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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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읽으며 편안함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 목록에 올려두고 있던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대출해 와 새해 첫 날에 읽는 이 기쁨.

3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귀향, 흐르는 강가 등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글을 통해 드러난다. 어렸을 적 보고 느꼈던 생각했던 것들을 스스럼없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옛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 6.25 시절 등 겪은 이야기들,

남편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죽음을 인정하며 '생명'이란 존재의 깨달음까지.

이제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죽음에 대해 담대함도 보인다.




2부에서는

읽었던 책들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달에 4~5권씩은 꼭 샀다는 박완서선생님은 책이 어디있는지 몰라 더 사기도 하고, 소설책 같은 경우는 잘 빌려주시고, 빌려서 받지 못해도 찾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하지만, 본인이 두고 꼭 읽고 또 읽을 책은 잘 보관한다고 하신다.

난 책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적이 많아 가급적 책은 빌려주지 않는데, 뭔가 다른 사람은 다르구나 싶다.




3부에서는

그리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특히 박경리 선생님의 영결식에서 시간상 다하지 못한 이야기라 하여 글을 더 보태 쓴 글이 있다.

난 박경리 선생님 성함만 들어봤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작품 하나 읽은 게 없는 것 같다.

박완서 선생님이 쓴 이 글만 읽어도 박경리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박경리 선생님의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잔디밭에 등을 대고 누우면 부드럽고 편안하고 

흙 속 저 깊은 곳에서 뭔가가 꼼지락대는 것 같은 탄력이 느껴진다.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이런 기척은 흙에서 오는 걸까, 

씨앗들로부터 오는 것일까. 아니 둘 다일 것 같다. 

흙과 씨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적이 많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p15





나를 스쳐 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 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그나저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고통의 기억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신속하게 지우면서.

나 좀 살려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고 싶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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