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방문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6
에드워드 고리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에드워드 고리 저/이예원 역 | 미메시스 | 원제 : THE REMEMBERED VISIT | 64쪽 | 194g | 142*149mm
2007년 01월 30일 | 정가 : 6,500원


저자를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부조리한 세계에 아이러니한 유머라니, 부조리한 섬뜩함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펴 들었다. 좋아하면서도 뭔가 칭찬하고 싶으나 뭘 칭찬해야할지 알 수 없는 것이 에드워드 고리 선생의 책이라는 생각이다.

 

열한 살이 되던 해 여름, 드루실라는 부모님과 외국으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드루실라는 셀 수 없이 많은 계단을 올랐고, 어둡고 거대한 그림들을 보며 소재를 파악해 보려 애썼다. 가끔 기묘한 음식 때문에 아프기도 했다. 전망을 구경하라면 전망을 보았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이해할 수 없는 글로 가득한 잡지를 훑어보았다. 어느 날 아침, 드루실라의 부모님은 드루실라만 남겨둔 채 외출을 하게 되었다. 점심 식사 후, 가족의 지인인 스크림쇼 양이 두르실라를 데리고 어딘가를 방문했다. 드 사람은 걸어서 <청두꺼비> 여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관리가 다소 소홀한 토피어리 정원으로 안내받았다. 드루실라는, 아득한 옛날에 고상하고 교양 있었거나 고상하고 교양 있는 일을 했다는 멋진 노임을 만나게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내 크라그 씨가 나타났다. 크라그 씨는 스크림쇼 양의 손등에 입을 맞추어 인사했고, 스크림쇼 양은 그에게 드루실라를 소개했다. 모두 자리에 앉은 뒤, 드루실라는 크라그 씨가 양말을 신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라그 씨와 스크림쇼 양의 대화에는 이런저런 일을 한 사람들의 이름이 무궁무진하게 등장했다. 차가 나왔다. 차는 거의 무색에 가까웠고, 설탕에 절인 생강 한 접시가 함께 나왔다. 크라그 씨는 드루실라에게, 종이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아름다운 종이가 가득 든 앨범을 드루실라에게 보여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모두 위층 방에 놓아두었다고 했다. 드루실라는 자기도 그동안 편지 봉투 안쪽에 붙은 색지들을 모아 왔다며,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몇 장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스크림쇼 양이 이제 작별 인사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길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어쩐 일인지 드루실라는 차를 마시기 전보다 더 배가 고팠다.

 

며칠이 지났다.

몇 주가 지났다.

몇 달이 지났다.

몇 해가 지났다. 드수실라는 여전히 무슨 일이든 잘 잊어버렸다.

 

하루는 무슨 이유에선가 크라그 씨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드루실라는 모아 두었던 색지를 찾으려고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 바닥에 깔려 있던 신문지에, 드루실라가 여행을 다녀온 이듬해 가을에 크라그씨가 운명했다는 부고가 실려 있었다. 색색가지 종이를 결국 찾아냈을 때, 드르실라는 자기가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 슬퍼졌다. 그러다 열린 창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색지를 모두 앗아갔다. 드루실라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책의 전문이다. 그림이 없고 저자가 직접 써 넣은 글씨체가 없으면 의미없는 책이기에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는 책의 전문장을 보여주는 것이 나을 듯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하지만 쉽게 잊혀지는 경험 오랜 시간 지나 느닷없이 기억나는 그 사람, 그 곳. 이제는 사라져 버린 많은 것들. 그래서 갖고 있는 것들도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리는 그런 느낌. 이렇게 명쾌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책상태 작은 판형에 표지에는 관리가 다소 소홀한 토피어리 정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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