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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2
에밀 졸라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손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책은 이미 절판인데다가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검색 결과 남산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빌려 읽었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역자가 같아 이 책의 리뷰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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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베즈의 20년 흑망사 [목로주점]에 이어, 제르베즈의 막내 딸 [나나]의 화려했지만 처잘하게 비참한 삶을 훑은 후, 제르베즈의 첫번째 남편 랑티에의 둘째 아들인 에티엔 랑티에의 이야기로 넘어 왔다. 에티엔은 나나와 다정한 오누이로 지낸 세월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나나]에서는 언급된 적이 없었던 듯 하고, [목로주점]에서도 제르베즈에 의해서 구제에게 맡겨져 기술을 배우러 내보낸 이후 큰 언급이 없다. 단, 제르베즈가 구제에게 연정을 갖고 구제의 직장에 들를 때의 큰 핑계거리가 되기는 하지만 성실함을 제외하고는 인물 됨이 그려지지는 않았었다. 삶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서러움 때문인지 그 당시의 시대상이 그랬는지, 에밀 졸라가 그려내는 인물 상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르베즈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에밀졸라의 인물들이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소설의 랑티에는 결이 조금은 다른 인물 처럼 보인다. 인물의 결이 달라서 그런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에밀 졸라의 소설들이 비극-제르베즈는 알콜중독에 굶어 죽고, 나나는 외면당해 병걸려 죽음-으로 치달아 가는데 반해, 이 소설에서는 에티엔은 살아 남고, 다른 소설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비참한 삶을 살며 죽어나가는데도 불구하고 희망이 보이는 결말을 맺는다. 소비와 노동의 시선 차이이려나?
기계공인 에티엔은 술로 인하여 망해가는 가족사의 한끝을 자신도 잡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자신도 술로 인해 실수하여 직장을 잘리게 되고 기계공으로 몽수 탄광에 찾아온다. 그 즈음 이제는 술로 망해가는 제르베즈에게 한푼도 보내줄 수 없는 에티엔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지만, 에띠엔도 자기 삶이 바빠 그 이후에는 가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몽수에는 기계공의 자리는 커녕 탄광 노동자 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다. 때마침 생긴 빈자리에 들어간 에띠엔은 비참한 근무환경을 경험한 첫날 일당만 받고 떠날 것을 결심하지만, 마외에게 이끌려 간 맥주집에서 한때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광부-이름이...ㅡㅡ;-와 러시아 출신 공산주의자 수바린을 알게 되고, 인터내셔널-국제 노동자연맹-의 사상에 심취하며 신문 읽기와 책 읽기로 나름의 생각을 쌓아가게 된다. 그리고 생각을 펼치려 파업을 주도하게 된다. 처음부터 파업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관계와 상황들이 에띠엔을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고 에띠엔은 처음 맛본 권력 또는 지도자의 맛에 흥분한다. 파업은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에띠엔은 조합을 꾸려 파업기금을 마련한 후 투쟁하려 했던 의도와는 달리 회사의 말만 바꾼 인금인하에 탄광 노동자들의 반발하면서 비폭력 투쟁은 폭력투쟁으로, 대치로,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결국 파업했던 사람들은 얻은 것 없이 탄광으로 돌아간다. 탄광으로 돌아가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겪지만, 그 끝에 꺼지지 않는 불씨를 남겨 노동자에게는 희망을, 자본에게는 공포의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듯 소설은 마무리 된다. 그때에 비하면 좀 나아 진 것인가? 세상이 바뀐 만큼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에띠엔이 생활하는 탄광촌의 마외 집안 이야기와 사장과 자본가의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잘 먹고 잘 살든, 못 먹고 못 살든 간에 여전히 많은 인물들이 서로를 헐뜯고 싸우고 바람피우고 이간질하며 상황을 만들어낸다. 딱 자신의 위치에 맞는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상황을 만들어간다. 그런 촘촘한 인물 표현으로 그 인물 됨이 그려져 자칫 피곤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잘 쨔여 있어 잘 읽힌다. 지금까지 읽은 에밀 졸라의 작품 중 이 책이 가장 흥미진진해서 좋았다. 등장인물들이 그나마 정상적이고 희망적이어서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책 상태는
오래 된 책이고 구할 수도 없는 책인지라 평하는것은 의미가 없을 듯 싶다. 책 중 부부의 이름이 혼동되는 부분들이 있어 보완된 후 다시 나왔으면 싶은데, 새 책으로 다시 볼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 책으로 사서 줄 그으면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