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다는 말 대신에 ‘괜찮다‘는 말을 쓰게 된 이유도 거기에있다. 괜찮다는 ‘관계하지 않는다‘라는 긴 말이 줄어서 된 것이다.
현실에 관계하기만 하면, 나라 일에 관계하기만 하면 목숨을 잃었다. 죄 없는 처자식까지도 억울한 형벌을 받아야 했다. 혹은 쓸쓸한 귀양살이에서 눈물을 거문고로나 달래야 했다. 즉, 관계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다. 자연을 사랑했기에 그들이 반드시 풍월을 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고픈 설움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 정쟁이라는 눈물의 윷놀이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주어진 숙명(윷가락)에는그저 얌전하게 순응만 하면서도 말판 위에서는 앞서가는 놈을 잡아치우는 비극의 그 윷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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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에서 왜 소리가 나는지 물으면 할아버지는 웬일인지 냉담하게 대답했다. 할아버지의 머리 뒤쪽에는 ‘주자십회라는제목의 글이 액자에 담긴 채 벽에 걸려 있었다. 그중 한 가지 항목이 ‘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하면 깨고 나서 후회한다는 말이었다.
‘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이 든 후에 후회한다‘는 항목과 함께 내게또렷한 이유 없이(이를테면 혹시 주자가 경험해보고 하는 말인가 싶다가도 위대한 주자가 어디 그런 일을 하며 부정하게 되니) 미소 짓게하던 항목이었다. 할아버지는 평생 술을 마신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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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때문에 라이벌전에 간다고 해도 응원석에 갈 생각은 추호도없었다. 응원은 할 줄도 모르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학부형이나 졸업생으로 위장하기 위해 양복을 입은 채 그 더운 날에 장밋빛 투피스 정장을 입고 온 친구와(학부형처럼 보이지 않으면 데리고가지 않겠다고 먼저 으름장을 놓았다) 축구장에 들어가 양교 응원단의 중간쯤에 자리 잡았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응원이 불을 뿜었다. 라이벌전에 다녀온친구들이 눈빛이 달라진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운동장에서벌어지는 게임도 전쟁이고 응원도 전쟁이고 응원단도 선수들도 모두 전사였다. 그들은 제도화되고 양식화된 나름의 전쟁을 치르고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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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이슥해지고 난 뒤 택시를 불렀다. E선생 부부는 헤어질 때나를 가볍게 포옹하고 남은 여행 즐겁게 하되 늘 건강에 유의하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E선생은일 년에 반은 비어 있는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에 있는 자기 집에 와있으라는 말도 했다. 통나무집 Loghouse 이라 여름에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통나무집을 볼 때마다 E선생이 생각난다. 코냑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구마모토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E선생을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우래옥에 갈 때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있는 불고기와 냉면의 조합을 볼 때마다 선생 부부의 따뜻한 미소가떠오른다. 그들은 날씨가 습해졌을 때 가끔 내 이야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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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김나지움(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그 당시의 과오를 나치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홀로코스트에 수십만 시민이 참여하고 수백만 시민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책임을 지적하고 있답니다. 요즘에는 이런 이야기도 일부에서 하고 있다네요. 그 당시 독일인은 그저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것도 합목적적으로 잘하려고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충실하게 명령을 수행한사람들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최종적으로 히틀러가 나와요.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란 거죠."
"그런가요? 모차르트랑 슈베르트도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괜히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가 욕먹게 생겼네."
"비트겐슈타인하고 프로이트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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