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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그림자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시릴 페드로사 지음, 배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시릴 페드로사 글,그림/배영란 역 | 미메시스 | 274쪽 | 746g | 180*232mm | 2012년 04월 25일
어딘가에서 이 책을 눈 여겨 보았던 기억은 있으나, 지나치게 신간인 것도 쌓여 있는 만화책도 많기에 나중에 사야지 생각했건만 어쩌다 보니 홀려서 사버렸다. 늘 그렇지만 책한테 홀리면 답도 없고 택배를 받고서야 화들짝 놀라곤 한다.
역시나 흑백 만화이지만, 시작부터 발랄한 그림에 마음까지 울렁울렁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편안해 보이는 집,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이좋은 부부 루이와 리즈, 그리고 아들 조아킴을 보며 살짝 행복감을 맛보던 그때 언덕 위에 불길한 세 그림자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나무라 생각했던 그 그림자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무슨 이유인지 무슨 사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루이와 리즈는 그 그림자가 조아킴을 앗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즈는 그들이 조아킴을 앗아가기 전에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자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저 남은 시간을 더 진지하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조언 뿐이었다. 리즈는 아이와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아직 조아킴을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한 루이는 조아킴을 데리고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힘겨운 여행을 떠난다.
그림자가 손을 뻣을 수 없는 곳, 어마어마한 강을 건너려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표사기로 시작한 여행은 배 위에서 친절한 노인 부부를 만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노예 장사꾼을 만나기도 한다. 배가 제대로 건너가면 좋으련만 배는 전복되고 루이와 조아킴은 어부의 도움으로 살아남지만, 죽음은 그들 앞으로 훨씬 다가선다. 루이의 고통과 두려움, 아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집념도 아들을 구하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생이 욕심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하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하지만 절대로 교훈적이거나 시시하지 않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자만, 죽음의 정령의 등장에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정령을 만나고 나면 그 마음도 사라진다. 작가의 희망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은 감동과 재미를 한꺼번에 준다.
책은 두꺼운 양장이다. 600g이 넘는 책은 들고다니는데 무리가 있고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역동적이지만 편안하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읽고 잠들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