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인디코믹스 8
조수진 지음 / 초록배매직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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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우리 순박한 새언니 제목만 보고 "우와,,,어린왕자다.. 근데 표지가 이상하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반갑게 책을 집어들고 훑어 보던 그녀,,, "아가씨... 이거 뭐 이래요? 아가씨 취향 한 번 독특하네...근데 무섭다".. 오호호,,,, 재미삼아 나는 새언니의 얼굴표정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연신 웃었다. (갑자기 나의 독서취향은 엽기호러가 되었다)

이 책에는 귀엽고, 순수함의 결정체인 우리의 어린왕자의 모습은 결코 찾아낼수 없을 정도로 괴기하고 인디적이다. 그야말로 만화적인 상상력이 아니고서는 이런 작품이 나올수가 없을 것이다. 젊은 혈기의 작가는 사물을 뒤집어 보고, 변형시키고, 사고방식을 이리저리 뒤섞어 가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림자체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경직된 시각이 번뜩번뜩 자극을 받을수 있는데,,, 내용까지 그러하니 그야말로 비위기 약한 사람들은 한장한장 넘기는 것이 곤욕스럽기도 할만하다.

읽으면서 지니차게 감동을 받은것도 아니고, 크게 재미를 느낀것도 아니지만, 분명한건 새로움에 대한 발견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인디만화가 추구하는 이상향과 그다지 차별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펜 하나의 재료만을 가지고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이런 작품을 표현한것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질감이 느껴지는 만화,, 만져 보고 싶고,, 어느덧 그 엽기적인 내용과 그림들에 나도 모르게 서서히 몰입되어 가는 감정들!!

좀더 색다른 그림을 원하거나 걸러내지 않는 엽기성의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아름다움으로 과장되어진 우리 인간들의 추악한 본성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추천.

그러고 보니 어린왕자 라는 제목!! 진짜 잘 붙여진 것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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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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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게 하는 몇몇의 작가가 있다. 그야말로 밑줄 긋는 여자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나와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프랑스 문학을 읽다보면 더더욱 손에 잡히는 연필에 바짝 긴장감 까지 서려있다.

노통의 소설은 이번 적의 화장법이 처음이다. 그녀의 천재적인 평판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고, 그에 비해 이번 독서는 꽤나 늦은 감이 느껴진다. 어쨌든... 노통은 보통이 넘는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설가로써의 자질이 거의 천재적이다.

적의 화장법!!

처음 읽는 순간부터가 기가 막히다 못해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었다. 주인공 앙귀스트의 심정을 백번 이해하면서 그가 내뱉는 대사들을 똑같이 내뱉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뜬금없이 옆자리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비아냥의 진수 대화법으로 슬금슬금 인간의 악질적인 본성을 간지럽히는 인간! 그의 이름은 =텍스토르........

꽤나 지적인 방법으로 한 인간의 심리를 우왕좌왕 열받게 하면서도 결코 자신은 흥분하지 않는점. 그저 유유자적 한 인간이 열받아 하는 과정을 보며 내심 통쾌해 하는 그야말로 변태같은 인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변태같은 인간이 하는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의 집요하리만큼 철저한 붙임성(?) 이 독서를 더욱더 빠른 속도로 이끄는 요인이 된다는것이 아이러니다.

아마도 앙귀스트와 나는 완전히 동일한 인간이 되어 점점 세상의 예의와는 담을 쌓아버린 이 악마같은 존재에게 최면되어 버렸나보다.  갈수록 책을 읽는 나의 속도는 거의 수준급의 달리기 선수로 변해있고,, 이 두 인간의 기가막힌 말싸움은 울렁울렁 내 심장을 두 방망이질!!  읽다보면 구렁이 담넘어가듯 어느새 상황은 반전에 반전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가고,, 우리의 말초신경을 충분히 자극하는 강간과, 살인이 마우렇지도 않게 떡 전개되어있다. 나도 모르게 속이 타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결말로 갈 수록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하다. 눈치가 빠르거나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강 마지막 결론의 반전이 때려 짐작되겠지만, 나와같이 어리버리한 인간들은 사실 대단했다. 한마디로 막판 충격이다.

경찰을 불러 이 사람 잡아가 달라고 소리쳐 불러 세웠을때 앙귀스트는 미친사람 취급을 받았다. 일찌기 그 부분에서 나는 감을 잡았어야 했었던 것인데,,, 아뿔사.... 다 읽고 나니 뒤통수가 얼얼한듯 그 순간의 영민하지 못한 나의 두뇌가 후회로 남는다.

우쨌든........ 악의 존재,, 나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적은 분명 존재한다. 라고 텍스토르는 강조하다 못해 약을 올리고 열을 치받게 하고 살의까지 조성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결말이야 읽어보면 알것이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면서도 끊임없이 밑줄을 그어댄것을 보면 지독하게 공감해 버린 나의 적을 발견했기 때문이지 모르겠다. 그 적을 없애기 위해 나는 힘을 주어 밑줄을 그었다. 참으로 순진한 방법이고 소극적인 방법이다.

텍스토르가 말했던 그 이유....

" 내가 적을 믿는건 밤낮 할것 없이 내 삶의 길목마다 그것과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그 내부의 적은 당신 자신을 스스로 혐오하게 만듭니다. "  " 적은 자신에게 죄책감을 조성합니다. 이유인즉 그가 득세하는걸 끝내 막아내지 못했다는 죄의식"

오호 통재라..... 우연히도 최근의 나의 비애와 우울함의 근원이 된 원인이 이 망할 집요한 놈의 말에서 나왔다. 내면의 우글거리는 적의 바이러스들에 나는 잠식당해 버렸었고, 아예 그것들을 제거할 용기조차 내고 있지 못했으니,,,, 나의 결말또한 앙귀스트와 같아야 한단 말인가? 무섭군.. 무서워... 나는 과연 적과의 동침을 원할것인가? 아님 죽기 살기 까무러치기로 이 놈의 적을 제거할 것 인가? 어쨌든 나는 앙귀스트 처럼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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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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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색깔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이번 단편들을 읽으면서 연신 즐거웠다. 기발한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수 많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리고 낯설면서도 흥미진진한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통해 그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더러 책을 덥고 심호흡도 해보았다.

늘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스피드와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그 자신만만 삶의 방식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책일기는 후반부로 접어들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한편한편이 너무나 재미있다. 삽화가 이우일의 일러스트도 김영하의 글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이제는 진짜 찰떡 궁합이군...이라고 생각했다.

오빠가 돌아왔다에 실린 단편들에는 정상이라기 보다는 비정상적인 사람들과 상황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의 그 비정상에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과연 정상과 비정상이 무엇인지 내안의 틀을 부수기 위한 사고를 잠시 했더랬다. 비정상적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분명 그들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우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비과학적인 일들도 분명 존재 한다.  이런 면에서 김영하의 소설은 분명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의 존재를 비교적 쉽고 냉소적이지만, 쿨하게 접근시켜 거부감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듯 하다.

어느것 하나 아쉬울것 없는 단편들이다. 개인적으론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으면서는 연신 웃음이 베시시 터져나왔고,,,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으면서는 왠지 모를 허무함이,,, 뭐 대강 이렇다. 한편마다 읽혀지는 감정이 다르게 전달되니 소설로써의 매력이 가히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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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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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후 ....그 느낌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허탈함... 비애...슬픔...인생의 당혹한 현실과 상처.... 무수히 떠오르는 상념들이 잠시동안 절절하게 심연으로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어쩌다 알게된 이 한편의 얇은 만화책이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멍멍한 울림으로 가슴에 남게 되는건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유인즉....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인생의 시간에서 한 인간이 성장하는데에 겪게되는 굵직한 불행의 사건들이 한대씩 제대로 후려갈기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고통을 마주 바라보기를 두려워한다.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제이슨이라는 작가는 고통과 불행한 상처와 원하지 않는 현실의 부대낌을 너무나 차분하고도 고요하게 까발리고 있다. 그래서 당혹스럽고, 충격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아프다.

친구를 어이없는 자신의 실수로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자책하는 아이는 어느새 까칠한 수염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성인이 되어버리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공장에서 밥법이를 하며 하루하루 진부하고도 현실적인 타성에 젖어 후회하고, 술마시고, 섹스를하고, 이별을 하고,,,, 점점 현실을 넘어 미래의 시간으로 빠져 들어가 버리고 만다.

어릴적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시린 시니컬이 존재한다. 많이 슬프다. 그리고 아프다. 만화의 주인공의 캐릭터들에는 눈의 형태는 존재하지만 눈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종일관 이 만화책은 공허한 표정들과 지루한 일상처럼 무덤덤하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 눈동자 없는 캐릭터들이 멍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어딘가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공허함으로 일상에 길들여 가는 우리들 같아서 너무나 슬프다.

마지막 장면으로 치달으면서 죽음의 사자와 대화하는 욘은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내 인생은 기대와는 달랐어요.'....'하지만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이 말이 대못처럼 가슴에 박힌다.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을 만날때 나는 어떻게 스스로 치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욘이 좀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희망적으로 미래와 현재를 설계했을 수는 없었을까? 과거의 생각하기 싫은 상처를 왜 그토록 오랫동안 끌어안고 살았을까? 요상망측한 상념들이 꼬리를 물며 화도일어나다 이해도 하다가를 반복한다.

이런 만화도 있다. 그림의 흑백의 덤덤한 구성과 표정들로 개성을 나태내고 깊이있는 철학의 내용으로 완전히 만화의 고정관념을 타파시킨 이 만화...대단한 만화다. 읽고도 한참을 멍할수 밖에 없는 만화...읽을때마다 가슴이 후벼질수 밖에 없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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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면 갇혀버린다
이거룡 지음 / 명진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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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번 근사하다. 아주 매혹적이고 지혜롭게 느껴지는 제목이 마음을 끌어 당긴다.
표지에 모습을 드러낸 저아 이거룡의 모습 또한 범상치 않고, 이름 또한 그러하다.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주관적인 나의 느낌이다.

읽는 내내 심장이 벌러덩 거리는 충만감 때문에 고개를 쳐들고 몇번씩 사유의 호흡을 내뱉게 만든다. 인도에서의 삶과, 인도 사람들의 생활과 철학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법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인도인들의 삶 안에서 보고 듣고 느낀 철학을 자신만의 자신감 넘치는 단상들로 한권의 쉽지만 마음을 울리는 글로 읽는이의 마음을 휘감가 움직이고 있는 마력!

그들의 삶의 철학이 노자의 무위자연과도 유사하고,,, 우리 내부에 깊숙히 깔려있는 동양정신 근본의 무언가의 유사점도 깔려있다. 지나치게 문명화된 어딘지 모르게 편해졌지만 공허함은 더욱 크고 행복은 빛을 바래가는 이 현실의 암담함과 불완전함에 희미한 희망을 불씨를 남기고 있다.

내 삶에서 확실하게 옳음이라고 믿고 있던 이성적 판단과 경험적 사유들에 딴지를 걸고 튀어나로는 이질적인 사고방식에서 내 그동안의 사고 경직을 적나라하게 마주치는 난감함.

옳고 그름, 느리고 빠름이 백지장 한 장 차이라는 명백한 진리를 또다시 깨우치면서 인생의 신비와 삶의 재발견에 흥분이 되어진다. 나는 굳어있었다. 그것도 아주 딱딱하게,,,망치로 부서뜨릴 수도 없을 만큼 단단해 진것이다.

내 안의 모순됨과 확연하게 마주치면서도 나는 벅차오른다. 부끄러우면서도 가슴이 떨린다. 무언가 요동치는 깨우침이 조금씩이라도 느껴지지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던 종교와, 사랑, 그리고 현실과 미래.. 다시 말해 인생이라는 사유에 대해 좀더 유연하고도 자유롭게 받아들일수 있는 자신감이 조각적이지만 설계되어 진다.

행복함이다. 그러나 경박스럽다. 더 고요하고 아무렇지도 않아야 진정 이 책을 소화해낸 것이고 인도를, 나를 진정으로 마주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바닥으로 내면으로 끊임없이 고요해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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