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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평점 :
곽세라 저 | 쌤앤파커스 | 396쪽 | 570g | 153*224mm | 2012년 06월 08일 | 정가 : 12,000원
나의 블로그를 보고 추천하는 책이라며, 출판사 담당자가 아주 긴 쪽지를 보냈다. '힐링 노블'이라고, Daum문학에서 3주 연속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소설이니 한번 읽어보겠냐는 제안이었다. 당당하게 권하는 것은 자신감이 있어서일테고 광고 문구에 [연금술사]와 [모모]를 뛰어 넘는 마법 같은 스토리라는 말을 넣은 것도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광고인데다가, 저자를 검색해 보니 책을 몇권이나 냈고 나름대로 평도 좋은 편이라 새로운 작가 발견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실수였다. 작가에게나 출판사에게나 나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하고야 만 것이다.
중편 두개를 묶은 이 책은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카피라이터라는 이력 때문인지 중간중간 느낌이 강한 문장이 섞여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문장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훌륭하지도 않고, 읽다보면 힐링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건만 문장도 피곤한데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자꾸 들어 화가 나려고 했다. 아예 환타지를 쓴 것도 아니면서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내용도 그렇고 두번째 소설은 등장인물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툭툭 끊어서 사춘기 소녀 일기 쓰듯이 써 놓은 것도 읽기 불편했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잔뜩 멋부려 늘어놓은 모습이 그저그런 일본 소설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저자의 국적을 의심하기도 했다-등장 인물, 장소 등 일본과 한국을 왔다갔다 한다- . 20대 초의 내가 읽었다면 이 책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힐링을 제대로 했을 수도 있으련만 대상을 잘못 찾아온 책은 나의 독서 열의마저 앗아갈 지경이다.
이 책의 모든게 마음에 안든다. 내용도 그렇고 양장인 것과 질좋고 넓어 책갈피로도 쓸 수 없는 띠지, 큼직한 글씨, 넓은 줄간격, 지나친 여백,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늘어난 무게 등. 레몬색 표지가 참 화사하니 예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미덕이 될 순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의 광고 문구를 쓴 사람은 파울로 코엘료와 미하엘 엔데께 꼭 가슴 깊이 죄송한 마음을 갖길 바란다. 이런 무책임한 광고 문구는 [연금술사]나 [모모]를 안 읽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