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사계절 저학년문고 69
오주영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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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너무 예쁜 동화책이에요. 올여름 시원하게 부채로 쓰라고 부채도 함께 넣어주셨네요. 책 속 중간 중간에도 그림이 함께 곁들여 있어 저학년이 보면 좋지만, 이 책은 저학년뿐만 아니라 읽어보면 고학년까지 봐도 손색 없을 내용의 책이에요.

오늘 네이버를 보는 순간 로고에 그림이 둥둥 떠다니면서 '환경의 날'이라고 써 있더라고요. 오늘 날짜에 맞춰 이 책을 이렇게 남기게 된 것도 어쩜 딱 맞는지....

 더운 여름 빨간 여우는 눈과 얼음으로 덮인 하얀 북극을 생각하며

'저 바다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어. 설탕처럼 하얀 눈이 폴폴 내리고, 빙수 같은 얼음산이 소복소복할 거야. 바다에 뜬 얼음 위를 동당동당 뛰어다녀야지.'(13)

아마도 이 책의 겉표지 그림은 여우가 상상하는 그림인가봅니다.

빨간 여우는 북극 바캉스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고드름호의 벽장속에서 코를 골며 자다가 들키고 말지요.

 북극에 도착한 고드름호는 굶주렸다는 북극곰을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다음날 북극곰은 고드름호 식구들의 식량을 훔쳐가버립니다. 도망친 북극곰은 남편곰과 함께 고드름호를 습격하여 식량을 빼앗길 찰라 빨간여우는 미생물과 매실차를 미끼로 바다에 던지면서 해적 부부를 쫓아냅니다.

흰고래, 부리고래, 수염고래는 빨간 여우의 숨 오래 내쉬기 제안으로 시합을 하여 세 고래가 숨을 뱉자, 고래들의 입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부서진 돛, 찌그러진 기타, 냄비와 프라이패, 때 묻은 인형, 우산과 낡은 모자, 밑창이 떨어진 신발, 네모 세모 나무 블록 ····· 이 뿐만 아니라 빨강 초록 과자 봉지와 주황 보라 플라스틱 병, 노랑 파랑 비닐, 하얀 스티로폼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희고 푸른 북극 바다를 알록달록하게 수놓았습니다. (····) 그런데 수염고래가 뱉어 낸 쓰레기 틈에 생각도 못 한 게 있었습니다. 노랑 어뢰 조종기였습니다.

 "여우 씨, 바다는 죄다 이어져 있구먼유. 플라스틱은 북극 새우 몸에서도, 우리가 먹는 생선 통조림에서도 나와유."

 "새우랑 물고기는 플라스틱을 삼키기에 너무 작은데요?"

 "플라스틱이 삭으면 잘게 부서지거든유. 북극 바닷물을 깔때기로 거르면 뭐가 나오게유? 미생물, 흙 알갱이랑 너무 잘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플라스틱이 나와유.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가겠어유?"

빨간 여우는 놀랐습니다.

"그 플라스틱 알갱이를 새우랑 물고기들이 먹는다고요?"

"온통 플라스틱 세상이지. 뭐 어쩌겠어."(91)


이 부분을 읽을 땐 마음이 좀 무거웠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들. 이 플라스틱이 삭고 잘게 부서져 새우, 물고기들이 먹으면 결국엔 또 우리가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나 하나쯤 내가 버린다고? 또는 나 하나쯤 지킨다고 환경이 살까? 라는 이런 생각보다 작은 것부터 우리가 실천하는 길이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한살림도 최근 반찬 김부각이나 김가루는 플라스틱에 담아 판매했었으나 어느 날부터 플라스틱을 없애고 팩에 담아 판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런 것부터 바꾸는게 실천하는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직장다닐 때나 외출할 때 집에서 물을 아예 담아가거나 텀블러컴을 가지고 다니고, 아줌마로써 장보러 갈 땐 장바구니는 필수로 가방에 넣어가고 있다.

이제 작은 일부터 실천해보자.


이 동화 마지막 부분의 내용은 호랑이가 노랑 어뢰로 바다에서 건진 보물이다.

건진 보물은 진흙 화산이다.

 "진흙 화산 속에는 천연가스가 숨어 있어유."

 "천연가스를 쓰면 지구가 깨끗해질까요?"

 "아니, 석유보다는 천연가스가 덜 해롭지만, 어떤 연료든 쓸수록 지구의 공기는 나빠져. 그래도 천연가스는 공기를 조금 천천히 나빠지게 하는 고마운 연료야."

 " 사실, 개발은 환경을 파괴해. 북극에서 천연가스 개발을 하면 북극 얼음은 더 녹을 거야."

·····

 "개발하려고 연구하는 게 아니야. 지구를 더 잘 알기 위해 연구하는 거지. 층층이 쌓인 연구는 지구의 비밀을 풀고 무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돼. 나는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데 내 연구가 쓰이길 바라."(101)


노을 항구와 여우 찻집이 이토록 그리울 줄, 떠나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그리움은 왜지나간 다음에 생길까?'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존재가 있음을 기억하라고 알려주는 거 같고요, 주제와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은 저학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읽고 다시 한 번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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