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위의 댓잎‘과 ‘춘풍처럼 따스한 이불‘에는 비록 현격한 차이가 있기는 하나, 밤이 좀 더 더디 새라는 그 희구만은 변함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나 남녀간의 사랑은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밤의신비와 그 행복을 잠시라도 더 오래 지니고 싶은 것은 한국인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밤은 한층 더 아쉽고 절박한 것이었다. 남녀 관계가 어느 나라보다 부자유스럽고 그 속박 또한 유별나게 엄격한 탓이었다. 규중귈녀란 말이 있듯이 젊음은 방 속 깊숙이 갇혀 있었다.
그러한 사회에 있어서 사랑이란 자연히 사련이 되지 않을 수없었고 행동적이라기보다는 가슴속에 묻어두고 홀로 한숨짓는 꿈이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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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하고 뭉툭한 마도로스파이프와 가느다랗고 길기만 한 장죽은 같은 연기를 내뿜어도 그 느낌이 서로 다르다.
마도로스파이프의 담배 연기엔 바다의 냄새가 있는 것 같고 젊음의 근육처럼 뭉클한 힘의 율동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장에서 풀려나오는 자연은 사군자의 가냘픈 선처럼 담담히 흩어지고,
병풍을 둘러친 사랑방과 같은 아늑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늙은이의체취다.
이러한 비교는 단순한 상상만이 아니다. 담뱃대가 한국으로 건너오자 돌연 세척을 넘을 정도로 길어진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와 세척장죽의 관계를 한번 세밀히 관찰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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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처럼 유신은 몰락한 ‘가야‘의 왕손이었다. 그러기에 성골聖骨이니 진골眞骨이니 하는 엄격한 골품제가 있는 신라에서는 도저히 대성할 길이 없음을 알았다.
유신은 이러한 현실을 부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 현실에 자기를맞추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결국 그는 신라 왕족인 김춘추와 자기 여동생을 이용하여 야망의 길을 튼 사람이었다.
김춘추는 이미 처자가 있는 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신은나이 어린 그의 여동생 문희로 하여금 그와 인연을 맺게 했다.
그는 ‘축국蹴鞠‘을 하다가 소매가 찢긴 김춘추에게 그것을 기워준다는 구실로 문희의 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리를 슬며시 비켜 그들의 정사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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