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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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인종 문제에 관하여 동시대에서 가장 신선하고 섬세하고 도발적이고 진보적인 비평가로 알려진 토머스 채터턴 월리엄스의 배움의 기쁨은 저자의 실화이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자신이 흑인임을 일찍 알았고 힙합의 문화 속에서 젖어 살았다.

 저자는 십 대 시절을 보낸 뉴저지의 작은 마을에서 피 튀기는 싸움질을 하고, 껄렁껄렁한 소년이었고, 깡패를 흉내 내야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강해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어린 시절엔 그렇게 생각되었다고 한다.



 보통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기 마련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보통 경험상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저자의 아버지는 인종차별이 극도로 심했던 시기에 살아왔음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책을 읽고 박사까지 취득한 사람이었다.


 집 안에는 책장의 책으로 가득한 곳에서 늘 책 읽는 모습이었고, 밖에 나가서 또래 집단과 거친 문화에 빠져있을지언정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실망시키지는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도 무조건 펜을 쥐고

밑줄을 그어 가면서 읽었다, 아들아.

밑줄 긋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게 아냐.

뭐라도 지식을 건져서, 뭐라도 실용적인 지식을 건져서

내 인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 같은 거였지.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나한테 뭐라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그래서 나한테 필요한 지식은 모두 책 속에 있을 테니까

책만 열심히 읽으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래, 책이란 걸 그냥 예술 작품으로

취급할 수가 없었지.

배움의 기쁨 p225



 내게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아버지의 태도였다.

 저자의 아버지는 권위적이 아닌 어떤 상황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답을 제시하는 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리는 인내심이 있었다.




네가 오랫동안 뭔가에 공을 들였다고, 으음, 그래,

좋은 말을 공들여서 길렀다고 해 보자.

그 말이 경주에 나가서 멋지게 달리고 너를 자랑스럽게

해 줄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야.

거기에 모든 걸 바치고 온 힘을 다했어.

그 말이 언젠가는 너와 주위 사람들을 더없이 빛낼

업적을 이루리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렇게 오랜 세월 정성을 쏟고 기대를 걸었던

말이 진흙탕에서 당나귀나 노새들과 뒹굴고 있으면

너는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니?

그러다 다칠 수도 있잖아?

심지어 크게 다칠 수도 있지.

어디 그뿐이냐.

내가 볼 때 정말 위험한 일은 그 말이 자기가 당나귀나

노새라고 믿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얼마나 큰 비극이냐?

배움의 기쁨 p84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차분해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아버지가 있었기에 저자인 윌리엄스는 스스로 깨달으며 타락 문화에서 스스로 나오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변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하고, 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아버지와 힙합 문화에서 벗어나 삶을 찾아간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는 동안 환경, 독서가 참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정서적으로나 학습적으로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생각이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책읽기.

책 속의 한 문장 인용하며 마친다.



책만 있으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괜찮아.

나는 너와 어머니와 에 형을 빼면 여기 이 책들이 유일한 친구다.

아들아,

책과 대화하면 천재들과 대화할 수 있어.

배움의 기쁨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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