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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육아 - 어느 조용하고 강한 내향적인 엄마의 육아 이야기
이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하마터면 읽지 못할 뻔 했습니다.
아마도 다른 출판사였다면 포기했을지 모르지만, 위즈덤하우스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육아서와는 좀 다른, 아이가 다르듯 엄마도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알려주었고, 내가 하는 방식이 맞을까?궁금했던 것도 알려줬습니다. 읽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할 뻔한 책이었습니다.
나도 에너지가 바깥보단 안으로 더 쏠리는 사람이기에 '내향 육아'라는 제목이 더 끌렸고, 영재발굴단에 나왔다지만 방송은 보지 못해 내향인 엄마는 어떻게 육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1부 나는 내향인 엄마입니다
1부에선 내향인 엄마가 엄마가 되기까지, 엄마가 되고서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따라가기위해, 다른 엄마들이 하는 방식으로 따라가야하는지 등 육아하면서 겪은 일들의 내용이 있습니다.
(내향적인 엄마를 위한 육아법은 없다)에서처럼 저 또한 블로그와 육아서의 숱한 학습, 놀이, 훈육법들 나도 또한 따라가는데 기운이 빠졌었습니다.
내향인의 뇌가 외향인의 뇌보다 더 크게 각성한다는 것, 같은 자극을 경험할 때 더 빨리 반응하고, 더 쉽게 지치는 유형이 분명히 있다는 것.(68) 결국, 아이와 나의 성향차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부 내향 엄마의 가정식 책육아
p112
좋아하는 마음에는 날개가 달린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
p146
울적한 날에도 책 읽어주기를 먹추지 말기를, 외려 더 적극적으로 읽어주길 권하고 싶다. (···) 책 읽는 아이의 자세만큼 읽어주는 엄마의 자세도 중요하다. 아이의 편안함만큼 엄마의 편안함도 소중하다. 그러므로 '책 읽어주는 나'에게 좋은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길 바란다.
작년엔가 한 강의를 들었을 때, 책을 읽어주는 양보다 질이라며 한 문장, 한 줄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기를 해야 한다고 듣고서, 책 읽어줄 때마다 질문꺼리를 만들었지만, 이 책을 읽으니 굳이 질문꺼리보다 본문 읽기에 충실해도 되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모든 걸 풀어주려고 애쓰기보다 책으로 다져지면 이해력과 상상력을 믿고 활용을 돕는다고.
프랑스의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책 읽는 이의 권리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다시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마음대로 상상하며 빠져들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내향 육아 p161
책육아 방식도 정해진 게 아닌 천차만별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p164
최근 학자들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비집중 모드'. 비집중 모드란, 멍하니 있음으로 뇌를 충전하고, 정보를 정리 저장해 필요할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말한다.
저희 신랑이 멍때리는 시간이 있어야 생각하고 정리를 한다며 아이들에게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말해주던 거라,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는데, 아마도 이 시간에 충분히 생각하며 정리하여 책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거라 생각이 듭니다.
p165
육아, 심심해도 괜찮다. 원래 심심한 게 인생이다.
3부 꼬마 과학자네 부엌 실험실과 아날로그 육아
p182
나는 아이가 성장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을 가정에서 배울 수 있기를 바랐다.
아이는 스스로를 안정시키며 기분을 조절하는 방법도 집에서 익힌다.
저자인 내향인 엄마의 육아는 일상에 있었다. 실험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부엌을 내주며 과학적인 원리들은 부엌을 통해 깨달았다. 살림도 내 주었고, 과학을 가르친 게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몸과 머리를 직접 써가며 실험했다.
비행기 타고 멀리 나가는 여행보다 동네를 매일 지나쳐도 아이들에게는 날마다 새로움이란 것, 떠들썩하고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p259
아이가 삶을 사랑하면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스스로 불려간다.
내 아이도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먼저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부 내향 엄마로 나아가기
노는 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뛰고, 걷고, 노래하는 것도, 생활하고 뒹굴고 웃는 것도 놀이라면 말이다.(268) 요즘 우리 아이는 숨바꼭질에 빠져있다, 신랑은 자신이 어렸을 때 한 숨바꼭질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숨바꼭질이 더 많다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같이 해 준다면 이게 진짜 놀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우리 아이 또래의 젊은 엄마를 만나 이야기 하는 중에 조리원동기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하며 "언니는 조리원 동기 모임 안나가요?" 하며, 조리원 동기 모임 뿐 아니라, 문화센터에서 만난 모임 등등 모임이 많은 엄마를 보고 부러워도 했지만, 나는 나이 먹어 힘들다는 핑계로 아이 또래 엄마 모임 하나 없는 내가 이상한 건가 하며, 이런 모임하나 없는 엄마는 나 말고 또 있으랴 했는데,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 즈음 나온 부분, 조리원 동기도 없고, 정기 모임에서 만나는 엄마도 없다니 동질감을 느끼며, 나도 아이가 최고의 내 친구라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 딱 맞아들어 내가 이상한 건 아니었다.
이런 책은 우리 아이가 아기였을 때 이런 책을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우리 아이도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어느 글귀처럼 힘들다 힘들다 했더니 아이는 이미 자라버렸다.
내향적인 나는 어떻게 육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고, 육아서에 나온 그대로 따라하기보다 내게 맞는 대로 내가 생각했던 부분이 꼭 틀리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다. 나의 에너지가 내적으로 더 쏠리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