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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다카하시 카츠히코 저/안소현 역 | 두드림 | 원제 : 寫樂殺人事件 | 447쪽 | 490g | 128*188mm | 2008년 08월 15일 | 정가 : 12,000원
우키요에 화가 중, 잠깐 나타났다가 작품을 쏟아내고 사라진 도슈사이 샤라쿠라는 화가가 있다. 간세이 6년(1794년) 5월부터 이듬해 간세이 7년 3월까지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약 140여점의 우키요에 작품을 출판하고 사라진 정체 불명의 수수께끼 우키요에 화가이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본명이 무엇인지, 어떤 이력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그와 연관된 사람을 연결해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수 많은 연구자들이 샤라쿠를 추적하고 연구하였지만, 현재까지 누구 하나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확하게 밝혀냈다고 해도 그게 정확한지도 모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샤라쿠와 관련된 살인사건이라니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였다.
'샤라쿠 별인설', 샤라쿠가 본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샤라쿠로 활동했다는 설로, 아직도 여러 사람들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는 '김홍도 샤라쿠 설'도 있었다. 인물의 특징 보다는 보편적인 모양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일본화와 다르게 인물의 특징을 살리는 샤라쿠의 그림은 당시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불어 그 당시의 출판 사정으로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 10개월동안 140여점이 출판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시작한다면, '샤라쿠 별인설'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런 가정이 함께 한다면 샤라쿠라는 이름을 썼던 그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의 그림을 밝혀내고, 그 그림까지 갖고 있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다. 보물찾기다!
소설의 시작은 우키요에의 한 학자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사건은 자살로 결론지어지고 그 사건이 끝나는 듯 보이지만, 연결 된 의문점이 남는다. 그 후로 주인공 츠다가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화보집을 하나 얻게 되고 그 화보집 안에서 샤라쿠의 존재를 확인할 만한 단서를 찾게 된다. 츠다는 이 단서로 샤라쿠에 다가가고 하나의 설을 만들기에 충분한 자료로 논문을 완성한다. 하지만, 스승인 니시지마 교수가 츠다의 성과를 빼앗고 자신의 화려한 성공 앞에 제자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고 츠다의 선배도 니시지마 교수의 손발이 되어 그 일을 진행해 간다. 일개 연구원이 발표하면 집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 정말 싫으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교수가 옆에서 그 설이 옳다고 인정하고 옆에만 서 주어도 인정받을 수 있는 문제 아닐까? 불만이 슬슬 차 오르고 있을 때 니시지마 교수는 집에 불이나서 죽게 되고, 그 죽음을 추적하다보니 일이 묘하게 꼬여가기 시작한다. 정황 상으로 따지자면, 츠다의 논문을 빼앗았으니 츠다가 수사 선상에 올라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체, 사건은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진행된다. 독자로써 수사 선상에 올려 놓은 사람들이 무혐의 처리되어가고 뭔가 찜찜했던 한 존재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사건의 뒷배경이 밝혀진다.
추리소설의 증거를 찾아다니는 여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관심이 있는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는 그 여정과 학설이 흥미진진하게 표시되어있고, 겉보기 책 상태와 다르게 알뜰하게 달려있는 주석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그리고 츠다가 샤라쿠를 쫓는 추적과정이 범인들이 펼쳐놓은 망을 훨씬 넘어서는 추리였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미술계 특히나 우키요에를 연구하는 사람들로 두 패로 나누어져 대립하고, 대립과 욕심이 어우러져 정작 발전해야할 자신의 분야인데도, 상대방에게 공이 돌아갈까싶어 발전을 막고 위작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주머니에 돈을 넣고 싶은 무리들이 맞물리는 상황은 이 한부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어떤 부분에 갖다 붙여도 잘 갖다 붙는 이야기여서 더욱 흥미진진 했다.
저자의 우키요에 살인사건 시리즈가 있다고 하여 기대했으나,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모양이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