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실이 바로 이 졸저(拙)다. 책의 이름은 역시 ‘쉰둥이‘가 옳았던것 같다. 이제 그녀들의 실명을 모두 밝히자. 갑(甲)은 무역회사, 을(乙)은스포츠, 병(丙)은 바둑이다. 나의 무분별한 애정 행각을 신나게 상상했던분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바둑의 세계에선 이기는 자가 최고(最高)이다. 따라서 냉혹하고 살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오직 승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곳 사람들의 혈관에서도 더운 피는 흐르고, 오욕(五欲)과 칠정(七情)의 심연 속에서 우리와 다름없이 허우적 거리며 살고 있다. 다만 그 표출되는 감정의실마리가 대부분 승부 행위와 직결돼 있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바둑계에 끊임없이 눈길을 돌린 걸 보면 그의 ‘본직‘은 역시 바둑인 모양이다. 차민수는 미국 프로 국수전, 어린이 선수권전,장주주(江)배 아마국수전 등을 직접 창설하거나 스폰서를 연결시켜주면서 전미 바둑협회(AGA) 회장을 맡는 등 미국 바둑계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했다.중국에선 우정배란 대회를 만들었다. 당시 중국 프로들은 수입의90%를 국가에 바쳐야 했는데, 이걸 개선하는 조건으로 대회 운영비30%를 그가 떠맡은 것이다. 중국 기사들이 차민수와 마주치면 하느님대하듯 하는 이유는 노예제도(?)가 그에 의해서 종식된 때문이다. 루이나이웨이와 장주주가 한국에 똬리를 틀 수 있었던 것도 차민수의 노력덕분이었다.
2도(실전진행)백 1로 젖혀 7까지 바꿔치면서 흑의 주문을뿌리쳤다. 좌하 쪽 흑진에는 A의 침투, B의 젖힘등이 있어 보기보다크지 않다. 이것으로 백이 우세해진 느낌.(234수 끝, 백 불계승)특기 사항강한 수 읽기를 하는전투 보다는 전투를 피하는 쪽으로, 단기 승부보다는 장기전으로 끌고가는 기풍, 일견 소극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조심성이 많고 두터워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S형, 요즘도 바둑 많이 두십니까. 지난 주 우리 바둑계에 발생한 혁명 소식은 들으셨는지요. 25세의 청년 강자 최명훈 7단이 마침내 타이틀 홀더 대열에 섰습니다.2일 제주도서 벌어진 제5기 LG정유배 결승5번기 제4국서 최 7단은 세계적 여걸 루이나이웨이를 백 불계로 눌렀습니다. 3승 1패의 스코어로 정상의 일각을 차지한 것이지요.
한 때는 동교동에 삼우반(反)이란 이름의 연구실을 열기도 했다.간판 이름은 논어 수리 편에서 따온 것인데 좀 어렵다. 4면체 또는 4각형에서 한 귀퉁이를 들어주면 나머지 세 귀퉁이는 따라오는 법이나, 한 귀퉁이를 들어주어도 따라오지 않으면 반복해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컨대 재주 없는 사람에겐 애정을 쏟지 않는다는 공자님 말씀. 그곳서 그는 몇 차례 바둑 심포지움을 열었고 스스로 ‘상상력과 바둑의 발견, 바둑의 죽음‘ 이란 주제 발표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