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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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저 | 문학동네 | 322쪽 | 364g | 133*200mm | 2012년 02월 08일 | 정가 : 12,000원


언뜻 펼쳐본 소설은 읽기가 편안할 것 같았다. 여러 권도 아니고 한 권이고 책도 자그만 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자고 들었건만, 잘 읽히나 편안하게 읽은 수는 없었다. 읽는 도중 전씨가 육사생도 사열을 받는 사진을 접하고선 더 편안할 수가 없었다. 날은 더운데 마음은 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고, 논란은 논란을 만들고, 누가 누구 편인지 알 수가 없고, 어떤 사람에게 어떤 자를 대 봐야할지도 모호한 시절에 읽기 적당한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1984년의 정훈도 딱 그렇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자신은 숟가락을 구부리는데 집중하느라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도 못했다. 눈을 뜬 세상에서 정훈의 마음은 춥고, 모든 것이 아리송하기만하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남파 간첩에게 뜻(!)이 있어 돌진한(?) 아버지와 한 차를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해 구사일생으로 깨어난 정훈은 죽음까지 이르는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 것인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아버지 처럼 따르라고 우기는 권대령의 알맹이 없는 이야기 속에 이 각하 내외분을 뵙고 일어나는 능력이 생긴 것 처럼 가장하고,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능력을 권대령에게 들킴으로써 고문실 취조에 이용되기도 한다. 혼란 속에 도망친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국군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자신을 돌봐주던 형이 던지고간 한마디 'FB를 제일 잘 던지는'사람을 찾아 그의 대학에 찾아가면서 주변과 삶이 뒤바뀐다. 권대령의 명에 따라 나가야만했던 TV쇼는 다른 인연은 만든다. 결국 정훈의 성장기인 이 이야기는 어쩌면 모두들 성장 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그리 바둥거리면서 살아야 하는 가'라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끝을 맺는다.  삶을 삶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은 덜 불평하며, 조금 더 느끼려고 노력하고, 덧붙여 부담 되지 않을 정도로 행동하는 삶을 꿈꾸면서 책을 덮게 되었다.

 

책 상태는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다. 읽히기도 잘 읽힌다. 그런데, 읽는 동안 묘하게 속 시끄럽다가 괜히 득도 한 듯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묘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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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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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저 | 예담 | 395쪽 | 554g | 145*210mm | 정가 : 12,800원

 


 

한편씩 감질나게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재를 참을 수가 없었다. 뒷 이야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고 기다려야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책 나오기를 기다렸고 그리고 읽었다.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본 삼촌의 이야기는 '이소룡'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낳아서 왔다는-사실은 낳아서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에야 거지꼴로 나타난- 삼촌은 어릴때 부터 눈치밥을 먹어서 그런 것인지 유난히 말을 더듬었다. 화자인 나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삼촌은 함께 어울릴만한 사람이었고 '이소룡'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화자인 나에게 풀어놓곤했다. 이 이야기는 삼촌이 나름대로의 이소룡화 되어가지만 죽지는 않는 그런 이야기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 삼촌을 중심으로 가족과 그 주변인물들의 극적인 변천사를 보여주며 세상살이 고달픈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앞으로도 종류만 바뀔 뿐,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 살기 좋아지긴 글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게하면서, 그렇기에 더욱 공감이 가면서 몰입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흔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데려온 아이 이야기와 동네 깡패들의 이야기, 억울하게 잡혀간 삼청교육대 이야기, 데모이야기, 노동운동 이야기, 삶이 참으로 퍽퍽한 여배우 이야기, 철없는 어린 시절의 생각을 뒤집는 중년의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다. 그 흔한이야기를 기가막힌 케릭터로 엮어내어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만든 작가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천명관!!

 

책은 딱 소설에 어울리게 디자인 되어 있고, 이소룡의 영화 제목으로 이야기가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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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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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라 저 | 쌤앤파커스 | 396쪽 | 570g | 153*224mm | 2012년 06월 08일 | 정가 : 12,000원


나의 블로그를 보고 추천하는 책이라며, 출판사 담당자가 아주 긴 쪽지를 보냈다. '힐링 노블'이라고, Daum문학에서 3주 연속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소설이니 한번 읽어보겠냐는 제안이었다. 당당하게 권하는 것은 자신감이 있어서일테고 광고 문구에 [연금술사]와 [모모]를 뛰어 넘는 마법 같은 스토리라는 말을 넣은 것도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광고인데다가, 저자를 검색해 보니 책을 몇권이나 냈고 나름대로 평도 좋은 편이라 새로운 작가 발견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실수였다. 작가에게나 출판사에게나 나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하고야 만 것이다.

 

중편 두개를 묶은 이 책은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카피라이터라는 이력 때문인지 중간중간 느낌이 강한 문장이 섞여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문장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훌륭하지도 않고, 읽다보면 힐링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건만 문장도 피곤한데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자꾸 들어 화가 나려고 했다. 아예 환타지를 쓴 것도 아니면서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내용도 그렇고 두번째 소설은 등장인물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툭툭 끊어서 사춘기 소녀 일기 쓰듯이 써 놓은 것도 읽기 불편했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잔뜩 멋부려 늘어놓은 모습이 그저그런 일본 소설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저자의 국적을 의심하기도 했다-등장 인물, 장소 등 일본과 한국을 왔다갔다 한다- . 20대 초의 내가 읽었다면 이 책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힐링을 제대로 했을 수도 있으련만 대상을 잘못 찾아온 책은 나의 독서 열의마저 앗아갈 지경이다.

 

이 책의 모든게 마음에 안든다. 내용도 그렇고 양장인 것과 질좋고 넓어 책갈피로도 쓸 수 없는 띠지, 큼직한 글씨, 넓은 줄간격, 지나친 여백,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늘어난 무게 등. 레몬색 표지가 참 화사하니 예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미덕이 될 순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의 광고 문구를 쓴 사람은 파울로 코엘료와 미하엘 엔데께 꼭 가슴 깊이 죄송한 마음을 갖길 바란다. 이런 무책임한 광고 문구는 [연금술사]나 [모모]를 안 읽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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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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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저/조동섭 역 | 밝은세상 | 원서 : The Moment | 595쪽 | 738g | 153*224mm | 2011년 10월 15일 | 정가 : 13,800원


[빅 픽처], [위험한 관계]에 이어 읽게 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읽을수록 신선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다음 작품을 찾아서 읽게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가벼운 가운데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또 읽고야 말았다.

 

주인공 토마스는 사랑은 따로 있지만,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애까지 낳고 살다가 결혼이 끝장 날 때즈음 자신의 사랑 페트라가 보낸 소포를 받게 된다. 자신이 쓴 비밀스러운 그들의 사랑에 대한 원고도 케비넷 깊숙하게 숨겨 놓은 참이었다. 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유일한 친구도 세상에 없는터라 마음을 나눌 수도 없이 20년 세월의 뚜껑을 열고 그 소포 안에 들어있던 일기장을 열어보아야만 하는 토마스의 심정은 어떨까? 그 마음을 짐작하게 만들려고 작가는 독자를 과거로 보내버린다.

작가라는 자신의 일로 베를린까지 날아간 토마스는 동독출신의 페트라와 사랑에 빠지고 역사의 소용돌이에 들어가 있는 페트라의 비밀스러운 사건들 속에서 오해하고 상처입고 헤어진다. 순간적으로 다가온 운명적인 사랑도, 다 이해하고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아주 순간적인 생각만으로도 끝나버린다. 매 순간순간이 삶을 만들어가고 순간순간의 결정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크게 얽힐 일 없던 토마스의 인생이 베를린에 가기로 결정한 그 순간에 뒤바뀐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반과 중반까지는 지루하게 읽었다. 뒷쪽으로 가면서 소설이 힘을 받아 달리기는 하지만, 일기장이 도착했을 때부터 뭔가 예감하고 있었기에 그 결과가 그렇게 흥미진진하고 가슴떨리고 또는 시원한 느낌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페트라의 미련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그다지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표지는 역시나 책을 다 읽고나면 정말 잘 만든 표지구나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책 상태는 보편적인 소설책 상태이다. 표지 이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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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그림자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시릴 페드로사 지음, 배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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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 페드로사 글,그림/배영란 역 | 미메시스 | 274쪽 | 746g | 180*232mm | 2012년 04월 25일


어딘가에서 이 책을 눈 여겨 보았던 기억은 있으나, 지나치게 신간인 것도 쌓여 있는 만화책도 많기에 나중에 사야지 생각했건만 어쩌다 보니 홀려서 사버렸다. 늘 그렇지만 책한테 홀리면 답도 없고 택배를 받고서야 화들짝 놀라곤 한다.

 

역시나 흑백 만화이지만, 시작부터 발랄한 그림에 마음까지 울렁울렁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편안해 보이는 집,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이좋은 부부 루이와 리즈, 그리고 아들 조아킴을 보며 살짝 행복감을 맛보던 그때 언덕 위에 불길한 세 그림자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나무라 생각했던 그 그림자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무슨 이유인지 무슨 사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루이와 리즈는 그 그림자가 조아킴을 앗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즈는 그들이 조아킴을 앗아가기 전에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자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저 남은 시간을 더 진지하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조언 뿐이었다. 리즈는 아이와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아직 조아킴을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한 루이는 조아킴을 데리고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힘겨운 여행을 떠난다.

 

그림자가 손을 뻣을 수 없는 곳, 어마어마한 강을 건너려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표사기로 시작한 여행은 배 위에서 친절한 노인 부부를 만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노예 장사꾼을 만나기도 한다. 배가 제대로 건너가면 좋으련만 배는 전복되고 루이와 조아킴은 어부의 도움으로 살아남지만, 죽음은 그들 앞으로 훨씬 다가선다. 루이의 고통과 두려움, 아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집념도 아들을 구하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생이 욕심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하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하지만 절대로 교훈적이거나 시시하지 않다. 이야기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자만, 죽음의 정령의 등장에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정령을 만나고 나면 그 마음도 사라진다. 작가의 희망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은 감동과 재미를 한꺼번에 준다.

 

책은 두꺼운 양장이다.  600g이 넘는 책은 들고다니는데 무리가 있고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역동적이지만 편안하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읽고 잠들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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