 보면서도 문득 위 영화들을 봤을 때 느낀 따뜻함과 묘한 포만감이 느껴졌었다. (불행히도 인상깊게 봤던 세 영화에 대해서는 리뷰를 써 놓지 않았나보다. 메모 조차 없다.)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 영화 중에 설명되지 않은 그녀들의 삶이 궁금했었다.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보다 그들의 정확한 사연을 알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치에의 어린 시절과 핀란드에 식당을 내기까지의 과정, 핀란드를 선택했던 이유, 그리고 특별한 기회 등, 영화에서 몰랐기에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한 것 처럼 붕붕 떠있던 느낌들이 편안하게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느닷없이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할때가 있지만 어리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생활 터전을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 뿌리내리려는 결정은 현실감이 없어보이기는 한다. 판란드에 자리잡은 사치에에게 오는 손님은 토미 뿐, 서비스 커피만 마시는 토미가 물어본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를 알려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미도리를 만나게 된다.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알고 있던 미도리는 21년 동안 별다른 변화 없는 회사에 출근하면서 살다가 그 회사가 망하고 마흔은 넘어 가족들에게 부담으로 자리 잡은 자신을 발견한다. 지도를 펴 놓고는 눈을 감고 손가락이 닿는 곳에 가겠다던 미도리의 손끝에 닿은 곳은 핀란드였다. 그래서 핀란드 서점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가 사치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둘의 동거와 식당 운영이 시작된다.

사치에는 아버지가 만들어주었던 오니기리의 맛을 핀란드인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검은 종이인 김을 핀란드 인들은 낯설어 했다. 그리고 너무나 어려보이는 사치에 때문에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하여 식당은 한달간 텅 빈상태로 운영되고, 사치에가 시나몬 롤을 굽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손님들이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무뚝뚝한 핀란드인 아주머니가 식당 앞에 등장한다. 짐을 잃어버려 당혹스러운 일본인 아주머니 마사코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등장하지만, 마사코만 식당에 방문한다.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는 부모님 수발들다가 젊은 시절 다 보내고 부모님이 떠난 자리에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은 허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때 핀란드에서 했던 재밌는 경기를 봤던 기억이 나 핀란드에 오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 안으로 들어온 무뚝뚝한 핀란드 아주머니는 술 두잔을 단숨에 비우고 쓰러져버린다. 남편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버려 마음이 아픈 리사였다.

강건하게 핀란드에 자리잡은 사치에와 달리 미도리와 마사코는 편안하지 않은 걸음으로 핀란드에 도착했고, 제대로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하고 서성거리기만 했던 미도리도 부모님 간병 이외에는 삶이 없었던 마사코도 사치에를 만나며 스스로의 자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카모메 식당 안에서 여유를 찾아가고 사치에가 도둑을 단번에 제압하면서 식당은 명소가 된다. 그리고 마사코는 일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보기로 한다.

책은 영화 처럼 느리고 한가롭고 따뜻하다. 그러나, 그녀들의 뒷 이야기를 알기에 더욱 공감되지 않나 싶다. 얇고 가벼운 책은 들자마자 다 읽을만큼 가볍다. 책 상태는 내용만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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