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그리다 - 올드독 작가 정우열과 반려견 소리 그리고 풋코의 동고동락 10년
정우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외할머니 댁에는 언제나 개가 있었다. 개는 자고로 잘 먹고 집이나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할머니이신지라 누가 주면 받고, 갖고 싶다면 바로 줘버리는 통에 매년 같은 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중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개는 '맥스'라는 진도개로 어린 나에게는 송아지 만했던 개였다. 날아가는 제비를 물어 잡을 만큼 민첩한 개였는데, 어린 아이였던 나를 보호한다고 잘 보살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큰 덩치를 무서워했던 것만 같다. 그러다가 할머니 댁에서 우리집으로 온 개가 한마리 있었다. 우리 가족이 키운 첫번째 개이자 지금까지 유일하게 키운 개 '구슬이'다.  강원도에서 여주까지의 비포장 험한 길을 오토바이 뒤에 실려 오느라 구슬이는 심하게 멀미를 앓았다. 놀란 것인지 우리를 잘 따르기는 하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아 벙어리 개도 있구나하고 생각하던 차에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을 잡아 먹을 듯이 짖어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이 과한 칭찬을 한 것인지 문제였는지, 구슬이는 그 후로 작은 몸집에 비해서 지나치게(!) 집을 지키는 사나운 개가 되었다. 풀어 놓으면 쓰레기통을 뒤져 통닭을 물어다가 우리에게 갖다주기도 하고, 남의 집에 마실 가면 우리가 들어간 집을 철통같이 지키기도 하고 처음으로 새끼를 낳았을 때는 개 집을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있는 우리 보라고 잘 핥아 뽀송뽀송해진 새끼들을 코로 밀어내 보여주기도 했었다. 엄마는 멀쩡한 우리 이름 놔두고 동네에서 '구슬이 엄마'로 불렸었다. 동네 개전염병이 돌았을 때는 다 죽어가면서도 힘겹게 꼬리를 치던 '구슬이'는 우리 가족이 사정이 생겨 뿔뿔이 흩어질 때 헤어지게 되었고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아쉽고 슬픈 이별을 겪어서인지 아직까지 우리는 새로운 개를 키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고,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구슬이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최근 전 작가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키우던 개 소리가 죽었다는 소식과 개를 키우다 보니 개를 그리게 되었다라고 쓴 작가의 책을 안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구입했다.

 

감동할 준비를 갖추고 책을 펼쳤으나, 소리 입양기에서 부터 풋코의 입양기 그리고 함깨 지내는 소소한 이야기와 오랜 세월의 느낌이 나는 매년 하는 행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책을 폈을 때의 감동-준비 된 나 혼자만의 감동-은 어느 사이 다 사라져 버렸다. 개를 키우면서 자신의 생각과 생활의 부분을 바꾸며 다른 생각을 확장하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책으로 읽기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내가 뭔가 평온함 보다는 극적인 경험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펼치기 전에 상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책 상태는,

이야기에 해당하는 작가의 그림과 말들이 많기를 기대했는데, 두 마리 개 소리와 풋코의 화보집과 같은 느낌이다. 낯선 개의 사진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확연하게 구분되는 외모에 그 개의 이름은 알겠으나, 만나존 적이 없기 없기에 감동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이 어두운 톤이라 뛰고 있는 개 사진조차도 잔잔한 느낌 또는 쓸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올드독의 팬이 아닌 내가 사서 볼 책은 아니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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