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는 소설과 산문을 꾸준히 써 오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작년에 출간된 책인데, 한 남자와 20년씩이나 결혼 생활을 했으니, 그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작한다.
작가는 만난 지 3주 만에 급작스런 청혼으로 석 달 간의 짧은 연애 기간 후 바로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평범한 결혼생활 p8
공감이 되기도 한다.
올해 12월이면 나는 결혼한지 만으로 10년이 되는 해다. 결혼 전에는 살면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이렇게 맞지 않으리라고 했는데, 살다 보니 나도 우리 신랑과 맞지 않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 나도 고치게 해서 나한테 맞추게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하기에는 서로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신랑 습관은 신랑이 그렇게 살아온 습관이기에 그걸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니 지금은 그걸 가지고 따지거나 바꿔달라고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살다 보니 이해하고 서로 맞춰가며 살게 되는 것 같다.
결혼생활은
분명 일종의
인격 수양이라 할 수가 있겠다.
책 속에는 작가가 남편과 지내온 사적인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털어낸다. 작가의 남편으로 사는 남편분에 대해서도. 인상적인 것은 중간즈음 결혼하게 된 동기를 2장 남짓을 글을 청첩장에 올린 내용이 고스란히 있다.
청첩장의 내용에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될 것입니다."
정말이지 내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을
반복해서 저 부분을 읽었다.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백 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쳐돌았나.
100번을 결혼해도 같은 남자라니.
100번을 흔들린 거라면 모를까.
평범한 결혼생활 p75
이 책은 결혼생활을 잘하는 지침이나 안내서가 아닌 그야말로 결혼생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편하게 읽으면서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적당히 피하면서 사는 것도
인간이 가진 지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결혼이란 뭘까,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을 정색하고
헤아리려고 골몰한다거나,
100%의 진심이나 진실 따위를 지금 당장
서로에게 에누리 없이 부딪쳐서
어떤 결론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질문들의 종착지는 결국
'그럼 나는 왜 사는가'와 막다른 골목일 뿐인데,
그렇다면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패배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평범한 결혼생활 p127
결혼 전엔 나는 '나'만 아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어우러지는 게 불편했고, 결혼 후엔 내 몸 하나 건사도 힘든데, 시가로 친정으로 많은 사람들과 관계가 불편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고 나도 참아내야 하는 것들이 있었고, 그 동안 성숙하지 못한 나를 많이 발견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완벽히 인격적으로 성숙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갈등하면서 배우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결혼은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
임경선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책을 쓰면 남편분이 뭐라 하지 않냐는 부분이 나온다. 남편은 두 권의 책만 읽고 나머지는 읽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는 배우자가 읽는지 안읽는지 일일이 신경 써가면서 글을 쓸 바에는 아예 작가 따위 때려치우는 게 낫다(50)고 말하는 이 부분이 참 당당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